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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공돈, 두 주만 은행에 넣어두라

[Trend] 공돈, 두 주만 은행에 넣어두라

로또에 당첨됐지만 계속 가정부로 사는 주인공의 사랑과 인생을 그린 드라마 `로맨스타운`의 주연 배우 정겨운, 성유리, 김민준(왼쪽부터).

대한민국 1%가 모여 사는 1번가. 이곳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와 이들의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가정부가 함께 살고 있다. 3대째 가정부 일을 하고 있는 윤순금(성유리)은 쫓겨난 날 당첨금 142억원인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다.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1번가에 사는 사채업자 황용(조성하)에게 복권을 양도하고 현금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된 윤순금. 평생 벌어도 만져 볼 수 없는 돈을 벌고서도 도박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당첨 사실을 숨기고 가정부로 계속 사는 윤순금과 사연 많은 가정부들, 그리고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1번가 주인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랑과 인생 이야기가 ‘로맨스타운’이라는 드라마에서 펼쳐지고 있다.

가정부였던 여자가 100억원 당첨금의 로또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복권에 당첨된 순금은 백화점에서 1800만원을 주고 옷을 사고, 가족처럼 여기는 친구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으로 15억원짜리 집을 사기도 한다. 드라마는 가정부의 복권 당첨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돈과 사랑, 부자와 가정부,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나가고 있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하는 로또 복권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2조4316억원이라고 하니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이 평균 1만원씩 산다고 가정하면 매주 467만 명이 이 확률에 베팅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복권에 당첨된 윤순금의 행복한 횡재를 꿈꾸며 매주 복권을 산다. 하지만 우리는 복권 당첨 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행운을 지키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주위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져버린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복권 당첨 같은 횡재는 아니더라도 뜻밖의 행운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니던 회사가 상장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으로 몇 억원씩 차익을 남긴 사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갑자기 금싸라기 땅으로 변해 벼락부자가 된 사람, 대박 아이템 하나로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 등 불로소득은 아니지만 행운을 거머쥔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중 많은 사람은 행운이 그 사람을 망쳤다는 평가를 듣는 삶을 살아간다.



왜 공돈은 쉽게 써버릴까?복권 당첨의 경험이 없는 필자나 엄청난 행운을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온 횡재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 일상을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이미 그런 모습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공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오래전에 빌려주고 까먹고 잊고 있다가 돌려받은 돈, 옷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돈, 휴면 계좌에서 발견한 돈, 연말 성과 보너스,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돈 등 우리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돈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공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돈이라는 이름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있기 때문에 공돈이 생길 때 사람은 소비충동에 약해지고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공돈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다양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연말이 되면 기본급의 100%가 넘는, 심지어 500%, 1000%에 달하는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가 더러 있다. 연말 보너스는 공돈이 아니라 자신이 일한 성과에 대한 보답임에도 불구하고 이 돈은 너무 쉽게 지갑을 떠나버린다. 연말 거액의 보너스가 주어지는 대기업 주변을 가보면 불야성을 이룬 술집, 취한 채 비틀거리는 남자들과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여직원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연말정산으로 환급 받은 돈에 대한 태도도 비슷하다. 매월 월급을 아껴 저축하면서 알뜰살뜰 사는 사람도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받은 이 돈을 마치 공짜로 생긴 돈처럼 여겨 사고 싶었던 사치품, 월급으로는 사지 않을 물건을 사는 데 써버린다. 상금을 지급하는 퀴즈 프로그램에서도 공돈에 대한 이런 심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상태에서 멈추면 500만원을 가져갈 수 있고, 계속 도전해 문제를 맞히면 1000만원을 획득하고 틀리면 이미 획득한 500만원도 없어지는 스타일의 퀴즈에서 많은 사람은 도전을 감행한다. 만약 이들에게 자신의 돈 500만원을 걸고 퀴즈에 참여하라고 하면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이미 획득한 500만원은 자신의 돈이 아닌 공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자하던 펀드나 주식이 갑자기 올라 수익이 늘었을 때, 사 두었던 아파트 가격이 올랐을 때 등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공돈이 생겼을 때도 여유로워지는 우리의 이런 행동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에게서도 나타난다. 설날 어른들로부터 세뱃돈을 받아 평소 받던 용돈보다 큰돈을 갖게 된 아이들, 집을 방문한 할아버지나 친지들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용돈을 받게 된 아이들은 그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고 친구나 동생에게도 아주 너그러워진다.



펑펑 쓰는 공돈으로 목돈 만들어라이제 공돈의 심리학을 극복하기 위해 공돈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보자. 13번째 급여라고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연말정산 환급금은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예를 들어 50만원을 매년 환급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 돈으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거나 아내와 멋진 데이트를 즐기는 데 쓰지 않고 매년 펀드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익률을 조금 여유 있게 잡아 10%의 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10년 후면 800만원, 20년 후면 2800만원이 넘는 돈이 된다. 아이들이 명절 때 받는 돈이나 친지로부터 받는 용돈도 모으면 비슷한 계산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써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그 돈을 계속 자녀의 이름으로 된 펀드 통장에 넣어둔다면 나중에 아이들의 학비나 해외연수 자금 등으로 요긴하게 쓸 만큼 큰돈으로 자라게 된다. 연말정산 환급금이나 아이의 용돈도 이러한데 연말에 보너스로 받는 돈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훨씬 큰돈이 된다.

최인철 교수는 “공돈을 2주간만 은행에 예금해두라”고 이야기한다. 공돈이라는 이름대신 ‘예금’이라는 이름을 붙이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 속에서 공돈은 예금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고, 이름을 바꾼 돈에 대한 우리 태도도 바뀐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많다. 더러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하기 힘든 방법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익혀야 할 부자가 되는 첫째 노하우는 공돈 관리의 기술, 돈에 공돈이라는 이름 외에 예금, 대학 등록금 등 다른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다. 매주 복권을 사면서 행운의 단꿈을 꾸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당첨되고 나서 그 행운을 날려버리지 않으려면 오늘부터 공돈 관리의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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