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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중심지 아시아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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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주민들이 전기 생산을 위해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 집광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주민들이 전기 생산을 위해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 집광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은 독일, 일본 등이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부상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불황 속에서도 30%의 성장률을 보였다. 최근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추가 설치용량은 120㎿로 이는 지금까지 누적 설치량과 맞먹는다. 품목별로는 태양전지와 모듈 분야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09년 태양전지 생산량은 4100㎿로 전 세계 시장의 약 49%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태양전지 생산기지로 발돋움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 상위 10대 메이커 가운데 7개가 중국 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7개 중국 업체의 생산 능력을 합치면 총 6.4GW로, 전 세계 8.98GW의 7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성장세에 주목할 만하다.

 



중, 내수·해외 두 마리 토끼 잡아이렇게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데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의 영향이 컸다. 중국 정부는 신흥 전략산업으로 녹색산업을 지정,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06년 재생에너지법 발표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5개년 계획, 솔라 루프 톱(Solar Roof Tops) 및 골든 선 프로그램(Golden Sun Program) 등의 지원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작되는 12·5 규획 기간 동안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등 7대 신흥 전략산업에 대한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등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4조5000억 위안(약 780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2020년 태양광발전량 목표는 20GW로 지난해 발전량 대비 무려 7000% 높은 수치를 설정했다.

