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WM (Beached White Males) 세대의 비애

캘리포니아주 미션 비에이호에서 사는 브라이언 구델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신앙심 깊은 ‘엄친아’였던 그는 곧바로 상업 부동산업계의 안정된 직장에 취업해 탄탄대로를 달렸다. 2008년 정리해고될 때까지는 말이다. 17세의 수영선수로는 두 차례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52세의 구직자인 지금은 익사하기 일보직전이다.
필라델피아의 브록 존슨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매킨지사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자신의 든든한 배경을 자신한 그는 2009년 새 일자리도 알아보지 않고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CEO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존슨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전화가 쇄도하겠지 확신했다. 48세인 그는 이제껏 직장을 잡지 못했다.
미국의 양쪽 해안. 두 명의 실업자. 그리고 미국을 경영하던 또는 적어도 관리하던 회색 플란넬 정장 차림의 남성들에게 찾아온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
자본주의는 낙오자에게는 항상 잔인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과 우수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전통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해 왔다. 예전의 경기침체 때 그들은 일자리를 지키거나 아니면 마치 콜택시를 부르듯 또는 아침 5시 15분발 화이트 플레인스행 비행기에 탑승하듯이 쉽게 직장을 갈아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들 넥타이 부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경제정책연구소의 노동경제학자 하이디 시어홀츠가 말했다. 그리고 이들 일자리를 잃은 남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남성들이라서 대부분이 실업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여러모로 볼 때 지금까지 특권계층이었던 이들이 단지 무릎을 꿇은 정도가 아니라 큰 대자로 땅바닥에 나자빠진 듯하다. 어쩌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한 금융관련 블로그(Calculated Risk)에는 대졸 근로자가 45세 넘어서 “일자리를 잃으면 그걸로 끝장”이라는 글도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한때 BMW를 몰던 남성들이 지금은 BWM(Beached White Males, 뭍에 얹힌 고래처럼 방향을 잃고 무력해진 백인 남성)으로 전락한 셈이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분기까지 35~64세의 대졸 백인남성 중 60만 명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5%가 넘는 실업률이며 이 그룹의 불황 전 비율의 갑절에 달한다. 더 젊은 저학력 근로자와 소수인종의 어려움에 비하면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난번 경기침체와 비교해 보면 역사적인 변화다. 당시의 실업자 수는 그 절반 안팎이었다. 오늘날 최소 1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대졸 남성의 수는 닷컴거품 이후의 다섯 배에 이른다. 회계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뉴욕시의 경우 35~54세 연령대 남성 실업률이 10대 여성을 포함한 다른 어떤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잖아도 중년엔 위기가 찾아온다. 원활하지 못한 신진대사, 음식이 잘 내려가도록 하는 자주색 약, 신체의 일부분이 일어서도록 하는 파란색 약, 그런데 이젠 망할 놈의 직장도 못 구한다고? 강요된 게으름이 주는 가혹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다. 달라진 아내의 시선, 자식들에게 느끼는 미안함, 밥벌이를 못하는 가장으로서 상처받은 자존심,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벌떡 일어나 찾는 어둠의 피난처 인터넷 포르노, 마음속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것이 생활보호연금 수급자로 서서히 굴러 떨어지는 굴욕적인 과정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맨새션(Mancession, 여성보다 남성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경기침체)의 정신적 영향에 관한 조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4월 41~59세의 실업(그리고 불완전 취업) 남성 250명을 대상으로 독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다수가 중산층의 기혼 백인이며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 결과(도표 참조)는 BWM, 그리고 감정과 행동이 모순되는 남성 특유의 성향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자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예전처럼 좋은 직장은 구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집은 팔지 않겠다’ 또는 ‘우울하고 잠이 안 오고 성욕도 사라졌고 이제 아내가 생활비를 벌어야 하지만 부부관계 카운셀링은 필요 없어! 그냥 아내 등을 주물러주고 가사를 좀 돌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왕년에 큰소리 떵떵 치던 이들의 이 같은 좌절을 지켜보면서 내심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BWM이 고통 받으면 그의 부인과 자녀도 마찬가지다. 삶과 결혼, 그리고 미래가 위태로워진다. 이들이 누구며 무엇이 그들을 뭍으로 밀어 올렸는지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야기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가장 유명한 BWM 주인공을 가리켜 아서 밀러가 한 말을 인용하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브록 존슨의 경우를 보자. 그는 2년 전 포춘 500대 기업 경영자에서 물러난 뒤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어느 비 내리는 금요일 그의 침실 여섯 개짜리 자택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식사 약속을 했다. 아내와 다섯 자녀가 “정말로 돈이 얼마나 남았나? 이 집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나?” 궁금해 한다고 한다. 그는 최고경영자 자리를 찾는 e-메일을 하루에 40통씩 발송한다.

