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비밀클럽 ‘낭패로군…’
하버드대 비밀클럽 ‘낭패로군…’
200년 동안 하버드대 사회활동의 기둥을 이뤄왔던 전통이 흥행영화 한 편으로 금방 무너지진 않을 듯하다. 그러나 오는 27일(일요일, 미국 현지시각)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하버드대 캠퍼스 안의 삶이 연극을 닮아가고 연극이 삶을 모방하는 조짐이 나타난다.
헤이스티 푸딩 시어트리컬스는 남학생 전용의 하버드대 8개 ‘파이널 클럽(final club)’ 회원 여럿이 활동하는 극단이다(파이널 클럽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싸움을 벌이는 학내 엘리트 단체를 가리킨다). 그 극단의 최근 공연 전 무대 뒤, 학생들은 연출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정확한 묘사를 제대로 표현하려고 비지땀을 쏟는다. “나는 ‘하우 하이(How High)’나 ‘스틸링 하버드(Stealing Harvard)’ 같은 하버드대를 배경으로 한 끔찍한 영화들을 보면 기분이 언짢아진다”고 4학년생 타일러 홀이 말했다. “묘사가 너무 잘못됐다. 술에 취한 채 위키피디아에서 하버드대 정보를 읽고 각본을 갈겨쓴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연극은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인터뷰한 학생 7명이 제각각 기숙사방 난로 앞에 붙여진 특정한 안전 스티커를 예로 들었다). 막간에 4학년생 D J 스몰린스키가 연기자 휴게실로 뛰어든다. 다른 학생들이 “대사를 해봐, 대사를 해봐!”라고 소리친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작은 역을 맡아 제법 유명인사가 됐다(여학생과 동물을 비교해 점수를 매기는 장면에서 투표하는 학생 중 하나로 나온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의 8개 남성 전용 파이널 클럽이 주최하는 파티를 지나치게 타락한 모습으로 잘못 묘사했다고 학생들은 말한다(파이널 클럽은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가입하는 최후의 클럽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린다). 사실 그 영화는 많은 부분을 미화한다(예컨대 한껏 치장한 여대생들이 파이널 클럽 파티에 참가하려고 리무진 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 영화가 학생들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도 사베린이 클럽 회원모집 시즌 중 피닉스 클럽 신입회원을 위해 뉴욕시 명소의 테이블을 예약한 일이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사베린은 저커버그와 법정싸움으로 부자가 됐으며 영화 덕분에 유명해졌다). 파이널 클럽은 통상적으로 매년 250명 안팎을 초청해 신고식을 거행하지만 10% 안팎만 회원으로 받는다. 지난 학기, 비공개 통계자료를 목격한 한 지도교수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와 하버드의 타락한 면을 부각시킨 연극들 탓에 파이널 클럽에서 비롯된 알코올중독 사고가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한편 저커버그도 놀림감이 됐다. 그가 하버드를 중퇴한 뒤로 4년이 흘렀다. 따라서 현재의 학부생들에게 그는 그런 인물이 많은 학교에서 또 하나의 억만장자 동문에 불과하다. 지난 1월 헤이스티 푸딩 시어트리컬스는 영화배우 줄리앤 무어를 찬양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렸는데 저커버그를 주로 여자 하나 못 사귀는 머저리로 묘사했다.
하지만 클럽들은 아직도 저커버그를 비롯한 기타 소셜 네트워킹 창업자가 미친 영향에 대처하느라 애를 먹는다. 대다수 클럽하우스는 때때로 회원의 데이트 상대를 동반할 수 있는 제한구역을 둔다. 최근 그런 외부인들이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사진이 페이스북에 등장하면서 경계를 강화해야 했다. 학생들은 요즘 위치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 포스퀘어를 이용해 클럽을 수시로 확인한다. 한 4학년생은 포스퀘어에서 플라이 클럽의 ‘시장’으로 버젓이 자신의 신원을 공개했다. 파이널 클럽의 신중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트위터에선 @하버드후치스의 활약상이 큰 화제다. 이들은 “하버드 파이널 클럽에서 성관계를 갖고 남편감을 헌팅하는 보스턴대 날나리들”의 그룹이다.
하지만 하버드의 파이널 클럽들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포셀리언 클럽은 페이스북이나 인터넷뿐 아니라 TV, 라디오 그리고 전보보다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이번 소동과 소셜 네트워크를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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