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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내수 1등주에 주목

[Trend] 내수 1등주에 주목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등장한 빈 라덴. 빈 라덴의 죽음은 금융시장에 악재도 호재도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10년간의 추격 끝에 오사마 빈 라덴를 제거했다. 주식시장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재도 악재도 아니다.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오히려 보복 테러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키울 우려가 있어서다.

빈 라덴 사망보다 중요한 건 주가 수준과 상승 속도다. 주식시장은 이미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3월 15일 주가지수(KOSPI) 저점은 1923이었다. 5월 2일 고점은 2228이었다. 45일간 무려 305포인트나 올랐다.

급격한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보다 빠른 주가 상승 속도가 이런 ‘과속 스캔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주가는 기업 가치에 따라 결정되게 마련이다. 빈 라덴의 죽음에서 경제 또는 증시의 방향성과 관련된 의미를 찾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른다.



남유럽 재정위기 고조최근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양적완화 종료 우려와 달리 미국 주식시장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안도 랠리가 진행됐다. 일단 2차 양적완화 조치 종료는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급격한 유동성 회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 덕이었다. 게다가 실업률 하락 등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도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우리 주식시장 역시 주도주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나 LG화학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주식의 방향을 결정하는 첫째 기준은 분명 기업의 실적이다. 시장 주도업종의 대표주인 두 회사의 실적개선 폭을 들여다보자. 한마디로 주가 상승 속도를 초월하는 대폭적 실적 개선이라고 표현할 정도여서 앞으로 좀 더 오르리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월 주식시장 장세도 푸르러진 수목만큼이나 쑥쑥 클 것 같은 분위기다. 다만 상승세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변화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남유럽의 재정부실 국가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위기다. 4월 말 그리스의 국채 금리는 무려 25%에 이르렀다. 국채 금리가 25%라면 개인으로 보면 신용불량 수준, 즉 부도 상태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각각 11%, 12%대의 국채 금리를 기록 중이다. 5%대인 우리나라 회사채 금리의 두 배 수준을 넘는다. 한마디로 투기등급으로 쉽게 거래가 되지 않는 채권 취급을 받고 있다.

그리스 국채 문제는 현재의 금리수준이 유지될 경우 정부의 이자비용이 세 배나 늘어나게 돼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큰 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크레디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채 만기가 과거 몇 년 단위에서 최근 1년 미만, 심지어 몇 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리스의 국채는 3285억 유로(약 4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파장은 폭발적일 수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단기에 주가 상승폭이 크면 매도 규모는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시기를 보면 5월에 스페인과 그리스의 국채 만기가 몰려 있어 그리스 국채 사태는 조만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국채 문제가 다시 부각된다면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게 돼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4월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려했던 실적발표 시즌도 마무리되고 있다. 5월 주식시장은 대형주가 중심이 돼 추세 상승을 이끌었던 4월 증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여전히 강하고 기업의 실적호전 추세도 이어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의 가파른 지수 상승에 따른 부담, 고유가와 인플레 우려, 5월에 만기가 집중된 PIGS 국가의 국채 문제 등으로 주가지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도주 다변화 가능성시장의 또 한 가지 변화요인은 원화 가치 강세에 따라 주도주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 값이 2년8개월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 강세, 한국의 경상수지, 주가지수 상승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원화 강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경제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의 상승은 구매력을 강화해 내수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반면 수출 경쟁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다행스러운 건 현재 경쟁국 환율인 위안화 강세 폭이 크고, 지진 및 원전 사태에 따른 일본의 경쟁력 약화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장기적으로 내수주의 실적회복과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식음료와 유통 같은 내수 소비재는 물론 은행·증권업종 같은 금융산업, 나아가서는 건설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주의 주가 반등에도 원화 강세가 일조하는 것 같다. 좀 더 긴 안목에서 소외된 내수 우량주로 무게중심 이동을 생각해 볼 때다.

시장 전체적 측면에서 보자면 주가 변동성 확대와 조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분산투자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때다. 주도주의 주가는 단기 상승폭이 부담스러운 반면 제약·유통·은행·식음료·증권 같은 내수 1등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배 전후에 불과하다. 이제 소외된 업종의 1등주에 나눠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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