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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코끼리 인도, 중국 제칠까

수퍼 코끼리 인도, 중국 제칠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G2 국가로 세계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국과 함께 친디아(Chindia)로 불리며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인도 경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현지에서 바라본 현재 경제상황과 앞으로 전망을 알아봤다. <편집자>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인도는 현재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앞으로 인도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다. 필자는 3년 전 인도에 왔다. 그 전에는 5년 동안 중국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두 나라 경제성장 방식의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인도 경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인도가 언제 고도성장기에 접어들 것인지다. 일본, 한국, 중국 세 나라 모두 일정 기간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인도 역시 이런 고도성장세가 나타날 것이고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인가는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과 중국·인도에서 경제상황을 지켜 본 결과 인도가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와 관련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인도의 독특한 신분제도와 지나치게 다원화된 사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도성장은 곧 압축성장을 의미한다. 경제발전의 속도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특정 부문에서 희생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원의 절약과 집중이 중시된다. 또 필요한 자원, 즉 자금과 노동력의 대량동원 체제가 가동된다. 하지만 인도는 이런 조건과 180도 다른 곳이다.



상류층은 현재 상태 유지 원해먼저 압축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도의 신분제도를 살펴보자. 한국, 일본, 중국 등 압축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의 특성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이 평등의식으로 무장한 일반 대중이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남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

으로 사회변화와 경제발전의 주역을 담당했다.

하지만 인도는 다르다. 애초에 사람은 신분에 따라 다르게 태어났고, 신분에 맞는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부와 권력이 편중된 채 수천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잘사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은 겉보기부터 다르다. 북인도는 특히 이런 현상이 심해 상류층과 일반 서민의 인종이 달라 보일 정도다. 현재의 인도는 양반과 상민, 천민이 분명한 조선시대와 비슷하다.

신분제도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교육이다. 독립 인도의 초대 총리인 네루는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이룬 소련의 모델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주요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하고 중화학공업 위주의 경제발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련의 성공 모델을 뒷받침한 의무교육은 애써 무시했고 오히려 고등교육기관 육성에만 힘을 기울였다. 네루는 카스트에서 최고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기 때문이다. 네루는 천민이 글을 배워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천민은 천민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데 이들이 글을 배우면 그일을 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생각에서다. 또 유식해진 천민이 브라만에게 대드는 상황을 네루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극단적 추측이기는 하지만 인도 상류층은 일반 서민, 하층민이 교육으로 유식해지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도의 문맹률은 공식 통계로만 30% 정도다. 하지만 어떤 분석에 따르면 문맹이 아니라는 기준이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인도에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 해도 교육받지 못한 인력은 산업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다원화된 사회도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인도는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그리스 시대 특정 시민 계층이 투표로 의사결정을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민주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교육수준이 높고, 정책을 이해할 정도의 역량이 돼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아직도 제대로 실현하는 나라가 적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졌고 독립 이후 군사 쿠데타 없이 민주적으로 정부를 구성해 이끌어 오긴 했지만 경제의 압축성장에는 불리하다. 의견을 조율하고 방향을 제시해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압축성장한 나라들을 보면 정치적 응집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일본은 자민당의 장기집권, 한국은 공화당의 장기집권, 중국은 공산당 체제에서 압축성장이 이뤄졌다.



사회 다원화로 고도성장 어려워인도에서 장기집권한 정권이 고도 압축성장을 이룰 수는 없을까. 과거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사회가 다원화돼 한 가지 사고와 사상으로 다양한 사람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가 너무 다원화된 것이 문제다. 다원화된 사회 구성원을 모두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면 민주주의가 요구되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의 압축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2003년 골드먼삭스는 2050년까지 경제성장 전망을 통해 앞으로 BRIC(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도 열풍이 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골드먼삭스의 분석에서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5~6%에 머무를 뿐이다. 어느 시점에 고도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은 없었다.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5~6%에서 꾸준히 성장해도 인도는 2050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된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도의 고도성장이 어렵다면 현재 일어나는 고성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좀 다르게 볼 수 있다. 외부 자금 유입에 의한 단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돈이 갈 곳이 없어 인도로 몰렸고, 이 유동성이 걷는 코끼리를 달리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코끼리는 숨이 차 걸음을 잠시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에 달리지는 않겠지만 원래 보폭대로 성큼성큼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

여기서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등장한다. 코끼리가 잠시 멈춘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돈이 몰려 부동산, 소비재 산업 등 일부에 투자가 집중됐지만 인프라 건설이 지체돼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코끼리는 잠시 멈추고 숨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이 외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가 숨을 고르는 동안 각종 개혁, 개방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험 역시 이때 발생한다. 인도 같은 큰 나라가 숨을 고르는 시간은 한국에도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힘든 시기에도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이다. 인도는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코끼리에 올라타려면 숨을 고를 때를 노려야 한다. 인도가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장기적 전략을 마련할 때다.

▎인도 델리의 쇼핑타운인 코넛 플레이스.

▎인도 델리의 쇼핑타운인 코넛 플레이스.



■ 인도의 현 경제상황

고성장 지속 … 투자·무역에서는 중국에 밀려
요즘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세에 고무된 모습이다. 인도는 201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8.9%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8.9%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경제성장률을 보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인도 정부 역시 201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5%에서 8.75%로 높이는 등 앞으로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 지표만 보면 인도의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도가 직면한 문제들 때문에 현재의 고성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내수가 경제를 주도한다. 지출 면에서 GDP(국내총생산)를 중국과 비교하면 양국 간 차이가 뚜렷하다. 중국은 내수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지만 인도는 무려 75%에 이른다. 투자는 중국이 48%, 인도가 38% 수준이다. 하지만 2003년 인도의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였음을 생각하면 투자 역시 크게 성장했다.

중국은 순수출이 4.4%지만 인도는 -5.5%를 기록했다. 대외교역 부문에서 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중국보다 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인도 경제가 앞으로 순항하려면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물론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투자 역시 더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산업생산에서는 2009년엔 2008년의 낮은 실적으로 두 자릿수 산업생산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0년 6월 들어 상승세가 급격히 떨어졌다.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15%대의 높은 산업생산 증가율을 보이다 상승, 하락을 반복하는 불규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수치는 10월의 10.8%로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로 복귀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성장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물가상승률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 1년 동안 진행된 물가상승 추세로 인도 금융당국은 금리를 인상하는 등 수요 억제를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 농작물 작황이 비교적 좋고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추세가 진정되고 있다. 인도의 도매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가뭄 때문에 높은 상승세를 기록해 2010년 3월부터 7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자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수차례 올려 물가상승 압박을 차단하고자 했다. 금리인상으로 산업생산이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적절한 정책을 펴 물가상승 압력이 줄었다. 이는 다시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게 돼 부진했던 산업생산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상수지를 살펴보자. 경기가 활성화할수록 적자 폭이 더 커지는 구조다. 2010년 1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무려 137억 달러에 달한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0년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이렇게 악화되는 것은 무역수지에서 큰 폭의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인도가 IT(정보기술) 아웃소싱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판매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적지 않지만 늘어나는 무역수지 적자 폭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특히 중국과 무역 상황을 살펴보면 무역수지 적자 상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인도는 중국과 무역에서 2007년 163억 달러 적자, 2008년 231억 달러 적자, 지난해 19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가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은 철광석 등 기초원자재지만 인도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주로 공산품이다. 인도 경제가 성장할수록 공산품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중국 공산품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인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 인도에 썩 달갑지만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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