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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 아웅산테러를 닮았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아웅산테러를 닮았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곳곳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곳곳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지난주 한국의 최전방 연평도를 겨냥한 북한의 기습 포격이 크게 걱정스러운 까닭은 그것이 단지 50여 년 전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을 겨냥하고 살상한 도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명살상도 주저하지 않는 북한의 최근 벼랑끝 전술(천안함 폭침, 휴전선 지역 충돌 확대, 비밀 핵제조시설 공개)의 맥락에서 볼 때 은둔의 왕국 북한이 이제는 단순히 쇼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 당국과 한국의 관계자들은 여전히 최근의 이런 긴장 고조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더 유리한 카드를 쥐려는 책략이라고 판단(또는 희망)한다. 더욱이 북한은 계속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다. 하지만 여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 숨어 있다. 이번 사태는 강경노선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 스탈린주의 정권의 마지막 권력승계 과정에서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권좌를 물려받은 이후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이 시나리오가 그렇게 끔찍한 까닭은 외부 세계(북한의 가장 가까운 주요 우방인 중국조차)엔 북한의 정신분열적 행동을 억제할 만한 영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 두 명에 따르면(지속적인 논의에 관여하기 때문에 공식 논평을 거부) 백악관은 관망세를 유지한다. 이는 적어도 막무가내로 나오는 북한 정권에 대처할 만한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4일간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파견됐지만 이는 상당 부분 상징적인 조치다. 미국 정부는 어떤 양보(말하자면 6자회담 복귀)를 하더라도 이런 식의 협박을 조장하는 듯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두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주의 포격은 지난 3월 한국 측의 천안함이 침몰해 46명의 해군이 숨진 해역에서 발생했다. 또한 11월 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대표 두 명은 북한 정권이 비밀리에 제2의 핵생산시설을 구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 군부가 곧 제3차 핵실험을 진행하리라고 많은 전문가는 예상한다.

북한 무인정찰기의 근접비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늘어나고 포격 전 몇 개월 동안 위협이 잇따랐다는 점은 이번 공격이 사전에 계획됐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내부를 겨냥한 듯이 보인다.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그 선군(先軍)사회에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 동안(童顔)의 후계자는 천안함 폭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여겨졌다. 이런 사건들은 김정일이 후계자 수업을 받던 초기의 인명살상을 초래한 깜짝 쇼와 흡사하다. 그는 1983년 버마 방문길에 오른 남한 대통령 암살 기도를 지휘했다. 음모는 실패했지만 남한 각료 수 명을 포함해 21명이 사망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 따르면 4년 뒤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의 폭파도 그가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한다. 그 공격으로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런 냉전시대 전술의 재등장은 장성들이 부상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신호다. 권력승계 루머가 새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평양의 대외 공식성명에서 비교적 온건한 외교부보다는 국방위원회와 조선인민군 같은 군사조직의 전투적인 논평이 갈수록 많아졌다.

역학관계가 빠르게 바뀌어 간다. 강경파 장성들이 김정일에게 몸을 굽히기는커녕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는 듯하다. 아들로의 위태로운 권력세습을 무사히 마치려는 김정일의 바람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군대 경력이 없지만 지난 9월 이례적으로 열린 노동당 대표자 회의에서 인민군 대장으로 승격됐다.

최근의 도발은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려는 욕구보다는 이런 내부 사정에서 기인한 듯하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약한 외국 지도자와 협정을 맺은 적이 없다. 그리고 미국은 민주당의 중간선거 대패로, 일본은 간 나오토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 수준인 탓에 모두 지도자의 힘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더 전략적인 측면에서 북한 정권은 2012년까지는 유리한(또는 지속적인) 협상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2012년에 미국·한국·러시아에서 대선이 실시되고 중국에선 후진타오가 물러난다.

북한의 이 같은 내부 정치역학은 한반도를 더 심각한 또는 지속적인 대치 상태에 빠뜨릴 만한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다. 남한이 대응사격을 했지만 그들의 대응은 신중했으며 약하다고 간주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남한의 입장이 강경해져 간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대북 ‘햇볕정책’을 중단한 보수파 이명박 대통령은 도서 지역의 방위를 강화하고 교전규칙을 적극대응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금요일(11월 26일) 주한미군 사령관이 연평도를 방문한 뒤 북한은 대대적인 포격훈련을 개시했으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성명을 내고 “한반도의 상황이 전쟁 직전에 가까워진다”고 경고했다. 남측은 지난주 부실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된 뒤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카드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이후 오래 지나지 않아 이 대통령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공식사과 요구를 취소했으며 휴전선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선동방송 구상을 포기했다.

와일드 카드는 중국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정권을 향한 중국의 불만이 갈수록 커져간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공개적인 균열은 보이지 않지만 중국 정부는 검증받지 않은 차기 지도자 시진핑에게 권력을 넘기려는 시점에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북한 정권이 충돌을 일으켜 중국이 미국과의 싸움에 휘말려 드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어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주 중국 지도부에 더 강경한 입장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엔의 외교적 조치를 지지하도록 중국 정부에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불안정한 이웃 북한에 압력을 넣길 극도로 꺼려 왔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최근의 도발이 지역평화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며 따라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보느냐 여부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전쟁을 벌일 만한 여력이 없다. 그리고 북한이 한국 본토를 타격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는 불안과 초조를 유발하는 국지적 도발이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과 휘하 장성들이 다시 한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적어도 세계의 중앙무대로 복귀한 데 만족스러워 하는 듯하다.

With JOHN BARRY in Washington, TAKASHI YOKOTA

in Tokyo, and MELINDA LIU in Beijing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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