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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덩치만 큰 1등은 필요 없다`

[CEO] `덩치만 큰 1등은 필요 없다`



올해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메가뱅크론이다. 산은금융지주가 매물로 나온 우리금융지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둘을 합하면 자산 500조원의 금융그룹이 된다.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에 매달리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의 M & A(인수합병)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은행권에서는 살아남느냐 아니면 먹히느냐의 생존게임이 치열할 전망이다. ‘생존’과 ‘성장’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는 각 은행장을 만나 필승 전략을 들어본다. <편집자>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동안 독자생존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방향을 잡고 있던 우리금융에 산은지주와의 M & A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사 부도 확산으로 PF(부동산파이낸싱) 부실 연체율 증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딩뱅크 선점을 위해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생존 경쟁력 확보에도 신경 써야 된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이순우(61) 행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취임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현장을 직접 찾아 고객들을 일일이 만나며 인사하는 게 주 업무다. 결재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빼고 거의 밖에서 지낸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고객과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 수석부행장 신분으로 갈 때보다 은행장 명함을 들고 가니 더 반가워하더라(웃음). 앞으로 중소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생각이다.”



최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PF사업에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발행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PF사업은 4~5년의 장기 프로젝트다. 그런 사업에 단기성 CP(기업어음)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맞지 않다. (법정관리 철회 여부에 대해)아직까지 결정 난 것은 없다. 삼부토건에 7000억원가량을 대출해주는 대신 삼부토건이 르네상스호텔을 팔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조건을 전달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삼부토건 (조남욱)회장을 만났을 때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부토건과 공동사업단인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행이 유력해지고 있다. 앞으로 헌인마을 개발은 삼부토건이 맡게 되나.“대주주가 동양건설을 살려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동양건설과 삼부토건이 함께 이번 개발을 끝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양건설산업이 PF에서 빠질 경우에 대비해 제3자 인수 등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고민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최근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에 대한 ‘꼬리 자르기’가 논란이 됐다.

“부실 계열사를 법정관리로 보내는 기업은 ‘나쁜 놈’이다. 기업을 퇴출시키면 은행에 부실을 안겨주게 되고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은행들은 기업 규모를 보고 계열사에 대출해줬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PF 부실이 많다. 해결 방안은 있나.“현재 우리은행의 부실 규모는 2조원 가까이 된다. 부실 비율이 30%로 다른 은행보다 2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음달 안으로 사업장별 수익성을 살펴보고 시행사나 시공사를 바꾸는 등 정리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매각이익으로 들어온 9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처리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숙원인 민영화 일정이 재개됐다.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나.“민영화는 주인(정부)의 몫이다. 우린 민영화 방안에 맞춰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신 불안해할 수 있는 고객을 안심시켜 고객이탈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꾸준히 영업에 집중하면 우리금융의 가치가 높아져 민영화를 수월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대형화가 은행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나.“규모는 숫자에 불과하다. 은행이 갖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몸집 불리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나가서 영업하는 데 한계가 많다. 그 이유는 우리 통화가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달러를 조달하고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사이즈가 크다고 해외에서 장사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어나 해당 국가의 언어가 능통하고 영업력을 겸비한 전문인력 양성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분야에 집중할 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은행을 어떤 방향으로 키우고 싶나.“규모보다 제대로 된 기업금융을 하고 싶다. 우리의 강점은 기업금융이다. 우리은행은 37개 주채무계열 가운데 15개 그룹의 주채권 은행이다. 71만 개의 중소기업이 우리은행과 거래한다. 장사하기 쉬운 리테일(소매금융)보다는 다른 은행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비올 때 우산 씌워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게 은행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누가 은행장이 돼 직원에게 무엇을 요구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요구한 게 없다. 요구하고 싶은 일은 내가 먼저 하면 되니까. 2004년 개인고객본부장 시절부터 1000여 개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직원과 술을 마셨다. 폭탄주를 마시더라도 먼저 마시고 술잔을 돌렸다. 먼저 건배하고 직원의 얘기를 들어주니 직원도 마음을 열더라.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현장에 있는 직원들도 고객을 먼저 배려하길 바란다. 행장이 고객에게 90도로 인사하면 직원도 90도로 인사하지 않겠나. 은행의 주인은 고객이라는 생각을 갖고 ‘고객’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순우 행장은 누구?



친화력 탁월한 ‘행복한 사람’이순우 행장은 “은행은 사람 장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명함도 세 가지 버전으로 들고 다닌다. 일반적인 명함, 고객을 위한 명함, 가톨릭식 명함이다. 이 행장은 “1600만 고객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은행을 찾는다”면서 “명함도 만나는 고객에 따라 각각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 명함에는 얼굴 캐리커처를 넣었고, 고객을 위한 명함에는 ‘고객을 섬기겠다’고 적혀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신자들에게는 ‘믿음·사랑·소망’이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내민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지난 3월 행장 취임 후 첫 축하전화도 고객에게서 받았다. 이 행장은 “오랫동안 고객과 지내온 만큼 호형호제하는 분들도 있다”며 “고객에게서 가장 먼저 축하전화를 받은 행장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표정 하나도 신경 쓴다. 직원들에게는 격려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가급적 표정을 밝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행장은 1950년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뱅커로 출발했다.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직후 초대 인사부장을 거쳐 2002년 기업금융단장을 맡았다. 이후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LG카드 구조조정 실무를 총괄했다. 2004년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과 수석부행장을 지냈다. 2011년 3월 우리은행 내부 출신 가운데 두 번째로 행장에 취임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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