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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0대 기업] 강덕수 STX그룹 회장

[한국의 100대 기업] 강덕수 STX그룹 회장

58위

STX팬오션 시가총액 1조7086억원 자산 5조6557억원 매출액 5조7689억원 순이익 1097억원 ⊙ 62위

STX조선해양 시가총액 2조2394억원 자산 6조7321억원 매출액 3조9402억원 순이익 754억원 ⊙ 89위

㈜STX 시가총액 1조1536억원 자산 2조9086억원 매출액 3조2456억원 순이익 305억원 ⊙ 95위

STX엔진 시가총액 7829억원 자산 1조8375억원 매출액 1조2207억원 순이익 584억원



1984년 경북 구미. 당시 쌍용그룹 계열사였던 승리기계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연례 행사인 고사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서울 쌍용양회 본사에서 행사를 점검하러 내려온 K씨(70)는 이 직원을 보고 ‘나중에 큰일을 할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그룹에서 승리기계까지 신경을 못 썼지. 그때는 거기를 한직으로 봤어. 열악한 곳으로 발령이 났는데도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이더라니까.”K씨가 눈여겨본 이 직원이 강덕수 승리기계 과장, 17년 후 STX그룹을 세운 강덕수 회장이었다.

“STX는 직원 대우가 좋다고 들었어요.” 대학생 박서휘(24)씨는 STX의 이미지를 묻자 “좋다”고 대답했다. “그뿐 아니라 TV광고를 보면 진취적이고 자기 분야를 선도하는 도전정신을 느껴요. 삼성이나 두산중공업 같은 오랜 역사가 있는 대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는 STX는 요즘 대학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한 곳이라고 했다.
두 사례는 STX의 과거와 미래를 말해준다. 쌍용중공업이 모태가 된 STX는 2001년 초 쌍용그룹에서 계열분리해 그해 5월 2일 경남 창원 엔진공장에서 출범을 알렸다. 강덕수 회장은 ‘시스템과 기술이 훌륭한 회사(System Technology eXcellence)’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지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STX는 자산 32조원, 연매출 26조원(2010년 기준)을 창출하는 글로벌 조선해운업체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회사 창립 10년 만에 재계 서열 12위(자산총액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5월 18일에는 STX중공업이 이라크 바그다드의 누리 알 말리키 총리 관저에서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디젤발전플랜트 건설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강 회장과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신뢰관계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M&A(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린다. 10년 동안 굵직한 M&A와 계열사 분리로 STX는 지주회사인 ㈜STX를 비롯해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유럽, STX중공업, STX메탈, STX에너지, STX건설 등 19개 계열사를 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 STX엔진 등 4개 계열사가 포브스코리아가 조사한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회사 설립 10년 만에 재계 12위 등극STX그룹은 조선, 해운을 중심 축으로 플랜트·건설, 에너지 사업까지 진출했다. 출발은 쌍용중공업이 생산하던 선박엔진이었다. 이때부터 강 회장은 “조선, 해운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M&A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강 회장은 출범 한 달 후 엔진부품을 만들던 소재사업부를 분할해 STX엔파코(현 STX메탈)를 설립했다. 그때 조선업 진출을 꾀하던 강 회장의 눈에 법정관리 중인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이 들어왔다. 같은 해 10월 강 회장은 인수에 성공했고 그룹 성장의 기반을 다진다.

STX가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MSC 베릴호. `2010년 최우수 선박`으로 선정됐다.

2004년 4월에는 선박엔진 부문을 STX엔진으로 분리했다. 조선, 해운이라는 그룹의 양대 축을 세운 것은 2004년 11월. STX는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엔진 부품(STX메탈), 엔진 제작(STX엔진), 선박·플랜트 건조(STX조선해양), 해운(STX팬오션) 등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조선, 해운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4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강 회장은 단지 덩치를 키우기 위해 마구 사들이지 않았다. 기존 사업과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M&A 후 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강덕수식 M&A’다. 일단 M&A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망설이지 않고 베팅한다. 대동조선을 인수할 때는 1000억원을 써냈다. 경쟁사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였다. 범양상선 역시 다른 경쟁사보다 20% 정도 비싼 값에 인수했다. 남이 얼마 쓸지 고민하기보다 인수할 기업이 STX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한 결과였다.

