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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10대 그룹 CEO, 평균 나이 57세

[CEO] 10대 그룹 CEO, 평균 나이 57세



대표이사 92명 분석…여자 사장 한 명, 경기고·경복고 졸업생 많아“57세의 남성.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자녀는 2명, 취미는 등산과 골프. 흡연은 하지 않고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간판 CEO, 그들은 누구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자산 상위 10대 대기업의 계열사 중 상장된 회사 대표이사들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위와 같은 평균 모델이 나왔다.



40대 CEO는 세 명10대 그룹 사장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나타났다. 50대에 속하는 사장이 53명, 60대는 31명, 40대는 6명, 70대는 2명이다. 최연소 기록은 이부진(41) 호텔신라 사장과 정일선(41) BNG스틸 사장이 세웠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이고,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동생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오너와 친인척 관계가 없는 40대 CEO로는 김경배(47) 글로비스 대표이사, 이현승(46) SK증권 사장, 이석원(48) 디앤샵 사장이 있다.

세계경영연구원 한철한 상무는 “금융위기를 겪어본 기업들은 변화와 위기의 시기에 경험과 연륜이 많은 사장이 안정적 경영을 펼쳐주기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너를 제외하고는 70대 사장이 없었다. 오너 집안과 관계없는 전문경영인 중에는 36년째 롯데에서 일하고 있는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이 68세로 가장 나이가 많았다. 평균 나이는 올라갔지만 고령의 CEO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타워스왓슨의 박광서 대표는 연령이 높은 CEO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장단점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근속연수를 따지지 않고 성과 위주로 CEO를 임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역량 있는 CEO가 아직 한창 더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여성은 이부진 사장 단 한 명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두산캐피탈에 정옥희 대표가 오너가 아닌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됐지만, 두산이 올해 10대 그룹에서 빠지면서 단 한 사람에 그친 것이다. 여성 CEO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 대해 박 대표는 “요즘 CEO는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활발하게 사회 진출을 하기 이전의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기업 조직이 빠르게 변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여성 CEO가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대 그룹 사장의 출신 지역은 역시 서울이 가장 많다. 28명이 서울 출신이다. 다음으로는 부산(11명)을 포함한 경남권이 25명, 대구(4명)를 포함한 경북권 출신이 13명이다. 충청도는 대전을 포함해 9명, 서울 외 경기지역은 7명이다. 강원도는 3명, 전라도는 1명이었다.

출신 지역별로 삼성은 경상도 지역 출신 대표이사가 8명이었다.

한화는 충청도 지역 대표 기업답게 9명의 대표이사 중 5명이 충청도 출신이다.

출신 지역 편중에 따라 출신 고등학교의 집중 현상도 뚜렷했다. 특히 ‘삼경(三京)’으로 불리던 세 군데 서울 명문 고등학교인 경기고, 경복고, 서울고 출신이 많았다.

가장 많은 사장을 배출해 낸 학교는 경기고로 조사됐다. 김승연(59) 한화 회장, 권영수(54)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9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특히 LG에는 경기고 출신 사장이 4명이나 된다.

경복고에서도 7명의 사장이 나왔다. 경복고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재계 오너 집안 출신이 많다. 이외에도 중앙고, 서울고, 경동고가 5명씩을 기록했다.

경남이 고향인 사장이 많은 만큼 부산 명문고를 나온 이도 많았다. 부산 서구에 위치한 경남고는 허창수(63) GS 회장, 하영봉(59) LG상사 사장 등 6명이 졸업했고 부산고 출신은 4명이었다.

대표이사의 출신 대학은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편중 현상이 한층 심했다. 서울대 출신이 31명으로 전체의 33%에 달했고, 고려대가 14명, 연세대가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SKY 출신이 약 62%를 차지했다. 외국에서 학사과정부터 밟은 사장은 4명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자료에 나타난 7명의 대표이사 중 서울대 출신이 5명이고 GS는 7명의 대표이사 중 고려대 출신이 5명이나 되는 점이 눈에 띈다.

10대 그룹 대표이사의 학사 전공은 역시 경영학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23명이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학 등 상경계열로 범위를 넓히면 36명이나 된다. 이과 분야를 전공한 사장이 25명에 달하는데 전기공학과 8명, 금속공학과 6명, 화학공학과 5명 등이다. 사회과학 분야를 전공한 사장은 7명, 농업대학은 6명, 자연과학계열은 3명에 불과하다.

세계경영연구원의 한철한 상무는 “공대 출신 CEO가 예전에 비해 늘어난 것은 주요 그룹이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더 많이 뽑는 등 기술개발 총괄책임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92명 계열사 사장의 최고 학력을 조사한 결과 30명이 석사 학위를, 10명이 박사 학위를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박사 학위는 결과에서 제외했다.

학사 이후 학위를 해외에서 취득한 사람은 23명에 달했다. CEO의 학력이 높은 경향을 보인 그룹은 SK로 11명 중 4명이 석사 학위를, 4명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교수를 역임한 김택권 S&T대우 사장은 “CEO가 경영 능력을 기르는 데 학위를 따거나 공부를 더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며 “사회적 인맥 구축을 위해 최고경영자 과정을 가거나 ‘스펙’을 높이기 위해 학위를 따는 경우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대 출신 CEO 늘어CEO 중 일부는 자녀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 72명만이 이 부분에 대해 답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CEO가 5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75명의 사장이 한두 가지씩의 취미활동을 밝혔다(복수응답).

이 중 등산이 모두 20회로 CEO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골프와 기타 운동은 각각 13회, 독서 10회, 음악감상 8회, 바둑이 7회로 그 뒤를 이었다. 특이한 여가활동도 이따금 보였다. 허명수(56) GS건설 사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은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꼽았고, 허태수 GS샵 사장은 태극권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 10대 그룹 CEO’




“경직된 조직, 개성 있는 인재가 고친다”

잭 웰치는 만 40세에 GE의 CEO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그 정도로 파격적인 발탁 인사를 기대하기 힘들다. 위계서열을 중요시하는 조직과 직급 체계 때문이다. 10년 전쯤 국내 기업도 발탁 인사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상관이 된 후배에게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등 폐해가 있었다. 최근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젊은 피’ 수혈을 강조하지만, 결국 오너의 지시에 의해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일 뿐 기존의 경직된 시스템을 타파하기엔 역부족이다.

CEO가 일부 학교와 학과 출신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런 폐쇄적 문화를 극대화한다. 동종교배, 즉 비슷한 출신성분의 선배와 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이 동조와 무언의 압력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인사 체계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한 인재가 조직 내부에 많아져야 한다. 글로벌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꼭 필요한 조치다. 임원 이상 인사에서 정치적 고려보다 성과와 실적에 기반한 인사를 해야 새로운 인재들이 기존 체제를 넘어설 동력을 얻을 것이다.



■조사 어떻게 했나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자산 상위 10대 대기업의 계열사 중 상장된 회사 대표이사들의 이력을 조사했다.

각 기업이 제공한 자료와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분석했다.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의 상장 계열사는 모두 83개. 대표이사는 92명에 달했다. 복수의 대표이사 중 기업이 자료를 제공한 인물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항목은 나이, 성별, 출생지, 출신 고교와 대학, 전공, 그리고 주요 경력이다. 취미와 주량, 흡연 여부, 자녀 수는 일부 공개를 꺼린 CEO를 제외하고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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