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달라진 국민은행 기대하라”
[CEO]“달라진 국민은행 기대하라”
국민은행 민병덕(57) 행장은 ‘용장(勇將)’으로 불린다. 의사결정력이 뛰어나고 추진력이 강하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비만증’에 걸린 국민은행을 살려내기 위해 3244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축했다. 상품그룹 등 3개 그룹을 폐지하고 신탁·연금본부 등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하며 조직을 재편했다.
영업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영업점 창구 업무분리제도 개선, 성과관리(KPI)제도 개편 등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민 행장을 만나 성장전략을 들어 봤다.
은행 내 최대 과제로 꼽혔던 ‘조직 추스르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취임 이후 ‘은행을 살리겠다’라는 한 가지 마음으로 달려왔다. 국민은행은 2010년 2분기 3468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력 회복이 급했다. 1년 가까이 경영권이 흔들린 데다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조직은 이완될 대로 이완됐다. 영업력을 회복하려면 하나로 묶어야 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있는 직원을 찾았다. 직원의 사기와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CEO 전국순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현재까지 3200여 명의 직원을 만났다. 직원들의 영업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주의 문화도 도입했다. 기존 점포는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현실에 맞게 슬림화하고 통합 점포를 확대했다. 현장도 열심히 다녔다. 중소·중견기업 등 100여 곳을 찾아 다니며 기업의 니즈와 애로사항을 많이 들었다. 덕분에 업체와 관계가 돈독해졌다.”
1981년 입행한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후 내부 출신 중 최초로 은행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폭넓은 네트워크와 수평적 리더십으로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행장 선임 절차 중 하나였던 1300여 명의 직원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방대한 조직을 총괄하며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하나로 묶어내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내 대표적 영업통으로 꼽힌다. 1981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영동지점장, 경서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8년 말부터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주로 영업현장에서 30여 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나타나는 국민은행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잘 안다. 그는 “지난 1년간 집안 살림에 주력했다”며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 ‘달라진 국민은행’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4강 체제로 재편됐다. 국민은행만의 생존전략은.“국내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국민은행의 강점인 리테일뱅킹(소매금융) 시장은 포화상태다. 과거와 같이 예대마진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렵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핵심 수익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기업금융과 IB(투자은행), 외환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환전 업무에만 치우쳤던 외환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출입금융과 기업대출 전담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315개 지점에 수출입 전담 창구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별도로 뽑았다. 앞으로 수출환어음 매입, 외화예금 등 외환업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기업금융은 어떻게 강화할 계획인가.“중소기업 가운데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다. 현재 담보력이 없는 기업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보증기금 특별출연으로 총 4조2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량 중견기업 ‘히든 스타(Hidden Star)’를 선정하고 있다. 1차로 주성엔지니어링과 인지컨트롤스 등 38개 기업을 선정했고 3년 동안 500개를 만들 계획이다. 현장에 다니다 보면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많다. 중견기업 육성은 국가 경제발전 및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히든 스타는 기술력, 성장 잠재력, 재무 안정성, CEO 역량 등을 기준으로 1차 서류심사, 2차 기술력 평가를 거친다. 다시 외부 산업별 전문가가 포함된 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된다. 그는 “히든 스타는 국내 산업 분야별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선정되며 선정된 기업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연 2회 히든 스타 선정 기업을 대상으로 CEO 포럼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규모에 비해 1인당 직원 생산성이 낮다.“지난해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17만원이었다. 신한은행(4561만원)의 절반, 우리은행(3080만원)과 하나은행(3227만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지난해 말 3244명의 대규모 희망퇴직과 함께 ‘성과향상추진본부’를 만들었다.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영업성과가 부진한 직원의 교육을 위해 만든 부서로 최근 직원 실적이 개선되면서 다시 영업점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 1월 219명이 부서로 옮겼지만 이달 말까지 50% 이상이 복귀한다. 이들은 영업점 지원 없이 홀로 영업하면서도 연간 기준으로 작년 급여의 절반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6개월마다 평가해 목표를 달성한 직원만 복귀시킬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목표를 달성할 경우 조기 복귀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앞으로도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기 위해 매년 인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겠다.”
은행권에 M & A를 통한 대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은행도 계획이 있나.“M & A(인수합병)는 지주회사가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영업하고 지주사의 확고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지주회사 내에서 주력 계열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해야 주주에게도 많은 수익을 줄 수 있다. 과도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우량자산 중심의 내실 있는 성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에는 국내 금융기관 중 최고의 성적을 달성해 리딩 뱅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해외진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데.“아시아 이머징 마켓과 같은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충할 계획이다. 6월 말 베트남 호찌민 지점을 개설한다. 하노이 사무소, 인도 뭄바이 사무소, 일본 오사카 지점 개점을 위해 개설준비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중국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에 현지법인 전환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2013년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외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해외지역전문가 양성, 글로벌 랭귀지 코스 등 글로벌 인력개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언어와 직무를 동시에 심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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