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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권리금은 떼이는 돈인가?

[Law] 권리금은 떼이는 돈인가?

상가의 임대차에서 권리금 수수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나중에 권리금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은 경기도 판교 신도시의 한 상가.

#1. 박모 사장은 가게를 임차하면서 집주인에게 임차보증금 이외에 권리금 명목으로 2500만원을 지급했다. 단 그 돈의 반환에 관해선 달리 약정한 게 없었다. 박 사장은 계약기간이 만료돼 가게를 비워주면서 권리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은 이를 거절했다.

박 사장이 제기한 권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박 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논리는 이랬다.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이나 차임 외에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권리금이라는 이름의 돈에 관해선 그 성격이나 반환 의무의 발생 등 효력이 임대차 당사자 간의 약정이나 관련 상관습에 따라 정할 일이다. 따라서 권리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나 상관습이 있었다면 그에 따라 임대인은 그걸 반환할 의무를 진다. 그러한 약정이나 상관습이 없었다면 반대되는 사정이 없는 한 권리금을 지급 받았던 임대인으로서는 임차인에게 그걸 반환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2. 김모 사장은 점포를 임차하면서 권리금 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김 사장은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 받기 위해 임대차 기간을 5년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집주인은 임료 조정 문제로 일단 2년으로 하자고 했다. 결국 원래의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임료를 조정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기로 하고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임차기간 중 관할 구청으로부터 점포 건물이 주차장법 위반으로 고발 당하는 등의 사정으로 애초 약정과 달리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없게 됐다. 2년 만에 점포를 비워줘야 했다. 김 사장이 권리금 1억8000만원의 반환을 청구한 소송에서 법원은 집주인은 김 사장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한 기간에 비례해 권리금의 5분의 3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돼 행해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볼 것이다. 권리금이 그 수수 후 일정한 기간 이상으로 그 임대차를 존속시키기로 하는 임차권 보장의 약정 아래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인에게 지급된 경우에는 보장기간 동안의 이용이 유효하게 이루어진 이상 임대인은 그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다만 임차인은 애초 임대차에서 반대되는 약정이 없는 한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차 기회에 부수해 자신도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이 일정 기간 이용하게 함으로써 권리금 상당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임대인의 사정으로 임대차 계약이 중도 해지됨으로써 애초 보장된 기간 동안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권리금 반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권리금 분쟁 갈수록 늘어상가의 임대차에서 권리금 수수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관행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권리금에 대한 법적 해석이 분명하지 않아 이에 관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권리금은 법률상의 개념이 아니라 사실상의 개념이어서 법적 성질을 명확하게 규정짓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이라 함은 토지나 건물의 임대차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장소적 이익의 대가로서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인에게 또는 임차권의 양수인으로부터 양도인에게 지급되는 금전을 말한다. 통상적으로는 임차권의 양도나 임차물의 전대에서 양수인이나 전차인이 보증금이나 월세 외에 별도로 원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이 거래관행이다. 권리금을 수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임대차 부동산 자체의 장소적 이익의 대가로서, 둘째로 임차권의 양도 또는 임차 목적물의 전대에 대한 대가로서, 셋째 영업상의 시설물이나 장치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가로서, 넷째 영업허가권이나 대리점계약자의 지위 등 일정한 권리의 양도에 대한 대가 등의 명목이다.

권리금은 임대차 목적물이 가지는 장소적 이익 등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임대차 종료 때 임차보증금과는 달리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게 당사자의 의사 및 거래관행에 부합한다. 분쟁의 사례를 보면 임대인의 임대물 명도청구에 대해 권리금을 반환 받을 때까지 명도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항변 형식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이 경우 임차인, 전차인 또는 임차권의 양수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한 것은 물론이고, 전대인과 전차인 또는 임차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도 일단 지급한 권리금의 반환청구를 부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첫째 사례의 경우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반환청구가 부분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판례에 따르면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대차 계약을 했지만 임대차 기간 중 임대차 계약의 해지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없게 된 나머지 기간에 상당하는 부분의 권리금 반환을 인정했다. 위에서 본 둘째 사례다. 우리 법원은 권리금의 반환은 원칙적으로 부정하지만 예외적으로 임대차가 중도에 해지된 경우에 안분해 잔존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의 권리금 반환이나, 권리금을 수령한 자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권리금 중 상당액의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장기 임차 보장으로 권리금 회수 길 열어줘권리금의 회수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가 있다. 상가건물의 임대차에는 고액의 시설투자 비용이나 권리금 등이 지출된다. 임차인에게 권리금 등을 직접 보장해 주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일정한 요건하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상가의 임대차에서 논란이 되어온 권리금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임차인에게 장기간의 임대차를 보장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시설비와 권리금 등 투자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상가 점포의 임대차나 임차권의 양도에서 권리금이라는 명목의 금전이 수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권리금은 금액 면에서도 꽤 큰데 임차보증금의 수배 또는 수십 배에 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법은 권리금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에 맡겨두고 있을 뿐 그에 관한 법적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권리금을 지급하고 반환 받아야 하는 임차인은 권리금을 받는 편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게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이제는 권리금의 문제를 관행으로만 맡겨 둘 게 아니라 규제의 기준을 마련해 복잡한 분쟁을 해결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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