원래는 이럴 리가 없었다. 하버드대 시절 친구들은 존슨이 “CEO의 풍모”를 지녔다고 농담했다. 193cm의 키에 스포츠형 머리를 한 그는 방송국 사람들을 그린 드라마 ‘30 록’에서 알렉 볼드윈이 연기하는 캐릭터 잭 도너히와 닮았을 뿐 아니라 말투까지 비슷하다. 이력서에는 그의 장점이 ‘혁신적인 변화 경영’으로 묘사됐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링크드인 페이지에서 그는 자신을 CEO로 소개한다. 마치 그것이 호수처럼 푸른 자신의 눈동자처럼 불변의 특성인 양 말이다.
처음엔 휴가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곧 불신과 절망으로 바뀌었다. 가장으로서 권위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불경기에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어느 날 밤 초등학생 딸이 엄마에게 물었다. 중학생 아들 녀석은 두 주에 한 번씩 아버지의 홈오피스에 들러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아빠, 마음에 드는 일자리는 찾았어요?” 존슨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격이 맞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어울리고 연락처를 교환한다. 나로선 좀 실망스럽다. …내가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대부분 지인들의 지위가 나보다 낮다.” 이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직장이 있을 때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취업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창피하다.” 이제부턴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대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가 고개를 돌린다.
그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의 브라이언 구델이 들려주는 취업 실패담도 비슷하다. 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일종의 기업 홍보대사 격이었다. 기업들은 그를 고객과 함께 골프코스에 내보냈다. 그런 시절은 끝났다. “내가 가장 늦게 입사한 편이었다. 그래서 정리대상이 됐을 때 놀라지 않았다. 특히 이미 한 차례 감원 바람이 몰아친 뒤였으니까. 그러나 나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항상 두세 달 안에 일자리를 찾았는데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의 말이다.
구델의 부인은 그들이 거주하는 오렌지 카운티 교외의 잘나가는 부동산 중개인이다. 구델은 그의 실업으로 “부부관계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내는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고 한다. 하루 종일 정신 없이 일한다. 내 상황을 대단히 걱정한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며 그로 인해 늘 불만이 많다. 그러니 나도 숨을 못 쉴 지경이다. 아이들이 ‘아빠, 바닷가에 놀러 갈래요?’라고 물을 때 내가 해변에 나가면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는 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와 같은 남성들이 그런 지경에 이른 데는 어떤 개인적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경제 탓이다. 불황을 낳은 2007년 후반기의 금융위기부터 지금까지 전문직 백인 남성 실업자 수는 갑절 이상 증가해 100만 명에 이르렀다(30만 명에 달하는 판매직은 포함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금융업계가 가장 많은 인원을 정리했다. 거래 담당자와 사무관리직 30만 명 이상을 감원했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도 5만 명가량을 잘랐다. 주택시장 붕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축사와 엔지니어도 9만 명 가까이 일자리를 잃었다. 각 분야에서 실업률은 갑절 이상 증가했다.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자동화는 이제 블루칼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이 금융전문가, 회계사, 컴퓨터칩 개발자의 자리를 빼앗았다. 심지어 변호사도 지금은 재판자료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에 수백만 건의 문서를 입력한다. 관리, 기술 그리고 기타 화이트칼라 직종의 고용증가율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어쩌면 미디어 업계가 기술변화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았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ABC방송은 전체 직원의 25%인 400명 가까이를 내보냈다.