이러한 적극적 산업육성 정책은 태양광 관련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세제 혜택, R&D 자금 지원, 산업별 보조금 지급 등 정부의 전폭적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전례 없는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LDK 솔라, 골드윈드 등 대부분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또한 중국 정부는 신규 태양광발전소 설치비용의 50%, 독립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경우 70%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을 내놓았다. 또 중국정부는 최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새로운 태양광 지원제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정부가 13개 지역을 설정해 태양광 발전 시설비의 50%까지 지원하고, 추가적으로 와트(watt)당 4~6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자 중국 태양광 관련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8년 현재 폴리실리콘 원료 생산기업 37개사, 실리콘 잉곳 생산기업 143개사, 실리콘 칩 생산기업 138개사, 태양전지 부품 생산기업이 357개사에 달한다. 태양광 응용 제품 생산 공장은 1000여 개에 이른다. 지난달 솔라엔에너지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중국 태양광산업 비즈니스 전략 분석 세미나’에서 이황 TRI 부사장은 “중국의 태양광 생산 능력이 올해 10GW 수준에서 내년에는 13GW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생산량은 올해 약 5.8GW에서 내년에는 8.6GW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태양광 업체의 세계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중국 4대 태양광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21%에서 2009년에는 37%로 16%포인트 증가했다. 올해에도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정부의 자금지원과 저비용 생산체제의 이점으로 시장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09년 말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미국 태양광에너지 산업의 메카인 캘리포니아주 태양광 설비의 46%를 장악했다. 중국 기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캘리포니아주를 발판으로 삼아 미국시장을 석권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자국 시장을 내주는 것이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정치적 이유 때문일까.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이 미국 최대 태양광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 40%를 점유했다고 보도하며 “태양광 사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했지만 중국이 자금력과 노동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한 돈은 무려 346억 달러로 미국(186억 달러)의 두 배. 미국이 기술력에서는 조금 앞서 있지만 중국은 이미 태양전지 셀과 풍력 터빈 생산 용량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 5년간 설치용량 증가율도 79%로 G20 주요국 중 우리나라(249%)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솔린드라, 나노솔라, 미아솔 등 실리콘밸리 태양광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설비를 갖췄지만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에 맥을 못 추는 상태다. 솔린드라는 최근 7억3300만 달러를 들여 대량생산 공정을 완성했지만 중국의 태양광 업체에 비하면 작은 수치다. 중국 JA솔라의 경우 올해 1.8GW 용량을 생산하고 7000명 이상의 직원을 신규 고용했다.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는 JA솔라에 비해 솔린드라는 2011년 말 발전용량 목표가 겨우 300㎿에 불과하다. 이렇듯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자 태양광 모듈 가격은 40% 이상 떨어져 미국 기업은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클린테크그룹에 따르면 2010년 3분기 태양광 업체들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해 동기 4억5100만 달러에서 1억44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대규모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타 국가 제품에 비해 월등하다. 싸고 풍부한 노동력, 규모의 경제 등 저비용 생산구조는 중국 태양광기업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독일 기업보다 약 30% 이상 낮은 가격에 동종 제품을 판매한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은 한국이나 일본 제품보다 10~30% 저렴하고, 유럽산보다는 35% 정도 낮다. 모듈 제조비용이 유럽의 약 62% 수준에 불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中 가격·기술력까지 겸비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술경쟁력도 점차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선텍의 태양전지 효율은 2003년 15%에서 2006년 16.5%, 2009년에는 18.8%에 이르러 창립 8년 만에 일본 산요의 19%대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고효율은 한국 기업을 능가할 정도다. 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기업사냥도 서슴지 않는다. 2006년 일본 최대 태양광 패널 기업인 MSK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 태양광 기업에도 치명적 약점은 있다. 이런 중국의 약점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기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기세를 잠재울 여지는 있다. 중국은 아직 내수시장보다 수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 2008년 중국에서 생산된 태양전지 중 약 97%가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 팔려 나갔다. 2009년 수출 비중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90%를 넘나든다.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외부 환경변화에 바람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실제 2008년 경제위기로 태양광 분야 투자 감소로 350여 개 기업이 도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이 난립해 무분별한 저가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이 독일이나 덴마크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텍이나 잉리, 트리나 등 대표주자 몇 개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중하위 태양전지 및 태양광 설비 제조업체였다. 그렇다 보니 산업 밸류체인의 불균형이 심하고 제품 편차도 크다. 태양광 발전설비 생산량은 태양전지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편향돼 있어 해외경제 변화가 있을 경우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내년 태양광 시장은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 정부가 발전차액 보조금을 13% 삭감하면서 고효율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태양광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유럽 각국 정부는 예산 삭감을 위해 보조금 지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세계 태양광산업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10월 ‘태양광 산업, 연습게임은 끝났다’는 보고서에서 “최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최대 태양광 수요국들이 정부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태양광업계는 오히려 느긋한 반응”이라며 “각국 보조금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지난해까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태양광 기업들이 지속적 투자를 통해 효율과 생산성을 함께 높여왔기 때문이다. 또 보조금 삭감 속도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 기업들의 보조금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보조금을 삭감하는 국가 외 미국, 동유럽, 아시아 등의 태양광산업은 성장세가 높다는 전망이다. IMS리서치는 지난해 100㎿ 이상 용량을 구축한 국가가 8개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18개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발전 시장이 앞으로는 다변화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6%로 낮아지고, 내년이면 3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유럽 국가의 보조금 삭감이 태양광 기업에 호재일 수는 없다. 내수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통해 회사가 클 수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태양광산업 수직계열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기업은 보조금에 의존해 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독일 태양광 전문 리서치 업체 포톤(Photon)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의 태양전지 생산업체였던 큐셀은 지난해 4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60~70% 이상 급격히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동안 큐셀은 생산량을 0.8% 늘리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의 태양광 대표기업 큐셀과 솔라월드, 코너지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독일·일본도 재정비기술력에서 독일과 함께 우위를 점해온 일본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일본시장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자기 비판이 늘고 있다. 대표 업체인 산요나 샤프의 경우도 매출 절반 정도가 일본 시장에서 나오며 주택용이 대부분이다. 가격경쟁력에 대한 회의감도 고조되고 있다. 샤프의 경우만 해도 제품 가격이 미국의 퍼스트솔라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다. 일본 시장을 벗어났을 때는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5개년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560억원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 기업으로는 유기 태양전지 부문에 도시바, 스미토모, 파나소닉 등이 있고 박막 태양전지 부문에 카네카, 샤프, 산요 등이 있다

태양광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일컬어지며 많은 경쟁자가 참여하고 있다. 셀을 제조하는 회사만 전 세계적으로 300여 개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은 특히 중국 기업의 약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형근(건국대 교수) 지식경제부 태양광에너지 프로그램 디렉터는 “중국을 넘어서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의 양상 또한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이제 곧 1세대인 폴리실리콘 태양전지에 이어 2세대인 박막형 태양전지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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