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앙드레김의 명품 빌라 ‘오르비제’
Real Estate 앙드레김의 명품 빌라 ‘오르비제’
2000년 호주 골든코스트에 부티크 호텔 ‘팔라조 베르사체’가 문을 열었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가 설계에 참여했다. 그의 화려한 패션 스타일은 호텔에 그대로 반영됐다. 2004년 프랑스 파리의 ‘프티 물랭 호텔’이 재단장하고 고객을 맞이했다. 이 호텔 리노베이션은 색채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맡았다. 패션 디자이너가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등 건축물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국내에도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건축물이 8월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타계한 앙드레김이 생전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고급 빌라 ‘오르비제’다. 앙드레김은 2007년 말부터 약 1년간 오르비제 외관, 내부, 조경 디자인을 지휘했다.
빌라 안팎에 앙드레김 문양 활용오르비제는 쌍용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일대에 짓고 있다. 가구당 전용면적 243.07㎡에 분양가는 30억~35억원. 규모는 지하 1층 주차장에 지상 4층이며 모두 4동 32가구로 구성돼 있다. 시행사인 진석건설 서성렬 본부장은 “일산엔 소득이 높은 사람이 많고 서울에서 가까워 고급 빌라를 짓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이들에겐 오르비제가 충분히 매력적인 주거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 지역보다 부지 매입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 고급 빌라를 지을 경우 부지 매입을 하느라 건축과 조경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일산에선 고급 빌라의 컨셉트에 맞는 건축·조경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서 본부장은 설명했다.
오르비제는 황금 초원을 뜻한다. 프랑스어로 황금을 뜻하는 오르(or)와 초원을 의미하는 독일어 비제(Wiese)를 조합한 단어. 평소 황금색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자주 선보인 앙드레김의 취향이 반영됐다.
앙드레김 외에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노메디카 연구소의 권소연 대표, 건축사무소 단우건축 심우근 소장 등 각 분야 디자이너 7명이 디자인에 참여했다.
앙드레김은 의류 디자인에 사용한 문양 중 건축물에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골라줬다.
권 대표는 이 패턴이 건물 외관과 내부 디자인에 사용될 수 있게끔 작업했다. 권 대표는 1주일에 두 번꼴로 앙드레김 사무실을 방문해 자신이 스케치한 디자인을 보여주며 논의했다.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옷의 잉어 모양 패턴이 오르비제 건물에 그대로 적용됐다. 권 대표는 “선생님께서 동양에서 잉어는 부를 상징하므로 집을 짓는 데도 사용해 보자고 제안하셨다”고 말했다.
앙드레김은 생전에 “평소 산업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와 건축에 관심이 많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오르비제 디자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아름다운 공간에서 따뜻하고 안락한 가정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한 바 있다.
문양 종류를 결정하는 일부터 어떤 자재를 사용할지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빌라의 전체적 밑그림을 그리고 컨셉트를 정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디자이너 7명의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지 3분의 1 30억원 들여 조경서 본부장은 건축 기간이 지연되자 애가 탔다. 하지만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앙드레김을 삼고초려해 아트 디렉터를 부탁했던 것도 기존 빌라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의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서 본부장은 황금 초원이라는 빌라의 뜻답게 조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앙드레김도 조경에 관심이 많았다. 권 대표는 “선생님은 40여 년 전 프랑스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를 본 후 자연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르비제에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쉼터를 만들고자 했다. 조경은 전문업체인 에버랜드가 맡았다.
이 빌라엔 앙드레김의 이름을 딴 앙드레 가든이 들어서게 된다. 앙드레김만의 독특한 문양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석재와 목재로 꾸며진 세븐 시즌 가든, 키가 큰 수목을 이용한 수목 터널과 조형 장식물로 이뤄진 오르비제 가든도 마련된다. 서 본부장은 “조경 비용만 모두 30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지 면적 중 3분의 1이 조경에 사용된다.
■ 오르비제 시행사 진석건설 서성렬 본부장
“빌라다운 빌라 짓겠다”
오르비제는 쌍용건설이 시공하고, 진석건설이 시행을 맡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일대의 고급 빌라다. 진석건설 서성렬(39) 본부장을 일산동구 모델하우스에서 만났다.
오르비제는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던데.일반적으로 빌라를 지을 때 부지 매입비용이 70%, 건축비용이 30% 든다. 그러나 우리는 부지 매입에 40%, 건축에 60%를 들였다. 개발업자는 입지가 좋은 땅을 저렴한 가격에 사야 하는데 당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건축 디자인과 조경이 왜 중요한가.평소 ‘빌라다운 빌라’를 짓는 것이 꿈이었다. 강남에 가면 고급 빌라가 널려 있다. 1년에 100곳이 넘는 모델하우스를 구경한다. 서울의 웬만한 고급 빌라는 전부 가 봤다. 그러나 디자인과 조경이 돋보이는 빌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편일률적인 빌라가 대부분이었다.
‘빌라다운 빌라’는 어떤 의미인가.고급 빌라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만족해야 한다. 첫째로 적정한 입지 조건이다. 수도권에서 너무 멀리 있으면 불편하다. 일산은 서울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 위치가 적합하다. 둘째는 조경이다. 고급 빌라는 충분한 규모의 녹지를 갖춰야 한다.
앙드레김 선생님이 이야기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입주자가 쉴 수 있는 정원이 필요하다. 셋째는 디자인이다. 아파트처럼 똑같은 디자인이 아니라 고급 빌라만큼은 품격 있는 개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수십억원의 가치를 하지 않겠는가. 오르비제는 이런 면에서 빌라다운 빌라라고 자부한다.
현재 오르비제 분양 상황은.지난해 말부터 분양하고 있다. 현재까지 19명이 가계약 형식으로 분양 받았다. 조경 작업이 마무리되면 분양률이 차츰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건설업에 근무했나.2002년부터 10년째 건설업에 몸담고 있다. 그전엔 건설 법무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거래 회사이던 시행사에 근무하게 됐다.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진 않았다. 그러나 주상복합, 아파트, 빌라 등 다양한 건물을 지으면서 집 짓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후 2007년 독립해 진석건설을 세웠다(현재 그는 진석건설 본부장과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오르비제 외에 진석건설이 시행 중인 다른 건물은 없나.KCC와 함께 경기도 광주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승인이 나서 7월이면 착공에 들어간다.
앞으로도 고급 빌라 위주로 지을 계획인가.아파트, 주상복합도 재미있지만 고급 빌라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현재 적정한 부지 몇 곳을 눈여겨보고 있다. 고급 빌라는 건축,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일 수 있어 집을 지을 때 느끼는 재미가 더욱 큰 편이다.
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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