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오른다는데 … 호가 뛰었지만 거래는 눈치작전
땅값 오른다는데 … 호가 뛰었지만 거래는 눈치작전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커)나 부동산 팀장이 땅값 상승지역으로 꼽아준 대표적인 곳을 직접 찾아갔다. 길 하나를 두고 매매가가 크게 차이 나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 일부 지역은 왜 투자자의 관심이 늘어나는지 전문가들이 더 궁금해했다.
[평택시 고덕 국제신도시]
“삼성전자요? 여기 아니고 저기 지제동 쪽이라는데.”
2월 22일 평택시 고덕면의 한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정장을 입은 기자를 재빨리 훑어본다. 그는 묻기도 전에 잘못 찾아왔다며 지제동 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사람이 이렇게 불쑥 찾아온다고 설명한다.
평택 땅값이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효과다. 지난해 12월 23일 삼성전자가 고덕 국제신도시에 신수종사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도시 내 산업시설부지 395만㎡(약 120만 평)에 신수종사업 단지를 조성키로 경기도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실제 입주는 2016년께나 돼야 한다. 고덕 국제신도시는 1350만㎡(약 500만 평) 규모로 토지 보상은 현재 90% 가까이 진행됐다.
실제 평택 땅값은 단기간에 크게 올랐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00만원이 채 안 되던 게 두 달 만에 130만~150만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매매 호가가 올랐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신용운 대영부동산컨설팅 이사는 “평택을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외지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여간해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투자할 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단지로 수용된 땅이 대부분이다. 송탄공단에는 공장이 들어차 있다. 절대농지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제역 뒤편 지제동과 방축리 일대 땅이 매매가 가능한 지역이다. 그나마 입지가 가장 좋은 지역인 지제동 길 건너편에는 한가운데에 이마트가 들어서 있다.
평택~충주 간 고속도로와 중앙로2가 대로가 만나는 사거리 인근에는 최근 부동산 몇 곳이 더 문을 열었다. 2주 전 문을 연 하나부동산의 이종수 사장은 “문의전화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지만 직접 찾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금을 보는 게 아니라 5~6년 후 삼성전자가 입주를 시작할 때를 대비해 미리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토박이인 천남규(60)씨는 삼성전자가 들어오는 지역으로 알려진 여염리 길 건너인 방축리 일대에 전답과 임야를 합쳐 3000평 이상의 토지를 가지고 있다. 얼핏 계산해도 40억원이 넘는다. 천씨는 “지금이라도 가격만 맞으면 다 팔고 싶은데 사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 올라도 너무 올랐다가 곤두박질친 게 여기 땅값”이라며 “오른 게 아니라 거의 다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모현지구]
부동산 매매의 원칙을 대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던진다’고 표현한다. 2월 22일 오전에 찾은 용인시 모현지구의 현재 상황은 ‘발목’에 해당했다. 이 지역의 대표적 호재는 제2경부고속도로다. 제2경부고속도로는 2011년 착공해 2013년 완공되는 서울~용인 간 39.5㎞가 1단계로 잡혀 있다. 몇 년 전부터 얘기가 나오다가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에버랜드의 대규모 확장도 모현지구의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2경부고속도로에서 모현지구로 연결될 도로의 노선은 결정되지 않았다. IC를 기점으로 대략의 추정만 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확장지역 또한 지역 부동산업계에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스키장 부지와 리조트 부지가 에버랜드 북쪽으로 연결되면 제2경부고속도로와 접하게 될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업자들의 예상이다.
모현지구는 한국외국어대학 캠퍼스와 에버랜드 진입로를 관통하는 45번 국도 인근이다. 국도를 따라 우측으로는 모현면, 갈담리, 초부리의 전답이 있다.
도로에 면해 있으면 평당 200만~250만원, 좁은 신작로를 따라 약 300~400m 들어간 곳의 전답은 120만~150만원 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약 20~30% 오른 가격.
모현면의 한 공인중개사는 “도로나 개발 지역이 확정되지 않아 당장 거래가 안 되지만, 이럴 때 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긴 한데, 개발 위치가 나오면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버랜드와 맞닿아 있는 유윤리와 신원리 일대의 취락지구도 호가는 평당 100만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산악지역이다. 산 밑이나 산과 산 사이에 작은 마을이 몇 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현지구 투자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현장을 와봐야 한다. 산이 많고 개발이 금지된 지역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모현지구는 개발계획이 확정된 곳이 두 군데 있었지만 실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곳도 있다. 초부리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답보상태에 있다.
모현지구의 또 다른 변수는 신도시다. 모현지구는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 예상지역으로 수년 전부터 거론됐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은 신도시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신세계쇼핑몰 부지 인근]
“교수님 땅도 이제 곧 시집 보낼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2월 23일 오전 대전시 한 부동산에 30분 정도 있었는데 수시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얘기가 이어지질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투자문의 전화보다는 매물을 내놓거나 매매를 독촉하는 통화가 대부분이었다.
대전시는 지난달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격도 9.5%나 올라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뛰었다.
먼저 찾은 곳은 유성구의 도안신도시. 하지만 도안시티부동산 최은희 공인중개사는 “도안신도시 인근 토지는 매매도 없고 호가 상승도 없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도안신도시는 면적에 비해 세대 수가 적다”며 “주변 땅값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부동산은 현재 투자문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관저동 신세계쇼핑몰 입점 부지 인근 토지와 용전동 신세계백화점 입점 지역을 꼽았다.
신세계는 쇼핑몰을 서대전IC 인근에 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아직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은 이미 개발지역으로 꼽혀 일부 공사 중인 4지구나 5지구를 제외하면 구봉산과 인접한 지역에 신세계가 들어올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요양원과 유치원, 주택 1~2채만 있는 한적한 곳이다.
이 지역 길 건너 구봉마을과 느리울마을의 아파트 가격도 소폭 올랐다. 옥수부동산의 주진헌 공인중개사는 “신세계가 들어올 지역 건너편인 서일여고 인근에는 나대지가 상당수 있다”며 “현재 가격은 평당 350만~500만원대가 대부분으로 지난해보다 5~1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은 대전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충청권 토지 가격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충청권 가격이 워낙 떨어져서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대전·평택·용인=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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