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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S] '탄소는 제 1·2차 대전보다 더 무서운 적'

[THE INTERVIEWS] '탄소는 제 1·2차 대전보다 더 무서운 적'



기후변화 문제는 각국 정부가 주도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사실 정부가 독자적으로 주도해서 될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갈수록 기업들이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쪽으로 바뀌어 간다. 기업들은 단지 주주의 이익을 높이려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라 선(善)을 옹호하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선 각국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포기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본다. 정부가 법규를 정해 기업들에 방향을 제시한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기 의회 선출자를 포함해) 미국인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경향에 놀랐나?만약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칠 확률이 50%라면 사람들은 보험에 들거나 아예 길을 건너려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후 재앙이 닥칠 확률이 50%라고 가정해 보자. 기후 재앙에 대비해서 최소한 보험에 해당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난 요즘 미국에 가면 지구온난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대신 지구상의 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돼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석유가 급속도로 고갈돼 간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몇 년 후면 석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게 되며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오르면 경기침체가 촉발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석유 공급과 가격의 안정을 원한다면 서구 국가들이 수입 석유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청정 연료 개발이 시급하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 없이 비행기를 움직일 연료를 개발해야 한다. 또 현재보다 훨씬 더 싼 비용으로 태양력과 풍력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청정 에너지와 자가생산 에너지를 장려하는 법규를 제정해야 한다. 청정 에너지 산업 분야가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세금을 감면해주고, 그 손실액은 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에너지에 더 높은 세금을 매겨서 보충하면 된다.



탄소 전략상황실(Carbon War Room: 기후변화 전쟁 내각이라고도 불린다)을 설립한 이유는?우리는 탄소를 세계의 적으로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탄소가 제1·2차 세계대전에 (가상의) 제3차 대전까지 더한 만큼의 위력을 지닌 가공할 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략상황실은 실체가 없다. 기업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어가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 많이 사용해 수십억 톤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계획이다. 탄소 배출 10억t을 줄이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는지 설명하고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설득하는 게 우리가 쓰는 방법 중 하나다. 기업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킨다. 우린 항공업계와 IT업계를 포함해 다양한 업계를 설득 중이다. 매년 10억t의 이산화탄소(독일의 전체 배출량보다 더 많다)를 배출하는 선적업계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우선 6만 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t당 연료효율을 평가해 A부터 G까지 등급을 매겼다(연료효율이 가장 좋은 쪽이 A, 가장 나쁜 쪽이 G등급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칸쿤 기후변화 회담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웹에 올렸다.

화주와 용선업체(선박 소유자에게 운송용으로 배를 빌려쓰는 업체)들이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줄 선박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과 아프리카, 그리고 극동 지역의 항구들을 상대로 A등급의 선박이 항구 진입을 원할 경우 타등급의 선박보다 우선권을 주도록 제안했다. 또 연료 충전 순서에서도 A등급 선박에 우선권을 주도록 제안했다. 우리는 또 각 공항에 연료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항공기의 공항 진입 제한을 제안했다. 일부 공항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런 항공기의 공항 진입을 금지했다. 런던의 히스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또 연례 기가톤상을 제정했다. 한 해 동안 탄소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업체에 주는 상이다.[2010년 수상자는 나이키와 3M, 보다폰 그룹, GDF 수에즈 유럽 지사 등이다.]



2007년에는 ‘버진 어스 챌린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250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상)’를 제정했는데 어떻게 돼 가나?신청자가 많다.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경쟁이 계속된다. 상이 제정된 뒤 약 3000~5000명이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많아 흥미롭다. 누군가 해결책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연료의 사용을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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