하네다공항 재단장, 인천에 도전장
하네다공항 재단장, 인천에 도전장
지난달 2일 일본 하네다 공항의 신국제선 여객터미널 빌딩. 국제공항 기능을 크게 강화해 다음달 신장개업을 닾둔 하네다공항이 가지들에게 내부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터미널 내부로 들어서자 하네다공항은 환골탈태,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기존의 국제선 터미널은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의 관문이라고 보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기존 터미널은 차라리 시골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왜소했다.
다음달 말 새로운 활주로가 완성되는 하네다공항이 새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네다에서 국제선 정기편은 32년 만에 부활된다. 이를 계기로 하네다는 국제 허브(Hub,거점)공항을 지향한다. 도쿄 중심에서 가깝고, 100개에 육박하는 지방 공항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다른 지방공항과 항공사들 사이에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철도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도쿄 시내와의 연결 노선을 증설하고 있고, 외국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도 늘어난다.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하네다를 인천공항과 경쟁시킨다는 야망도 갖고 있다. 매년 600만명이 오가는 한~일 노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활주로 완성하고 국제선 취향 늘린다.일본에는 지금까지 국제선은 나리타, 국내선은 하네다로 나뉘어 있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가려면 국내선인 하네다를 거쳐 나리타로 가야한다. 그러나 나리타는 하네다로의 연결이 나쁘다. 지리적 구조가 서울로 치면 하네다는 금천구에 있고 나리타는 의정부에 있는 셈이다. 지방에서 하네다를 경유해 나리타발로 해외에 나가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도 나리타를 기피하고 하네다를 선호한다. 나리타에서 도쿄 시내까지 버스로 2시간이 걸린다. 익스프레스 열차가 있지만 신주쿠까지 1시간이 넘고 요금도 3000엔에 이른다. 반면 하네다는 400엔가량의 요금에 16분이면 도심으로 연결된다.
이런 불편 때문에 북부의 이와테, 아오모리 등 도호쿠 지방이나 동부의 도야마, 후쿠이 등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국제선 환승을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최북단 홋카이도와 남부 지역인 규슈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방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직항편을 운영하고 인쓴 것이다. 직항편이 없는 지역에서도 연결성이 나쁜 나리타를 피하고 인천공항을 경유해 해외로 나가는 이용자가 많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국토교통상은 지난해 10월 하네다의 '허브화'를 선언했다. 이로부터 꼭 1년만인 10월말 새 활주로 완성으로 하네다에는 국제선 정기편 취향이 시작된다. 현재 연간 약 30만 회의 항공이 발착이 단계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는 약 44만 회가 된다. 국토교통성은 이 가운데 9만회를 국제선에 할당하기로 했다. 현재 하네다의 국제선은 베이징, 상하이,홍콩, 서울 등 4대 도시로만 연결된다. 더구나 이들 항공편은 모두 처터기(비정기편)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 일본 항공사를 포함해 아시아의 12개 항공사와 미국,유럽 5개사를 합쳐 19개 항공사가 국제선을 띄우게 된다. 하와이,샌프란시스코,방콕,파리 등 14개 도시에 정기편이 취항한다. 이후에도 계속 취항 도시를 늘려 나갈 예정이다.
이착륙 시간과 횟수 제약이 약점에어캐나다는 내년 1월 벤쿠퍼 노선을 개설한다. 델타와 아메리카 항공도 취항을 결정했다. 다만 하네다 국제선 터미널에 카운터와 라운지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미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노선의 인지도를 높이기 운항은 내년 1월 시작한다. 이들 미국 항공사는 우선 하루 한 편만 띄운다. 호놀룰루 노선을 운항하는 하와이안항공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개설시기를 10월 말에서 11월 중순으로 늦췄다. JAL이 10개 도시, ANA가 9개 도시로 취항하는 등 일본 항공사들의 국제선 취항도 크게 늘어난다. 경영재건 중인 JAL은 부활의 기회로 보고있다. 에어프랑스는 JAL과 공동운항(코드쉐어)을 통해 다음달 31일부터 파리에 취항한다.
하네다 국제선 확충에 맞춰 국제선 여객터미널도 21일 영업을 개시한다. 항공회사 등은 하네다의 2012년 국제선 이용자가 2009년의 약 3배인 86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네다의 연간 이용자는 6700만 명가량이다. 요코하마시 추계에 따르면 하네다의 국제화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은 180만 명 늘어날 전망이다. 하네다의 국제선 터미널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에 맞춰 고급 셔츠 전문점을 비롯해 의류, 잡화,외식업체 등 유명 업체들이 들어선다.
하네다로 몰려드는 일본인과 외국인을 도쿄 도심으로 실어 나르는 환승서비스도 한층 개선된다. 기존에 하네다와 도심을 연결해 온 철도회사들도 공항 이용자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노선은 신설되는 국제선 여객터미널에 새로운 역을 설치히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게이힌큐코(게이큐) 전철은 하네다와 JR가마타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을 개시한다. 게이큐 그룹 계열인 게이힌큐코 버스는 10월 21일부터 JR가마타역과 하네다를 하루 35차례 왕복한다. 소요시간은 30분 가량으로 요금은 270엔이다. 게이큐는 이미 5월부터 하네다 이용자의 도쿄 시내 관문인 시나가와역과 하네다 간을 직통하는 '에어포트 쾌속'운전을 시작했다. 늘어나는 이용자에게 열차와 버스 등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줬다. 이 회사는 다음달부터 가마타 지구에 객실 수 155실의 비지니스호텔도 오픈할 예정이다. 하네다로 들어오는 한국인, 중국인 등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동일본여객철도 그룹인 도쿄모노레일은 10월 13일부터 신국제선 여객터미널과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개찰구를 설치한다. 도쿄모노레일은 ANA가 10월 13일 국제선 여객터미널의 출발, 도착 로비를 지금의 두 배로 확장하는 데 맞춰 남쪽 출구를 신설한다. 늘어나는 이용자가 효율적으로 환승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하네다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데는 제약도 많다. 활주로가 신설됐지만 여전히 취항 노선과 편수가 많지 않고 착륙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나리타의 역할 분담 등 얽히고설킨 항공행정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발착 횟수가 적은 게 큰 약점이다. 지금보다 9만 회까지 국제선 편수를 늘린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도권의 항공수요조차 채우지 못한다. 하네다 국제선은 편수제약때문에 심야와 이른아침에 발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효율적인 운항 스케쥴을 짜지 않으면 외국 대형 항공사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인천 등 주요 국제 허브 공항보다 약 네 배나 비싼 비행기 착륙료도 해외 항공회사에는 장애물이다.
일본 국내 공항 간 생존 경쟁도 본격화하게 된다. 하네다가 허브로 발전하면서 나리타와 간사이 국제공항 등 다른 국제공항과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항공사들은 '달러 박스'가 될 하네다로 경영의 중점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나리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심야와 이른 아침 이착륙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하지만 주민 반대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하네다가 인천공항만큼 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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