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특화 산업 육성하라>> 특별함이 코리아 프리미엄 만든다
국가 특화 산업 육성하라>> 특별함이 코리아 프리미엄 만든다
미국은 세계 두뇌의 용광로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들어가는 유학생은 매년 70만 명에 달한다. 박사학위 취득자 중 3분의 1은 외국인이다. 이 중 30~40%는 미국에 남는다. 미 정부의 인재양성 시스템 덕분이다.
미국기업도 인재 욕심이 많다. 탐나는 인재는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포섭한다. 때론 자국민보다 높은 임금으로 유혹한다. 대다수 미국기업은 CEO를 고를 때 국적·성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실력만 있으면 그만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료기업 코카콜라의 CEO 무타르 켄트는 미국·터키 이중국적자다. 켄트의 전임 CEO 네빌 아이스텔은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수많은 인재는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은 인재의 천국으로 통한다.
이탈리아를 보면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애칭)의 푸른색 유니폼과 패션 클러스터가 떠오른다. 이탈리아는 속절없이 추락하는 섬유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그들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노르웨이는 자신의 조상 ‘바이킹’을 내세워 해양산업을 육성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자국을 대표하는 ‘무언가’가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게 약하다. IT(정보기술)·김치·제주도가 한국을 상징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의료서비스산업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경제특구 송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국가 이미지는 쉽게 구축되지 않는다.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당장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 특화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3만 달러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5명의 전문가가 해법을 제시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한국은 숱한 시련을 극복하고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우리 경제력·기술력 등 하드파워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문화 등 소프트파워는 아직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브랜드지수’ 조사(2010년)에 따르면 한국은 실체(실제 국가브랜드)는 18위, 이미지는 19위로 나타났다. 2009년보다 각각 한 단계 상승했다. 순위는 엇비슷하지만 실체와 이미지의 점수차는 크다. 실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00)에 육박하는 99였지만 이미지는 93에 그쳤다.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 결과는 한국의 브랜드를 더 많이, 더 넓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국가브랜드는 국가의 품격, 다시 말해 국격이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선 문화가치를 알려 국제사회의 신뢰와 존중을 받아야 한다. 우리처럼 고속성장의 길을 걸은 일본도 ‘경제동물’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 결과 일본의 국가브랜드는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경제동물이라는 오명도 어느새 사라졌다. 영국도 ‘런던, 세계문화 리더’라는 기치를 내걸고 현대성·창조력·다양함을 가진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독일은 기존 기술강국 이미지에 아이디어를 덧붙여 ‘아이디어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고속성장을 이루고, 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를 가진 국가로만 알려져 있다. 다른 뚜렷한 이미지는 아직 없다. 우리는 이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경제·과학기술 등 하드파워의 강점에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결합해야 한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내재된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 자연·생명·평화의 가치를 감동적 휴먼스토리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스토리를 첨단 IT기술과 접목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정신적 가치와 문화로 세계인과 소통할 때 한국 브랜드는 높아진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이를 통해 가까워진다.
윤여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보건의료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045억 달러에 달한다. 지금도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산업이 BT(생명공학)·IT(정보기술)·NT(나노기술) 등 신기술과 융합되면 국가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전체 산업의 평균보다 높다.
그중 의료서비스의 부가가치는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신약 등 R&D(연구개발)와 연계한 의료허브는 반드시 육성해야 할 정부의 당면과제다.
의료허브의 성공 사례는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태국의 경우 의료와 관광을 연계한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국은 최근 의료, 홀리스틱 요법(이른바 경락요법), 전통 마사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의료관광 서비스를 선보였다. 태국의 이 서비스는 매년 3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다.
한 해 150만 명의 의료관광객(의료+뷰티)을 유치해 800억 바트(약 2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제약산업에 기반한 의료허브가 아닌 관광 등 서비스 산업과 연계된 특화된 의료허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능성은 태국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신약개발 역량이 있다. 더불어 세계적 수준의 심장병·암 등 질환 치료기술과 성형·미술·헬스케어의 서비스 경쟁력도 높다. 특히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첨단 IT 인프라 기반을 활용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만들어질 신약 및 의료기기의 글로벌 성과와 연계할 경우 국가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의료허브로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이 아직 많다. 무엇보다 규모가 아직 작다.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 규모는 미국(871조원)의 34분의 1, 일본(378조원)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정부의 각종 통제정책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료산업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고 개방을 통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또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국가 인프라 조성을 위한 선행투자와 동시에 제3섹터 방식의 민간 전문성을 도입해 공공성과 자율성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세계적 의료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송도를 제2의 싱가포르로…
2월 말 삼성그룹이 바이오산업 거점지를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로 결정해 IFEZ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증명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글로벌 경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 경제특구 중 경쟁력 순위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는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을 크게 네 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자본유치형이다. 외환이 부족한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자본유치 자체가 최대 목표인 후진국형이다.
