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회사 원하면 직원 건강 챙겨라`
`강한 회사 원하면 직원 건강 챙겨라`
직장인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괴롭다. 스트레스는 개인의 생산성과 능률을 떨어뜨려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는 기업의 손실로 이어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 87%는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이 2010년 17조6000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급증했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김상국(58)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의 직원 건강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기업에 건강증신 교육을 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김 교수에게서 기업의 직원 건강관리와 관련한 조언을 들어봤다.
기업이 직원 건강관리를 챙기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 건강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 직원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다. 직원의 건강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직장인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유는?“1994년 노동부에서 주최한 노동자 건강관리 워크숍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문위원 자격으로 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 특성상 단순 반복작업 등에 따른 어깨 결림이나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근로자가 많았다. 하지만 기업은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근로자도 일관된 작업활동, 잦은 음주와 담배, 불규칙한 식사를 반복하며 고통만 호소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지켜본 뒤 이들에게 직장 내 운동과 건강의 필요성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서 어떤 활동을 했나?“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체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생산수준이 저하돼 실수와 사고가 증가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시 그 자동차 공장 근로자는 심신이 모두 저하된 상태로 기초 운동능력과 심신의 정화가 필요했다. 현장방문을 마치고 곧장 작업 전, 작업 중간, 작업 후 체조를 통해 요통 개선 체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전파했다. 이후 1999년부터는 산업재해자 중 복귀를 앞둔 30명 안팎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매년 전·후반기로 나눠 건강증진 교육을 했다. 식생활부터 스트레칭, 명상, 근력강화 등 8주간의 건강 프로그램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건강프로그램 성과는 무엇인가?“그동안 고통만 호소했던 직원들이 스스로 ‘몸 가꾸기’에 나서더라. 7년간 400여 명의 근로자가 건강 프로그램을 마치고 현장에 복귀해 동료에게 전파하면서 공장 내에서 함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요통을 호소하던 근로자의 염증반응 단백질인 C-반응성단백질의 혈중수치가 2.5㎎/dL에서 1.5㎎/dL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운동이었지만 근로자에게는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다.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은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의욕을 고취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학교 내에 건강증진연구소를 설립했는데.“직장인 건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했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사회적 건강’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소에서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은 물론 운영, 평가 및 관리까지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10여 년간 200개가 넘는 기업의 직원 보건사, 영양사, 간호사 등 건강증진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해 왔다. 오늘날 건강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총체적 심신 건강으로 인식하는 웰니스(wellness) 개념이다.”
“경영진 인식 바뀌어야”
직원 건강관리에 대한 CEO의 인식은 어떤가?“몇 년 전부터 국내 현실에 맞는 EAP(근로자지원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참여가 미미해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 흔히 헬스케어나 복지 투자는 경영에 대한 부담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기업의 건강 투자를 막는 가장 핵심적 요인은 최고경영진의 이해 부족이다. 외국 기업 사례를 보고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은 직원 건강관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언제든지 직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회사 안에 헬스케어 센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정신건강 관리를 돕는 EAP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EAP협회에 따르면 미국 50인 이상 사업장의 33%가 EAP를 도입했고 EAP를 수행하는 교육기관이 1만2000개에 이른다.
CEO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직장 내에 피트니스센터 하나 마련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직원이 스스로 ‘내 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단 10분이라도 운동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하고 직원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채 서류 면제 혜택” 국민은행, 동계 체험형 인턴 채용
2HD현대, 대형선박 ‘자율운항·원격제어’ 실증 성공
3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ESG 확대에 전 계열사 힘 모아달라”
4케이뱅크, 지하철 역사 ATM 리뉴얼해 고객 편의 강화
5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이창용 “어려운 결정했다”(종합)
6"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7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쏠리는 눈…오후 개회 예정
8저축銀 3분기 누적 순손실 3636억…전년比 2090억↑
9나만의 롤스로이스 만드는 ‘프라이빗 오피스’, 전 세계 네 번째로 서울에 문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