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대한민국 최고 가수의 노래 대결이라는 포맷으로 출발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방송 기획단계에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선발된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서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탄생할지 기대가 고조됐다.
방송을 보면서 ‘나는 가수다’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나름 뛰어난 아마추어들이 보여주던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다. 음악보다는 춤과 몸이 우선시되던 기존 음악 프로그램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노래가 주는 감동에 푹 빠져 울먹이고, 세대구분 없이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다양한 노래를 즐기는 청중 평가단의 모습을 보면서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울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수 경력 20년의 김건모가 7위가 된 후 재도전을 결정하는 과정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국 담당 PD가 중도 하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3월 27일 방송된 두 시간이 넘는 특집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들의 모습은 특별했다. 진짜 ‘가수’들은 정말 달랐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타이틀에 걸맞은 열정적인 사람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고 감동적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부자다’ 프로그램 만든다면…이런 생각의 끝에 ‘나는 부자다’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PD가 되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부터 상상해 본다. 기획 의도는 아래와 같다. 이 시대의 진정한 부자를 찾는다. 부자에 대한 막연한 시기와 오해들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부자들을 선호하지 않으면서도 행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부자 되세요’를 서로에게 외치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부자를 찾는다.
이런 개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기획단계에서 제작진의 첫 번째 고민은 ‘부자의 기준,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부자란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출연자들을 선택해야 할까? 막연하게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하면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 오너를 생각할 수 있다. 아마 부의 기준으로 절대적인 재산의 규모를 삼는다면 이들이 첫 번째 출연 대상자가 아닐까?
조금 다른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자수성가한 부자, 자신의 대에서 부를 일군 사람을 찾아본다면 아마도 웅진·본죽 같은 기업 오너나 벤처기업의 설립자 또는 대주주가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대중의 관심을 좀 더 불러일으키려면 연예계나 스포츠계 스타 부자도 섭외 대상으로 떠오를 것 같다.
출연자 윤곽이 잡히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부자, 진정한 부자를 선정할 청중 평가단도 구성해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서처럼 세대별로 평가단을 구성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모아 균형을 이루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을 꼭 끼워 넣으면 좋을 것 같다. 이들의 맑은 영혼이 선정하는 부자라면 좋은 점수를 줘야 할 테니까.
출연한 부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자신의 삶과 돈, 일에 대한 철학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출연한 부자나 평가단이나 시청자는 모두 나름대로 부자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부의 절대적인 기준을 중요시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자수성가하지 않은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시청자를 포함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부자에 대한 자신의 기준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 알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존경 받는 부자가 진짜 부자이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얼마나 부자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부자일까? 보통사람이 그 정도의 재산을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까? 그 많은 돈을 도대체 어떻게 쓰는 것일까? 그들이 사는 집은 시크릿 가든, 마이다스, 로열 패밀리 등 부자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런 집일까?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는 프로그램에서 탈락하게 된다. 수백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 좀 더 가졌든, 덜 가졌든 평가하는 보통사람에게는 큰 차이로 다가가지 않는다. 평가단과 시청자의 초점은 이제 ‘이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로 옮아간다. 아마 이런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자, 재벌가의 사람으로 태어나 선택이나 노력 없이 부자가 된 사람들은 프로그램에서 탈락한다.
물론 단순하게 재벌이나 상속 받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탈락하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서도 치열한 기업 생존경쟁 속에서 멋지게 기업을 이끌어가면서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숨어 있던 진짜 가수를 찾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던 것처럼 멋진 기업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 처음 프로그램이 기획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진정한 부자,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하면서 떠올릴 수 있는 멋진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 돈과 재산에 대한 멋진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 제주의 김만덕이나 경주의 최부자처럼 존경 받을 수 있는 부자가 아닐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부자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게 되고 우리의 자녀에게 “너도 저 사람처럼 훌륭한 부자가 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부자라는 명사 앞에 붙는 수식어는 바뀌어 간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자신의 노력으로 당대에 부자가 된 자수성가한 부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사랑 받는 부자.
상상 속의 이 프로그램이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 부자의 모습을 잘 담아낸다면 우리 사회는 부자에게 ‘그래, 너 잘났다’라는 편견과 질시의 시선보다는 인정과 칭찬, 그리고 함께 있음을 행복해하는 기쁨의 웃음을 보낼 수 있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진짜 가수의 노래로 감동시켰던 ‘나는 가수다’라는 멋진 프로그램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부자다’뿐만 아니라 ‘나는 교사다’ ‘나는 의사다’ ‘나는 아빠다’ 같은 프로그램,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직업, 자신의 위치를 멋지게 살아내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면 어떨지에 대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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