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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지점도 그녀만 가면 1등

꼴찌 지점도 그녀만 가면 1등

▎1949년 서울 출생, 경영학 박사 1988~98년 LG화재해상보험 강동, 명동, 수원지역단장 1998~2004년 강남 본부장, 수도2총괄 본부장 현재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총동문회장

▎1949년 서울 출생, 경영학 박사 1988~98년 LG화재해상보험 강동, 명동, 수원지역단장 1998~2004년 강남 본부장, 수도2총괄 본부장 현재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총동문회장

오디오에서는 비발디의 사계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하루를 클래식과 함께 시작한다는 LIG손해보험 장화식(60) 상임고문. 그의 집무실은 바쁜 일상에서 여유와 안정을 되찾게 하는 공간으로 보였다.클래식이 몸에 녹아 있는 까닭일까. 장 고문에게서는 편안한 고요가 느껴진다. 거칠다는 보험 영업 일선에서 살아온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그의 말 한마디.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며,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죠.”

장 고문은 좋아하는 일엔 누가 뭐라 해도 푹 빠지는 스타일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열정일 수도 있고,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는 외골수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집중력만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 몰입이 지금의 그가 있게 한 원동력은 아닐까. 조직을 장악하는 포용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장 고문은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속출하는 속에서도 보수적으로 유명한 LG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이다. 당시 그의 임원 발탁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1982년 LIG손해보험 명동지점에 입사하자마자 지점장에 올랐다.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한 파격 발탁이었다. 장 고문은 “당시 유명 학원 대주주였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의료보험 혜택이 필요해 선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의 능력을 먼저 알아본 이는 구자훈 LIG 회장이었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시 전국 꼴찌였던 명동지점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유능한 조련사는 코끼리를 춤추게 만든다. 장 고문은 만년 꼴찌에 허덕여 지리멸렬했던 조직을 ‘칭찬’으로 추슬렀다. 그는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데 앞으로 하는 일은 밑져 봐야 본전 아니냐. 나를 믿고 한번 뛰어보자”며 용기를 심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명동지점을 시작으로 그가 맡은 지점들은 최우수 지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입사 6년 만인 38세에 지역단장 자리에 올랐다. 첫 근무지로 새로 출범한 강동지역을 맡게 됐다. 강동지역을 맡은 지 5년 만에 이번엔 전국 최하위였던 서부지역을 맡게 된다. 장 고문은 서부지역을 불과 1년 만에 우수 지역단으로 바꿔놨다. 이는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펀(Fun) 경영’으로 일군 성과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쉽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보람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장 고문은 2004년까지 인사 영업총괄을 비롯해 20개 지역단,200여 개 지점을 관리했다. 그는 “윗분들의 배려와 리더십이 없었다면 나 혼자 그 많은 일을 감당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훌륭한 리더를 만난 게 큰 행운이었다”고 강조했다.“사는 날까지 신바람 나게 일할 겁니다. 직원들의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장 고문은 “가장 큰 자산은 직장에서 얻은 많은 후배, 일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라며 “사람을 키우는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명동지역단장 시절 오산대 학장이 그의 ‘우먼 파워’를 유심히 지켜보다 요청한 게 인연이 됐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로 경영대학원 MBA 석사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사실 그는 3대에 걸친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일선에서 뛰던 시절 다른 것보다 후배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데 힘썼던 것도 이런 이력 때문이다. 그가 가르친 제자 중에는 박사가 8명이나 된다. 이들은 현재 장 고문의 ‘고객’이기도 하다.

장 고문이 관리하는 VIP고객만 20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 해 LIG손해보험 ‘2009골드멤버 시상식’에서 대리점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와 함께 LIG손보(중부지점)에 근무하는 남편 현창건 대표가 특별상을 수상해 연 매출 ‘100억원 부부 보험왕’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언론에 ‘잊었니’로 유명한 가수 ‘H’가 장 고문의 아들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장 고문은 50대 때부터 깨달은 게 더불어 사는 평범함이라고 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여행이다. 2008년에는 지중해를 시작으로 알래스카까지 둘러봤다. 올해는 일본투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여행을 통해 나와 다름을 배우죠. 나와 다르다는 것은 적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죠. 다름을 인정하면 존중하게 됩니다.”

그는 올해부터 ‘명품영업’을 강조한다. ‘평범한 고객을 명품으로’. 그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경영과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적극적으로 연구해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젊은 시절 오직 1등만을 위해 달려온 그가 후배들에게 던진 조언. “조급해 하지 마세요. 급하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내가 회사와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해 보세요. 그럼 고객에게 이익이 되고 나도 성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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