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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the Dots] 전쟁을 왜 돈으로만 따지나

[Connecting the Dots] 전쟁을 왜 돈으로만 따지나


아프간 전쟁을 전략적인 사고 없이 경제적 비용문제로 다루는 감축론자들의 발상은 위험천만하다

전쟁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 미리 규정된 모든 결론, 모든 정치적 확실성, 미국인의 상상 속에서 전쟁이 구현해 온 모든 상징, 그 모두가 허물어진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전사자 명단이다. 그리고 미국 내에선 지출명세서다.

그러니 아프가니스탄 병력감축안의 수립과정에서 그 전쟁의 비용 측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들 놀랍지 않다. 오바마 정부의 관계자들이 워싱턴포스트의 지면을 빌려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연방적자 폭이 너무도 커져 국내 프로그램과 적자지출의 추가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군 주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또는 존 케리 상원의원이 병력감축을 주장하면서 말했듯이 전쟁 예산 측면에서 계속 “지탱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대통령 후보토론에서 공화당 후보자들은 각종 통계를 열거하며 이구동성으로 감축론을 주장했다.

이런 논리는 정치인들에겐 유리하다. 하지만 정치판을 벗어나면 돈에 집착할 때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칙적으로 한 나라의 군사력 활용구상은 전략에서 비롯된다. 이해와 위협, 그리고 수단과 목적을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 측은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이 전시지출을 조금도 늘리려 하지 않는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비경제적인 문제에 경제적인 답안을 선택한 셈이다. 의미상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일차적인 목표는 번영이지 안보가 아니다. 이는 훌륭하고 중요한 목표지만 미국인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한 대의명분은 아니다.

쉽게 말해 전쟁이 정당하고 필요하다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전쟁이 그릇되고 중요하지 않다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단 한 명이라도 미국인의 목숨을 내걸어선 안 된다.

명심해야 할 점은 미국 정부의 예산에 구멍을 낸 범인은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실제로 “얼마나 돼야 충분한가?” 같은 어구(베트남전 후 군사문제 사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고 간주됐다)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하는 현상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미국 외교협회의 레슬리 겔브 명예회장은 병력감축이 미국의 부채위기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뺀 뒤 국방예산에서 절약되는 돈만 따로 모아도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썼다. “그 목표는 오는 7월부터 3만 명의 철군 절차를 시작해 1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그 절차를 마무리할 좋은 이유다.”

웃기는 소리다.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전쟁으로 미국의 전략적인 파산을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진짜로 파산하게 될 위험성은 거의 없다.

미국 국방부는 내년 아프가니스탄에 107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오바마 정부의 지출총액은 3조7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14조1000억 달러 중 아프가니스탄의 비중은 0.75%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시 채권, 고철 수집운동, 식량배급 따위는 필요없다. 오히려 반대로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할 동안 그 20배(2조 달러 이상)를 국내의 민간인에게 쏟아붓게 된다.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사회보장 정책, 메디케이드(영세민 의료보험), 그리고 기타 각종 국내 복지정책을 통해서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전쟁을 수행한다는 이 모든 발상은 진짜 전략적인 척도로 효과를 측정하지 않고 예산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고를 반영한다. 오바마 정부는 파병 문제를 놓고 짐짓 도덕적 원칙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미국 육군과 해병대가 전쟁 중인 상황에서 병력 수만 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모두가 평화배당금을 원한다”고 하워드 매키언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이 올바로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시대가 아니다.”

분명 아니다. 따라서 장비와 구조물 같은 1회성 매몰비용(병력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주위의 수많은 기지)이 전시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는 의회 조사부가 내놓은 철저한 보고서 제목의 지적대로 “군 병력은 비용증가의 주요 요인이 아니다.” 그 보고서의 설명에 따르면 2004~2008년 전쟁 관련 비용이 수천억 달러까지 치솟고 해외파병 인원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 기간 동안 “병력 관련 비용은 2% 안팎, 즉 3억 달러가량에 불과해 전체적인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병력 3만 명을 철수하면 예산(나아가 국가부채)이 크게 줄어든다는 반대 주장은 공상적이며 근거가 부족한 독단적 사고다.

6월 초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임 인사를 하면서 이런 논리에 깔린 위험성을 적절하게 요약했다. 그는 “근시안적인 긴축정책으로 병력을 감축하면 과거 늘 그래왔듯이 훗날 더 값비싸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병력감축으로 얻는 전쟁비용 감축효과는 기껏해야 15%다. 양당의 예산 감축론자들은 이제 병력감축이라는 명분 아래 이번 군사작전으로 이룩한 모든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결국 몇 푼 아끼려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위험에 곧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이 그 최대 취약점이다.

[필자는 ‘뉴 리퍼블릭’ 잡지의 객원 편집자이자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초빙교수다. 여기 제시된 의견은 미국 국방부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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