이들 남성 중 다수는 골프는 잘 쳐도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만한 능력이 전혀 없을지 모른다고 맨해튼의 중역 경력 컨설턴트인 주디스 저버그가 말했다. “원하는 대학을 나오고 마음에 드는 여성과 결혼하고 자신이 선택한 집을 구입했다면 한 번도 좌절을 겪어보지 못했다. 맷집을 키울 기회가 없었다.” 그녀는 고객들에게 하루 24시간이 기록된 차트를 건네준다. 그런 경영자 타이프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일정계획을 세워주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과 아주 흡사하지는 않더라도 대굴욕(the Great Humbling)임은 분명하다.
시곗바늘이 정오를 향해 가까워지면서 또 다른 면접자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는 노련한 면접관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려고 애쓴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브랜드먼대에서 전문직 실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6일 일정 집중훈련 과정의 이틀째다. 분위기는 12단계 면접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견습사원(The Apprentice)’을 합쳐놓은 듯하다. 팀명도 ‘해결사(The Closers)’ 등 눈길을 끌려 애쓴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은 일대 일 면접 훈련 시간이다. 현지에선 ‘경력 컨설턴트계의 존 우든’(UCLA 농구팀의 전설적인 스타)으로 불리는 72세의 늙은 여우 존 홀이 모의 취업 인터뷰를 진행한다. 연습일 뿐이지만 면접자가 너무 긴장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쩔쩔 맨다. 입 안이 마르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으로 셔츠가 젖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모의 면접관: “여기 찾아오기가 어렵지 않았습니까?”
면접자: “아뇨. 어제 차를 몰고 와봐서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모의 면접관: “귀하가 이 자리에 적합한 이유 몇 가지를 말해보세요.”
면접자: “아, 예. 그러니까, 음…” [어색한 침묵.]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는 집단 심리치료 같은 풍경이다. 한 시간의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수강자(모두 40~50대) 중 몇몇이 갈색 봉투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차에 ‘백수’임을 알리는 네온 사인을 달고 다니는 기분”이라고 칩 리덕스(42)가 말했다. 이들 불운한 그룹의 막내인 그는 6개월 전 판매직 일자리를 잃었다. 텔레콤회사 영업직이었던 데이브 산토스(56)의 사연은 더 가슴 아프다. 그는 3년간 실업자로 지냈지만 아내와 아이들만 그 사실을 안다. 어머니가 전화할 때는 거짓말을 한다. “매일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그는 말한다.
유럽인은 직장을 잃으면 체제를 비난하지만 미국인은 자신을 탓한다. “자기 반성의 문제로 바뀐다”고 ‘결혼의 역사(Marriage, a History)’의 저자 스테파니 쿤츠가 말했다. “내가 남자로서 뭘 잘못한 거지?”
이들 중년 남성이 아픔을 겪는다. 그들이 겪는 ‘전환기의 변화’는 생계수단의 상실뿐이 아니다. ‘남성 폐경기와 남성히스테리증후군 이기는 법(Surviving Male Menopause and The Irritable Male Syndrome)’의 저자 제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그것을 ‘이중고’라고 표현한다. 첫째는 “40~55세 남성에게서 호르몬 변화에 따라 심리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생의 변화”다. 둘째는 실업이다. “이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 최악의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 전에 히스테리, 분노, 피로, 기력상실, 은둔, 음주, 잦은 부부싸움의 과정을 거친다.”
성생활, 아니 성생활의 부재 문제도 있다.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 남성의 45%가 성관계에 관심이 줄었다고 시인했다. 그것은 악순환이라고 다이아몬드가 말했다. “직장을 잃었기 때문에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처럼 섹시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부부간에 문제가 더 많아진다.”
아내는 이성적으론 이렇게 말한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냐. 일자리를 구하려고 열심히 뛰어다니잖아.” 하지만 감정적인 문제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두 개의 남성관 사이에 낀 세대라고 쿤츠가 말했다. “남성이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사고 아래서 성장할 만큼 구세대에 가깝다. 하지만 아내가 직업을 가져도 위협받지 말아야 한다고 느낄 만큼 신세대에도 가깝다.”