이렇게 사들인 기업들은 제값을 했다. 대동조선은 STX가 인수하기 전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지만, STX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꾼 후 글로벌 톱 조선사로 활약하고 있다. 인수 당시 3200억원이었던 매출은 4조원으로 늘었다. 범양상선 매출 역시 2조원에서 5년 만에 6조원으로 증가했다. 자원을 수송할 수 있는 뱃길이 트이자 강 회장은 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2002년에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를 인수해 신수종 사업으로 가는 길을 닦아놓았다. 2007년 STX솔라를 출범하고, 풍력발전설비 업체인 하라코산유럽을 인수해 STX윈드파워로 사명을 바꿨다. 2005년에는 공장 건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STX엔파코의 건설 부문을 분리해 STX건설을 세웠다.



2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창업 1세대강 회장의 M&A는 2007년 10월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하면서 정점을 찍는다. 아커야즈는 270년 역사를 가진 노르웨이의 조선회사로 STX의 인수는 그해 조선업계의 최대 이슈였다. 아커야즈 인수로 유럽에 진출한 STX는 한국-중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중국 다롄에서는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를 세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STX는 70여 개 해외 법인과 지사로 구성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2001년 자산 4391억원, 매출 2605억원으로 시작한 STX는 강 회장이 늘 강조하듯 신속하고(Speedy) 간단명료하게(Simply) 100배 성장을 달성했다. 동시에 평범한 사원이었던 강 회장은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강 회장은 2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창업 1세대다. 200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에게서 재계 원로들은 기업가정신을,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을 본다. 지금의 STX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으로 강 회장의 리더십을 꼽는 이유다.

그는 1950년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 태어났다. 서울 동대문상고,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3년 쌍용양회에 입사했다. 그가 회사원 때 꼭 CEO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월급쟁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는 그는 평사원 때부터 주인의식이 투철했다. 2000년 쌍용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였을 때 경영난에 빠진 쌍용그룹은 쌍용중공업을 한누리컨소시엄에 매각한다. 대주주인 한누리컨소시엄은 평소 뛰어난 주인의식을 보이던 강 회장을 CEO로 발탁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더 큰 꿈을 품었다. 모두 위기라고 하는 순간 용기를 냈다. 스톡옵션에다 아파트를 팔고 빚을 얻어 마련한 20여억원을 더해 값이 떨어진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들였다. 회사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의 도전은 시작됐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도전의 무대는 넓었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주목했다. 2001년 출범식에서 “그룹의 미래는 해외에 있다. 광활한 해외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STX그룹은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린다. 그는 1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보낸다. 지난해에는 5개 대륙 12개국을 방문해 글로벌 경영을 지휘했다. 이때 이동한 거리가 5만5000㎞, 지구 한 바퀴 반에 가깝다.

지난해 초 강 회장이 이라크를 방문할 때 일이다. 이날 이라크에서는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당연히 임원들은 출장을 말렸다. 하지만 강 회장은 “사업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출장을 강행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외국에서 협상에 한계가 느껴지면 사장이든 회장이든 언제든 찾으라”며 스스로 영업맨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무슨 사업이든 ‘글로벌 톱3’가 목표그의 경영철학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직원 우선주의’다. 강 회장은 STX를 경영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2005년 그룹 공채에서 신입사원을 뽑았을 때를 꼽았다. 당시 440여 명이었던 채용 규모는 2500명으로 늘었지만 강 회장은 지금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최종면접에 참석한다.

그는 “글로벌 경영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1조원의 이익보다 1만 명의 고용이 더 의미 있다”며 인재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STX팬오션은 국내 해운업계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기숙사 STX창조관은 최고급 시설을 자랑한다. ‘해신 챌린저’는 크루즈선을 타고 중국 주요 도시를 방문하는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1인당 경비가 1000만원에 달한다.

인수한 기업의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M&A로 회사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을 샀다”는 강 회장의 말은 유명하다. 그는 범양상선을 인수할 때 직원 이탈을 막으려고 전보다 더 좋은 대우를 약속했고, 아커야즈 인수 때는 반대하는 노조를 만나 직접 설득했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 홍경진 STX 사장이 범양상선 출신이다. 이는 그가 조직을 가리지 않고 고루 인재를 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재를 중시하는 리더십, 과감한 결단력과 도전정신으로 유례없는 성공신화를 쓴 강 회장. 그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10년 전 내수시장 1위를 목표로 했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다”며 “인수든 신사업이든 처음부터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STX의 10주년 기념행사는 중국 다롄에서 열렸다. 10년 후 강 회장이 지구 어느 편에서 2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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