투자유치 기관의 성과는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금액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투자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얼마의 금액이 들어오느냐보다 그 투자가 고용창출·기술발전·시장확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FDI지표를 대체하는 ‘입주외투기업 경쟁력지수(가칭)’를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 4단계는 ‘비즈니스 허브형’으로 싱가포르가 택한 유형이다. 최고의 경영 및 생활환경을 갖춘 비즈니스 생태계를 제공하면 다국적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와 허브가 생성된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역시 비즈니스 허브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진국 단계인 자본유치형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기술집약적 R&D(연구개발)센터나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그 평가를 FDI 금액으로 한다. 이런 형태로는 우리 경제의 전환점이 될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의 롤 모델인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대기업이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에 입지한 IFEZ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입주해 외국인 투자기업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제조업의 산업별 고용계수는 10억원당 2.7명인 데 비해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은 14.7명으로 안정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IFEZ의 경우 존스홉킨스 국제병원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송도글로벌 캠퍼스는 1만여 명의 외국 유학생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외국 의료기관 설립 절차법이 통과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자유구역 사업 도입 취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IFEZ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이다.
참여정부는 당시 IFEZ를 동북아 비즈니스 국가건설의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로 경제자유구역은 6개로 확대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글로벌 경제자유구역과 5권역의 광역 허브 자유구역으로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한구현 한류연구소장
방송 콘텐트에 ‘스토리’ 넣어야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한류(韓流). 한류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남미에까지 영향력을 끼친다. 미 할리우드 다음으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문화의 첨병인 한류 덕에 대한민국은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류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한류 스타의 콘서트 티켓, 음반 수익 등 부수적 수입까지 감안하면 한류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류만큼 역동적이고 친근하며 수용력이 큰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특유의 발 빠른 흡수력은 한류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한류 열풍은 세계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다. 덩달아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의 가치는 상승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류는 크게 한류1.0, 한류2.0, 한류3.0으로 나눌 수 있다. 한류1.0은 우연히 인기를 끈 경우다. 송승헌·송혜교가 출연한 드라마 ‘가을동화’가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초 일본에 위성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 드라마가 종종 방영됐는데, 그중 대박을 친 게 가을동화다. 한류2.0은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다.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시대는 좋은 예다. 일본을 겨냥해 만든 이병헌·김태희 주연의 ‘아이리스’도 한류2.0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제 한류3.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한류3.0 시대를 열기 위해선 모든 콘텐트에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감동시키려면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스토리가 필요하다. 할리우드 대작 ‘해리 포터’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자본집약적 콘텐트 육성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다. 장기적이고 대대적 투자로 선진형 방송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방송 등 각종 콘텐트의 이야기를 만드는 역량 있는 작가를 육성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경쟁력 있는 콘텐트 하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한범수 한국관광학회 회장(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관광 콘텐트에 역발상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 해는 1978년이다. 이후 대략 10년마다 관광객 수가 두 배로 늘었다. 이른바 ‘10년 주기 관광객 배증의 법칙’이 오랫동안 지켜진 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만 명 시대가 열렸고, 10년이 흐른 1998년 4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870만 명을 넘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1년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이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관광산업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혹자는 관광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튼실하려면 전통적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문화 및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부문이 발전해야 한다.
G2 국가인 중국, G3 국가로 지칭되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다. 한류 열풍이 식지 않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관심을 끌 만한 관광 콘텐트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저가여행의 목적지로 전락할 게 분명하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관광은 잠재력이 크다. 의료관광, 요트 및 크루즈 관광, 템플스테이, 한옥체험, 순천만 생태체험 등 한국적 정서가 담긴 관광 콘텐트는 고가에 판매될 수 있다. 여기에 의외성과 역발상을 담은 다양한 형태의 관광 콘텐트 상품을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향후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광 콘텐트,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십분 수용하는 관광 콘텐트가 각광 받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관광 콘텐트는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관광 콘텐트 육성계획을 어떻게 진행하느냐다. 계획은 계획에 그칠 때가 많다. 계획에 상응하는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민관 모두의 과제다.
정리=이윤찬 기자 chan4877@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