생활수준의 하향이동을 감추려는 경향은 부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UCLA 사회학자 제니 브랜드는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인구그룹’의 인생궤적을 조사한다(지금은 백인 남성도 추가했다). 그에 따르면 직장을 잃은 사람은 우울증이 늘고 사회활동 참여가 준다. 이혼이 증가할 뿐 아니라 자녀의 학업성적까지 하락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제껏 실시한 조사를 보면 모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나타난다”고 브랜드가 말했다. “2~3년 뒤뿐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0년 뒤까지도 이번 불황의 영향이 미친다.” 보스턴 제조업체에서 정리해고된 네 명의 BWM을 다룬 영화 ‘컴파니 멘(The Company Men)’으로 호평 받은 존 웰스 감독은 그것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자신에게 익숙한 직업과 생활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경우 재취업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재교육은 어떨까?’ 전에는 퇴사하는 직원의 전직 비용을 기업이 부담했다.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이 드물다. 몇몇 주는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효과는 신통치 않은 듯하다. 2008년 미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최대 재훈련 프로그램의 혜택이 ‘작거나 거의 없었다.’ 언급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연령이다.
텍사스 A&M대의 경제학자 조애나 레이히의 조사 결과, 50세의 백인 남성은 연령차별법이 시행되는 주에서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작았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그룹과 연루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인 듯하다. 고용기회균등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연령차별 신고는 2008년 28% 증가했다. 그해 실업자의 75%가 남성이었다. 2010년 다시 증가해 2만3000건을 돌파했다. 그러니 고령자들이 머리를 염색할 만도 하다.
새로 실업자가 된 사람 중 다수는 컨설턴트로 직함을 바꾼다. 조지메이슨대의 경제학자 제프리 아이세나크에 따르면 이른바 독립 계약업자 수는 2005년 이후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그들 중 20% 이상이 관리, 영업, 금융업 종사자다. 이런 인력자원을 이용하는 고급 인재소개 업체가 속속 생겨난다. 수당이나 퇴직연금 보조로 인한 지출을 원치 않는 기업에는 매력적이다. 뉴욕의 비즈니스 탤런트 그룹(BTG)은 동원 가능한 BWM(여성도 일부 포함) 자원이 풍부하다. 그중 상당수가 관리자, 이사, 또는 최고책임자급으로 20여 년의 경력을 지닌 MBA다. BTG는 올해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타임워너 중역 출신으로 2005년 이 회사를 창업한 조디 그린스톤 밀러가 말했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업무에 평생직업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밀러가 말했다. 중역들은 통상 6~9개월 정도 정규직 일자리를 찾은 뒤에야 과거의 직책이 무엇이었든 지금은 기본적으로 풀타임 임시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한 달 전 존 홀의 집중취업훈련 과정을 마친 브라이언 구델은 현실에 적응하려 애쓴다. 그는 최근 대학을 졸업한 장남과 함께 인맥구축 행사뿐 아니라 릭 워런 목사(‘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의 새들백 교회에서 실시하는 ‘구직지원 사역’에도 참가한다. 옛 올림픽 코치와 함께 훈련도 다시 시작했다. 한때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의 그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들의 동정이다. “가령 암 같은 병에 걸린 뒤 정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 애쓸 때 사람들이 ‘몸은 좀 어때요?’라고 물으면 동정 받는 기분이 든다. ‘나는 강하니까 동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는 막 귀가한 아내 비키에게 수화기를 내밀었다. 그녀는 휴대전화로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샤워실로 달려간다. “여보!” 구델이 욕실로 그녀를 따라가며 소리쳐 불렀다. “전화기를 들고 샤워실로 들어가는 모양이네요. 뉴스위크 기자와 이야기 좀 할래?”
그녀의 구두가 타일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녀가 소리쳤다.
“일이 몹시 바쁜가 보네요.” 구델이 말했다.
어쩌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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