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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통큰치킨’의 경제코드 넷

[淸論濁論] - ‘통큰치킨’의 경제코드 넷

▎ 이재광 경제전문기자 지역연구센터소장

▎ 이재광 경제전문기자 지역연구센터소장

‘통큰치킨’ 논란이 계속될 조짐이다. 소비자와 영세상인 중 누가 먼저냐는 질문에 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유통업체들의 ‘통큰’ 가격인하 경쟁이 쉬 시들 것 같지 않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에 이어 20만원대 초저가 PC인 ‘통큰넷북’을 출시했고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세일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SSM(기업형 수퍼마켓)까지 추가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유통업체일까?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통큰치킨은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을 내려면 통큰치킨이 갖고 있는 몇 가지 경제코드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시장과 정책 전반에 대한 코드다.

‘월마트화(Walmartization)’가 첫째다. 미국의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늘 최저가격’이라는 철학으로 시장의 승자가 됐다. 문제는 원가절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임금상승을 막고, 납품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경쟁업체는 물론 납품업체 역시 동일한 원가절감을 추진한다. 저가공세는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하나의 사회적 패러다임이 되는 것이다. 미국 노스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제임스 스미스 교수는 이를 월마트화로 불렀다.

월마트화의 사회적 결과는 무엇일까? 소비자 전반의 ‘빈곤화’다. 저가공급의 이면에 숨어 있는 원가절감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빈곤화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일찍부터 월마트화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적지 않은 사람이 5000원짜리 치킨을 먹겠다며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로부터 통큰치킨의 인기보다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먼저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런 시각이라면 갈등을 빚은 ‘소비자’나 ‘영세상인’은 모두 ‘서민’인 셈이 된다. 이것이 둘째 코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월마트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의 과잉공급으로, 이것이 셋째 코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론돼 온 과잉공급 현상은 몇 차례 불황을 겪으면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통큰치킨 논쟁에서 거론된 과잉공급의 주체는 주로 영세상인이었다. ‘열 집 건너 하나’인 골목 치킨집이 생존을 위해 통큰치킨 판매를 반대했다는 논지다.

하지만 SSM을 포함한 대형마트의 과잉공급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국에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마트의 과잉공급으로 이들 역시 언제 생존의 갈림길에 설지 알 수 없다. 잘나가던 몇몇 대형마트가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일은 아직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대형마트에도 ‘골목상권’은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코드는 통큰치킨의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윤을 내겠다는 기업의 ‘온당한 사유’가 사회적으로는 빈곤을 창출하고, 과잉공급으로 인해 유통업체는 목숨 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번 통큰치킨의 판매중지는 청와대 한 수석의 트위터 글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며칠 뒤 대통령은 이와 다른 발언을 했다. 과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철학과 능력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구심이 이번 통큰치킨이 갖고 있는 넷째 경제코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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