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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車시장의 중심에 진입

중국 세계 車시장의 중심에 진입

중국 자동차사 지리(吉利)의 저장성 공장 조립라인. 지명도가 낮았던 지리는 볼보를 인수하며 이목을 끌었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신흥 자동차 메이커들은 과거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던 미국과 유럽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추 산업인 자동차 분야를 장악하려는 의도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중국을 저가 제조업 기반 국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중국은 막대한 달러를 쥐고 월가에 앉아 IPO(기업공개)로 나오는 자동차 회사 지분을 골라가며 쇼핑했다. 올해는 사들인 유명 자동차회사들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시점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차 한국GM 6% 확보영향력 발휘의 첫째 타깃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이 거론된다. 최근 중국 상하이차(SAIC)는 한국GM의 지분 6%를 획득했다. 상하이차는 지분 확보와 함께 상하이차그룹 산하 부품 제조사 등 자동차 관련 부문을 49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상하이차 6%, GM 77%, 산업은행 17%로 지분이 나뉘었다.

상하이차는 이미 한국의 쌍용차와 영국의 로버를 인수한 뒤 핵심기술만 흡수하고 팔아버린 전력이 있다. 한국GM을 포함해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 때문에 상하이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지분율이 낮아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논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보인 GM과 상하이차의 밀월관계를 곱씹어보면 상하이차의 한국 재진입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상하이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GM이 기업공개를 추진할 때 5억 달러 규모의 지분(0.97%)을 매입했다. 이에 더해 상하이차와 GM의 합작회사인 상하이GM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13%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서로 돕는 관계를 돈독하게 키웠다. 이에 비해 한국GM은 GM의 쉐보레 생산의 전진기지 성격이 강하다. 올해 1분기 GM이 판매한 222만 대 가운데 쉐보레는 절반에 가까운 110만 대를 차지하고 한국GM은 반조립생산을 포함해 그중 반인 46만 대를 생산했다. 내수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에 GM 입장에서는 거대시장을 가진 중국이 한국의 생산을 통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를 공략하게 된 데엔 GM의 덕이 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진 것은 지난해 이뤄진 GM의 IPO 때부터다. 2009년 6월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상장 폐지된 GM이 1년5개월 만에 자본시장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단행해 성공을 거뒀다.

당시 무너져가는 GM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었던 미국 행정부는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 산업 부활에 집중했다. 이에 따른 기대에 힘입어 GM은 IPO를 통해 232억 달러에 이르는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원래 GM 주식의 공모가격은 26∼29달러 선으로 예상됐지만, 공모 전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공모가가 대폭 상승했다. GM의 최대 주주인 미국 정부는 IPO 후 주식 매각을 통해 기존 61%에 이르는 GM 지분을 33%까지 낮추면서 GM에 지원한 공적자금 500억 달러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후 미국 내 공장 10여 곳의 문을 닫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져온 GM의 새턴, 폰티액 등 브랜드 매각은 이런 구조조정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자본으로 밀어주고 GM이 세계 자동차 회사 간 인수합병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일본 도요타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GM은 이참에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파트너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떠오르고 있다.

GM은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고급 브랜드 사브(Saab)를 약 4억 달러(4200억원)에 스웨덴 자동차 업체 스피케르(Spyker)로 넘겼다. 그러나 사브는 스피케르에 안착하지 못했다. 지난 4월께 사브는 유동성 위기를 맞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사브는 지난 3일 중국 자동차 업체인 화타이자동차에 넘어갔다. 화타이자동차는 베이징에서 1억5000만 유로(23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스피케르와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화타이의 투자액 중 1억2000만 유로는 스피케르 지분 29.9% 인수에 쓰이고 3000만 유로는 주식전환 가능 대출로 스피케르에 제공했다. 대출은 6개월 만기이고 향후 주당 4.88유로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 화타이는 이번 투자로 스피케르 및 사브와 제조기술·유통상의 합작을 포함한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중국이 외면한 허머 폐기GM은 중국에 브랜드가 팔리지 않으면 과감히 이를 폐기해버렸다. 미군용 험비로 유명한 초대형 SUV 허머를 중국 중장비업체인 쓰촨 텅중에 5억 달러에 매각하려던 GM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다른 입찰자를 찾지 않은 채 매물을 거둬들여 브랜드를 폐기해버렸다. 이외에도 GM은 독일에 있는 오펠과 영국에 있는 복스홀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매그나 인터내셔널에 매각하는 등 탈유럽 행보를 지속했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 인수합병 바람도 거세다. 스웨덴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 볼보(Volvo)는 포드 그룹에 속해 있다가 중국으로 넘어갔다. 볼보를 매입한 중국 회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지리(Geely·吉利)자동차다. 포드는 지난해 3월 28일 볼보를 지리자동차에 18억 달러(약 2조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볼보가 포드에 인수된 가격은 64억5000만 달러여서 지리자동차는 단지 28% 수준의 가격으로 볼보를 사들였다. 볼보는 1927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회사로 1998년 볼보그룹에서 분리, 포드에 인수됐다. 그 뒤 12년 만에 다시 중국 지리자동차로 주인이 바뀐 것이다. 포드는 볼보와의 기술협력에 대한 부문 모두를 매각조건으로 해 지리자동차는 포드와의 기술 및 부품 협력관계도 확보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국제적인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때부터로 지리자동차를 중심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의 세계시장 경쟁력은 한 단계 상향됐다. 볼보는 전 세계 시장에 40여만 대를 수출해온 대형 제조사로 지리사는 볼보를 교두보로 아시아 및 한국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중국 저장성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8년 지리자동차는 영국 런던의 택시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간브론즈홀딩스(MBH)를 사들이며 국제적 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리자동차는 2015년 연간 2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춘 대형 자동차 제조사가 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볼보 인수전에는 지리자동차 외에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도 참여했었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볼보를 인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계속 또 다른 외국 명차 회사 인수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대 영향권에 놓인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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