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돋보기] 웬만한 메뉴론 명함도 못 내밀어
[창업돋보기] 웬만한 메뉴론 명함도 못 내밀어
외식업종 중 소비자 요구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는 치킨전문점이다. 1980~90년엔 프라이드 치킨이 대세였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최근엔 웰빙 치킨이 유행이다.
소상공인진흥원 이광노 박사는 “창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룬 업종이 치킨”이라며 말을 이었다. “치킨전문점 업계는 생존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 요구를 반영한 메뉴를 개발해야 하고, 이게 치킨 업계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현재도 신 메뉴 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전문점이 많다.” 치킨전문점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를 위해 ‘치킨의 진화과정’을 살펴봤다. 과거를 제대로 읽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1980~90년 격변기] 프라이드 치킨 시대20~30년 전, 치킨전문점 업계는 단순했다. 프라이드 치킨 하나로 승부를 걸 수 있었다. 대규모 점포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됐다. 특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시장을 중심으로 매장이 형성된 게 특징이다. 이 시기엔 메뉴의 질보단 양이 중요했다. 푸짐한 양이 고객 발길을 유인하는 제1 전략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치킨은 모든 연령층이 가장 선호하는 간식이었다. 잘 따져보면 치킨은 한국 대표 간식 자리를 수십 년째 지키고 있다.
1980~90년대 치킨 시장은 격동기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시기다. 페리카나·이서방 등이다. 치킨을 파는 맥주전문점도 이 무렵 급증했다. 기본 메뉴는 역시 프라이드였다. 이를 계기로 치킨전문점의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치킨 시장 5조원의 발판이 마련된 게 이 무렵이다.
당시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면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프라이드 치킨의 원부자재 가격이 별로 들지 않아서다. 서브 메뉴는 양념 무가 전부였기 때문에 부재료 비용 역시 들지 않았다. ‘치킨전문점을 차리면 대박’이라는 관념이 형성된 이유다. 마진율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2000~06년 중흥기] 양념 치킨, 프라이드 잡다치킨전문점 업계는 2000년대 들어 크게 변했다. 메뉴는 다양해졌고, 양보단 맛이 중시됐다. 소비자 니즈를 고려한 치킨전문점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프라이드 치킨으론 승부를 내기 어려워졌다. 양념 치킨이 나타났고, 곧 대세가 됐다. 물론 지금 같은 양념 치킨은 아니었다. 초창기 양념 치킨은 말 그대로 고추장 소스에 버무린 수준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치킨전문점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치킨전문점 예비창업자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양념 치킨은 다양한 맛을 낸다. 고추장은 기본 중 기본. 간장·겨자·카레 등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한 양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교촌치킨이 고속성장을 한 배경엔 간장 양념 치킨이 있었다.
프랜차이즈 ‘치킨퐁’의 한윤교 대표는 “불과 몇 년 만에 양념 치킨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요즘은 시각적 효과를 올리는 양념 치킨까지 개발됐고, 매운 정도의 차이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양념 치킨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념 치킨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며 “새로운 소스를 들고 나타나는 예비창업자도 요즘은 두려운 상대”라고 혀를 내둘렀다.
[2007년~현재 웰빙기] 구운 치킨+α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치킨 업계도 꿈틀댄다. 치킨 업계는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이 좋은 새로운 치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개발된 게 구운 치킨이다. ‘치킨은 기름에 튀긴다’는 편견을 완전히 없애버린 메뉴다. 오븐에 치킨을 구우면 기름기는 쏙 빠지고, 육질은 담백해진다. 입맛이 까다롭거나 느끼한 걸 싫어하는 고객도 유혹할 만큼 육질이 그대로 보존된 구운 치킨도 있다. 구운 치킨이 새 고객 창출에 도움을 주자 많은 치킨전문점은 성능 좋은 오븐기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다. 치킨전문점의 창업 비용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구운 치킨은 그야말로 퓨전의 백화점이다. 겨자·카레·고추장 등 다양한 소스가 얹혀진 구운 치킨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쌈 형태로 싸먹는 치킨까지 유행한다. 만약 “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예비창업자는 아예 치킨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닭잡는 파로’ 백종옥 대표는 “치킨전문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독특한 맛을 가진 치킨이 있어야 한다”며 말을 계속했다. “맛만 좋아선 실패 확률이 높아요.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식감도 좋아야 하죠. 오랜 노력 끝에 최근 닭쌈이라는 새 메뉴를 출시했는데, 이제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치킨 시장은 고객의 트렌드와 니즈에 발맞춰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그 결과 치킨 업계는 창업시장에서 ‘영원한 블루오션 아이템’이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메뉴 개발에 게으른 사람은 제아무리 단골이 있어도 시장에서 밀려난다. 치킨전문점 업계를 만만하게 보고 창업했다간 막대한 손해를 볼 게 뻔하다. 예비창업자가 꼭 귀 기울여야 하는 말이다. 치킨 업계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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