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금융권에 다시 부는 베트남 바람
Business >>금융권에 다시 부는 베트남 바람
금융권에 베트남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들은 현지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고, 증권사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보험사들 역시 국내 기업과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보험영업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금융업계의 베트남 진출 바람은 2007년에 불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은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 공략에 나섰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현지 금융사를 M&A(인수합병)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동안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가장 큰 요인은 현지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들이닥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서 베트남도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권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왜 베트남인가. 베트남은 중국, 인도와 더불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인구가 8500만 명에 이르고 특히 4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7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자본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현재 한국기업 2300여 개가 베트남에 진출했다. 1988년부터 2010년 말까지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직접투자 규모는 총 221억3000만 달러로, 228억 달러를 투자한 대만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다.
보험사·은행 성장 여력 많아3월 말 현재 베트남 금융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금융회사는 모두 30여 곳에 달한다. 국내외 금융사 가운데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법인 인가를 받아 독자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호주뉴질랜드은행, 홍릉은행, HSBC, 신한비나은행 등 5곳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하반기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한다. 국민은행은 호찌민 지점 설립을 위한 승인을 받아 오는 6월 개점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하반기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베트남의 두 자회사 신한비나와 신한베트남을 합병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홍성혁 호찌민 사무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 정부에 지점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통상 1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승인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 국민의 계좌 보유율이 현재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은행들은 큰 매력으로 여긴다. 한국계 기업들은 물론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10만 명에 달한다는 점도 이들에게 또 하나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홍 소장은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금융시장 성숙도가 가장 낮은 데다 인구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금융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권사들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는 102곳. 한국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이 진출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외국인은 큰손이다. 투자 규모의 15%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은 12.5%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베트남의 국영 조선회사인 비나신(Vinashin)이 지난해 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증권사의 수익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외국회사가 베트남에서 증권회사 지분을 6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돼 금융권의 베트남 진출은 활기를 더할 전망이다.
보험사들도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대한생명, 삼성화재, LIG손보, 삼성생명, 현대해상, 서울보증 등 6개사가 영업 중이다. 베트남에서 보험시장은 여타 금융업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규모(보험침투도)는 1% 수준에 불과하다. 젊은 층 중심의 인구 구성은 보험시장 성장잠재력을 크게 평가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금융사들이 현지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베트남은 개방화에도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의 심성택 부지점장은 “베트남은 아직까지 사회주의 체제인 만큼 부유층이 부(富)를 노출하기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저축을 할 여력이 되지 않고 부유층은 현금 보유 선호도가 높아 개인을 상대로 한 금융 영업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국 산업 보호 성향 강해베트남은 작은 중국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비나신의 디폴트 선언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취약한 재정, 은행권의 채무급증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는 급등하고 베트남 통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 등 경제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투자 증가세도 주춤거리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과 교포를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금융사들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연구소 장중호 연구원은 “신흥국가들은 성장잠재력이 큰 반면 불안요인이 상존한다”며 “베트남 역시 경제적 불안요인과 정부의 금융규제 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머스크 "오바마 시절 설립 미 소비자금융보호국 폐지해야"
2뉴욕 유가, 美 휘발유 증가에 혼조세…WTI, 0.07%↓
3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4‘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5‘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6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7‘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8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9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