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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인가

[淸論濁論] - 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인가

▎ 김경원 CJ경영연구소장·부사장

▎ 김경원 CJ경영연구소장·부사장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 모 교수의 급부상과 추락은 우리에게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와 낙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하지만 큰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바이오는 이른바 ‘레드 바이오’ 산업으로 전체 바이오 산업의 일부일 뿐이다.

생명공학기술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바이오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줄기세포 연구 등 의학 및 제약과 관련된 ‘레드 바이오’, 농·축산업 및 식품에 관련된 ‘그린 바이오’, 식물과 같은 재생자원을 이용해 연료와 소재 생산을 하는 ‘화이트 바이오’다.

우리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레드 바이오의 비중은 여전히 전체의 절반가량이고, 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바이오 산업 전체에서 그린 및 화이트 바이오의 비중이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가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자원에서 연료와 소재를 뽑아 쓴 것은 산업혁명 이후 불과 3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주요 자원의 잔존 매장량은 30년, 낙관적으로 봐도 100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응책으로는 태양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대안은 식물이다. 식물은 그 양이 풍부하고 계속 자라며 성장과정에서 지구온난화 가스를 대량으로 흡수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앞다퉈 화이트 바이오의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석유에서 나오는 화학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화학원료와 바이오 연료의 생산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6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도 식물로부터 생산한 에탄올에 세금 우대 및 보조금 지급 정책을 추진하고, 2030년에는 자국 원유 수입량의 20%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바이오 연료 기술을 육성할 계획이다. 환경 규제가 강한 유럽연합과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해 생분해될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 개발과 상용화 방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 산업은 조만간 레드 바이오를 능가하는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국도 이런 세계적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R&D(연구개발) 사업에서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전스 기술’과 함께 ‘탄소순환형 차세대 바이오 매스 생산/전환 기술’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향후 9년간 연 100억~300억원을 연구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도 올 6월 바이오 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과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레드 바이오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화이트 바이오에 대한 현실적인 산업화 촉진 및 R&D 지원 방안은 미흡해 보인다.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한국은 이미 동물용 아미노산 등 그린 바이오 산업의 최강국 중 하나다. 화이트 바이오는 그린 바이오의 대량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 산업은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 잘 할 수 있는 유망 분야다. 더 나아가 반도체, 휴대전화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수종산업이 될 수 있다.

자원고갈, 지구온난화 등 미래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한국 경제를 지탱해줄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화이트 바이오 산업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며, 결국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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