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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삭힌 맛 찾아 흥미로운 유람

푹 삭힌 맛 찾아 흥미로운 유람

▎강경읍 젓갈시장의 1980년대 모습(아래)과 현재모습.

▎강경읍 젓갈시장의 1980년대 모습(아래)과 현재모습.



대하·전어·세발낙지 등 갯것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애석하게도 갯것은 잦은 비와 무더위 때문에 귀하신 몸이 됐다. 귀한 날것 대신 삭힌 것으로 눈을 돌려볼까.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게 젓갈이다. 잘 삭힌 젓갈은 미식가가 첫손으로 꼽는 별미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사랑 받아온 우리의 밥반찬이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은 대표적인 젓갈 단지다. 도소매를 합해 전국의 젓갈 유통량 중 50~60%가 이곳을 통해 거래된다. 강경은 조선 후기 대구·개성과 함께 조선의 3대 시장 중 하나였다.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는 금강 중류에 자리 잡아 서해안의 갯것과 충청·전라도의 산물이 이곳에 한데 모였다. 여기서 집산한 물자를 서울로 실어 날랐다. 특히 젓갈시장이 번창했다. 대형 객주는 이곳에 터를 잡고 목포와 신안 등지에서 사들인 수산물과 천일염으로 젓갈을 만들어 부를 축적했다.

현재 강경젓갈상회가 밀집한 강경읍 염천리는 당시 서해안에서 사온 소금을 저장하던 창고가 있던 자리다. 강경 젓갈은 금강 하구둑 공사로 한때 쇠퇴했지만 근래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년 전 몇 곳에 불과했던 젓갈 집이 이젠 130여 곳으로 늘어났다.

강경은 새우젓 산지가 아니다. 인천 강화군과 전남 신안군에서 만든 새우젓을 이곳에서 발효시킨다. 그러나 산지에서 손질한 새우젓은 생새우에 소금을 뿌려놓은 날것이나 다름없다. 강경의 젓갈상회는 이 날것을 선대부터 전해 내려온 독특한 노하우를 살려 발효한다. 비법은 저마다 다르다. 젓갈 집이 100곳이 넘지만 집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 이유다.

“전에는 토굴에서 새우젓을 발효했는데 요즘은 시설이 현대화돼서 다들 영하 3~5도의 저온창고를 써요. 토굴은 영상 14도쯤 되거든요. 저온에 보관하면 예전에 비해 소금을 60%만 써도 돼요.” 본가형제상회 박은희(36)씨의 말이다. 젓갈을 만드는 사람들은 '곰삭은 맛’을 최고로 친단다. 그러나 곰삭은 맛이란 것이 일반인에겐 어려운 미각이다. 박씨는 “삭히면 삭힐수록 구수한 맛”이라고 부연한다. 곰삭은 맛을 찾아 저잣거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것도 재미있는 유람이다.

강경은 근대사의 흔적을 가장 많이 간직한 도시 중 한 곳이다. 강경의 근대 건축물은 1900년대부터 시작된 강경천 공사가 완료되면서 시작됐다.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이 즐비해 거리를 돌아다니다 100년이 훌쩍 넘긴 상점과 은행·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1910년에 지은 환호농공은행(한일은행 강경지점)은 최근까지 젓갈 저장창고로 쓰일 만큼 성성하다.

금강 어귀에 있는 강경젓갈전시관도 들러볼 만하다. 문화관광해설가에게 안내를 부탁해도 좋다.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면 금강·강경포구는 물론 논산의 너른 들판과 멀리 계룡산과 대둔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강경발효젓갈축제는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다. 코레일은 10월·11월 총 5회 걸쳐 강경전통시장열차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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