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부는 탈무드 이상 열풍

중국을 찾는 유대인이 자신의 종교를 밝힐 때마다 듣게 되는 인사치레가 있다. “(유대인들은) 아주 현명하고 똑똑하죠. 사업 수완도 좋고요.” 중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구글 사용자의 검색패턴을 통해 시대정신을 조명하는 구글 인기 검색어(Google Zeitgeist)는 2009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검색어 중 ‘왜’로 시작하는 문장에서 “유대인은 왜 뛰어난가”를 4위로 꼽았다. (2010년 중국어 ‘왜’ 검색 순위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렇게 유대 문화를 향한 애정은 중국 출판계에 하나의 놀라운 현상을 가져왔다. 탈무드 속 돈 버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서적의 연이은 출간이다. 유대교리가 금전적 성공에 도움을 준다는 중국인들의 막연한 믿음을 공략한 책이다.
‘탈무드 파헤치기: 유대인의 사업 원칙’ ‘유대인의 지혜’ ‘돈을 불러 모으는 탈무드 비법’ 등의 제목을 내건 책들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경영서적 바로 옆에 나란히 진열된다. 대만에는 ‘탈무드 성공 원칙’에 영감을 받은 탈무드 호텔까지 있다. 이 호텔의 모든 객실에는 ‘탈무드 경영 지침’이 비치된다. 중국에서 사업과 경영 비법에 관한 관심과 자기계발 서적 판매가 증가하면서 탈무드 속 돈의 원칙을 가르쳐 준다는 서적 출간 또한 봇물을 이루었다.
‘탈무드 파헤치기’의 저자 한빙(필명)은 유명 출판사가 앞다퉈 유대 경전을 다룬 서적을 출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민과 고립 등 “고대 유대인과 현대 중국인이 공유하는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업 원칙으로 그는 “고객에게 상품의 단점을 솔직히 공개해라”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 “감정적 파트너십에 의지하지 말라”와 같이 당연하면서도 보편적인 가르침을 나열한다. 탈무드 관련 서적의 판매 부수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유대인 자녀 교육’과 같은 위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탈무드 경영 서적은 현재 “매우 인기”거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라고 유대 문화와 역사, 이스라엘을 집중 연구하는 상하이 유대연구센터의 왕지안 부학장이 말했다. 탈무드가 “사업 운영과 재물 축적을 위한 지침서”가 됐다고 왕 부학장은 덧붙였다.
유대인을 돈벌이 전문가로 보는 중국인의 시선에는 서구와 달리, 끈질기게 유대인에게 따라붙는 종교적 적개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대인을 향한 중국인의 고정관념은 이들이 투자자로 중국에 들어왔던 19세기 중반에 그 뿌리를 둔다. 당시 중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던 실라스 하둔이나 사순 가문 후계자와 같은 거물은 대부분 유대인이었다. 19세기 상하이에 처음 진출해 에너지와 호텔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해 순자산 50억 달러로 중화권 국가에 사는 비중국계 인사 가운데 최고 부자로 손꼽히는 마이클 카두리 또한 유대 명문가 출신이다.
유대교를 향한 동경은 경영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오쩌둥 집권 시절,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십 수 명의 서구인 중 절반은 유대인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지식계급이 유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난징대학 유대교 연구 교수 쑤신이 말했다. 중국 언론 또한 특정 유대인의 뛰어난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첫 미국인 시드니 리텐버그, 마오쩌둥과 심층 인터뷰를 했으며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권력층 핵심인사들이 그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언론인 이스라엘 엡슈타인이 있다. 중국 감옥의 독방에서 16년을 복역했던 리텐버그는 석방 후 공산주의 이론가에서 컨설턴트로 변모해 공산당 지도자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기업 리텐버그 & 어소시에이츠의 사업 기반을 닦고, 마이크로소프트나 휴즈 항공사, 리바이스 등 굴지의 대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유대교 전문가들은 탈무드가 경영 지침서가 아니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계약법이나 상권 설정, 대금 이자 등의 문제를 언급하긴 하지만, 탈무드는 결코 ‘빨리 부자 되기’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고 뉴욕 유대신학교의 랍비 엘리저 다이아몬드 부교수가 말했다. “탈무드가 있어서 유대인이 똑똑하다는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탈무드를 언급하면서도 그 내용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는 듯했다. 돈 버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정보서로 인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유대교 부흥을 위한 차바드 루바비치 운동의 베이징 지사로 파견된 랍비 누씬 로딘은 말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우리 지사에서 어떤 비법을 배울 수 있는지 문의하는 서신을 받기도 했다.
탈무드에 돈 버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는 시각은 어떤 부작용을 수반할지 모른다. 탈무드 경영서적 2권의 표지에는 “탈무드를 읽지 않으면 유대인을 이기지 못한다”는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확인되지 않은 말이 적혀 있다. “반유대주의자면서도 자기 변호사로 유대인을 고용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고 다이아몬드는 말했다. ‘탈무드 파헤치기’의 저자 한빙은 유대인을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자신의 책이 “중국 사업자들의 어두운 방에 빛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그 책으로 삶이 바뀌었다고 연락해 온 사업가는 한 명도 없었다고 불평했다. “아마도 이런 책이 너무 많아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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