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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세보다 전세금 대출이 유리

반전세보다 전세금 대출이 유리

서울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 앞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전단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셋값 급등이 그칠 줄 모르고 있어 중산층의 한숨이 깊다. 전셋값 불안에 대한 우려는 이미 2~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수요가 불변하더라도 공급이 감소하면 균형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너무 당연한 결과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떠한 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전셋값을 낮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거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셋값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당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강력한 처방보다 중장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의 주체가 정부라면 일반주택 공급은 민간 건설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금자리주택은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닌 정부 주도형 주택사업이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공급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판교 신도시의 예를 보자. 판교 개발 계획은 1998년 5월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개발예정용지 지정’으로 시작됐다. 개발용지 지정에서부터 주거단지로 제 기능을 하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택지지구들은 주거단지 이외 각종 기반시설이 구축되기까지 판교 신도시보다는 시간이 덜 걸리겠지만 수도권 내 널리 분포돼 있어 단기간에 공급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민간 공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개발규제 완화만 주장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사업지를 공급하고, 금융규제를 완화하거나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심각한 전세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심 내 노후 주택들이 일정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만약 멸실이 진행될 경우 주변 지역 전셋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매달 증가하는 월세, 전셋값 부채질그렇다고 마냥 방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주택가격 격차를 심화하고 신규 공급 아파트의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을 끄는 정책보다 일시적으로 전셋값 급등세가 나타나더라도 도심 재건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활발한 재개발사업은 대형 건설사의 사업 위험을 줄이고, 자금조달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셋값 상승의 가장 커다란 원인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짐에 따라 매매 수요가 감소하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데 있다. 가계 지출 및 부채 증가에 따라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전세를 통해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이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신규 공급이 급속히 감소하기도 했지만 임대 물량의 월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월세 물량이 증가할까?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기조에 따라 월세 임대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이 월세가격까지 밀어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둘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소형 주택의 전세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세계약이 일명 ‘반전세’라는 형태를 띠고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오른 전셋값만큼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월세 부담은 중산층 가정에 큰 짐이다. 월세 전환 비율을 낮추기 위한 유인이 필요하다. 시행일로부터 5년간 전세임대 행위를 한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적용에서 해당 주택에 대해 영속적으로 배제한다거나, 5년 이상 전세임대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해 자녀 증여·상속 시 증여·상속가액의 10~20%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존 재고 주택 물량을 고려해 최대한 전세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직접 거주해야 하는 실수요 목적과 더불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매월 상승하고 있는 현상은 주택 수요가 자본가치 상승의 기대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매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조세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8·29 부동산대책 DTI 규제완화 조치는 수도권 내 9억원 이하 주택(주택투기지역 제외)에 적용하고 있는데, 3월 말이면 종료된다. 이 같은 조치의 기한 연장이 필요하고 기존 취득세 감면혜택 기한도 주택거래가 정상화될 때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3~4년간의 전셋값 상승에 대비해야현시점이 세입자에게는 큰 시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오르는 전셋값만 한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선적으로 가계 재무상황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목돈 마련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5% 이상 전셋값이 상승할 것을 가정하고 저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2억원이라면 매년 1000만원의 목돈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하다면 향후 금리상승에 대비해 미리 일부를 받고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굳이 미리 대출 받을 필요가 있을까 의아심을 갖기도 하겠지만 자산관리에서 한 손에는 대출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저축통장을 쥐는 것이 때로 효율적일 수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자연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되고, 저축액은 예비자금적 성격을 띠게 된다는 점이 가계 재무활동에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둘째, 반전세나 월세보다 전세자금 대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개인 신용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 수준은 월세 이율보다 낮고 금융거래를 많이 할수록 개인신용등급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향후 재건축·재개발 밀집지역을 최대한 피해 전세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 현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을 수 있지만 향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주변 지역 전셋값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실수요 목적이라면 주택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자. 전셋값 상승은 결국 주택매매 거래량을 증가시킨다. 단기적으로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겠지만 급매물이 소진될 경우 가격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본격적 가격 상승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내 집 마련을 실현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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