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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외줄타기 동방정책

러시아의 외줄타기 동방정책

OWEN MATTHEWS 기자

최근 들어 러시아가 중국과 밀월(蜜月) 관계를 추진한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과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의 완벽한 결합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석유·천연가스·철강·알루미늄을 생산하는대로 속속 사들일 자금이 충분하다. 대금을 지불하면서 화석연료의 문제점이나 독재통치의 사악함을 성가시게 따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왜 구태여 러시아가 유럽보다 중국을 친구로 택하려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1년 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근본 병폐가 지나치게 높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 탓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었다. 그런 상황은 비대하고 부패한 관료체제와 세계 원자재 시장의 변덕에 휘둘리는 경제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미래를 “원자재와 고질적 부패에 기초한 원시적 경제”가 아닌 러시아의 브레인 파워(지적 능력)에 기초한 지식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를 중국에 밀착시키려는 정책은 정반대의 결과를 부른다. 러시아 경제의 천연자원 의존도를 줄이기보다 심화시킬 뿐이다.

물론 메드베데프를 나무랄 수는 없다.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인 원자재의 새 고객이 필요하다. 지난주 메드베데프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 국영 송유관 회사 트란스네프트와 중국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합작 건설한 스코보로디노(시베리아 동부 도시)~다칭(중국 북부 도시) 송유관을 개통했다. 총 연장 1000km의 이 송유관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계획된 수많은 석유·천연가스 공동개발 계획의 첫삽에 불과하다. 톈진(天津)에선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CNPC가 합작해 50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을 건설한다. 최근에는 상하이 인근에 1060㎿규모의 러시아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계약도 체결됐다.

그러나 이런 합작 구조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취약점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계약의 대부분은 민간 기업이 아닌 국영 기업 사이에서 체결된다. 불가피한 일일지 모른다. 스코보로디노~다칭 송유관 건설에는 15년 동안 250억 달러가 들어갔다. 국영 기업이 아니면 감당이 불가능한 규모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부진한 경제회복이 공공 부문의 과도한 성장 탓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민간 석유기업은 1999~2004년 생산을 50% 늘렸다. 과감한 현대화 투자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대 석유기업인 유코스를 크렘린이 장악한 뒤로 생산 성장이 멈춰섰다. 현재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 같은 국영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거론하지만 러시아 석유·천연가스의 순생산량은 연간 대비 0.29~1.24%씩 꾸준히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자로 구입은 러시아엔 희소식이다. 러시아의 브레인 파워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드베데프가 모스크바 외곽의 ‘혁신 도시’ 스콜코보에 중국의 투자를 권유하자 후진타오는 정중히 거절했다. 당연히 중국은 다른 나라의 산업보다 자국의 전자·항공우주·생명공학 산업에 투자하길 바란다. 실제로 2007년 이래 중국은 러시아산 군사 장비 구입을 크게 줄였다. 주로 인민해방군이 러시아산 전투기·우주발사체·잠수함·전함과 버금가는 수준의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러시아의 노하우와 에너지를 활용해 러시아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직접 첨단제품으로 변환하려 한다. 러시아를 중국의 원자재 공급원으로 삼아 직접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계와 교역하면서 성장을 구가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를 에너지와 원자재의 편리하고 믿을 만한 공급원으로 활용하면 당연히 유리하다. 러시아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모른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고 중앙아시아의 안정을 지원하며, 이란 그리고 특히 북한(러시아의 영향력이 중국 다음으로 크다)에 외교적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동등한 동반자 관계라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애쓰지만 사실은 전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의 연료 탱크 역할에 만족하다간 침체의 길을 면키 어렵다. 중국과 체결하는 대규모 합작 계약은 러시아 관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러시아의 공식 성장률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러시아의 현대화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중국에 기대면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계속 선진국 대열에 머물겠다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 유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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