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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강원도 정선 5일장

[Travel] 강원도 정선 5일장

정선에서는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도 곤드레나물밥을 맛볼 수 있다.

6월 둘째 주 주말 강원도 정선에서 두 번 놀랐다. 정선읍 장터는 5일장이 아닌데도 사람으로 북적댔다. 장을 보러 온 이들은 대부분 서울 사람이다. 좌판에 깔린 장감도 풍성했다. 정선이 자랑하는 ‘곤드레나물’과 황기가 가득했다. 각종 산야초와 말린 나물 또한 산지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것이었다.

정선 아우라지역 근방 구절리역,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폐선로 위에 놓인 4인승 자전거를 두 발을 움직여 끄는 레일바이크. 한 자전거에 4명씩 꾹꾹 눌러 탄 레이서들은 오뉴월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다들 너무나 열심히 타는지라 ‘나도 한번 따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간이역 입구에 붙은 ‘금일 레일바이크 마감’이라는 안내판이 앞을 가로막았다. 정선은 아직도 떼꾼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강원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런 정선이 요즘 가까워졌다. 정선으로 가는 예전 길은 영동고속도로 진부IC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한참이나 내려와야 했다. 전형적인 강원도 가는 길이다. 그러나 이제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나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로 갈아타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됐다.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영동고속도로가 교통정체를 빚을 때도 이 길은 아주 유용하다. 서울에서 정선까지의 길은 대부분 왕복 4차로로 막힘 없이 쌩쌩 달린다.

강원도 정선 오지 주민의 애환이 담긴 구황 작물은 이제 웰빙식으로 대접 받고 있다.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 강원도 오지 주민들은 주로 나물로 연명했다. 그중 최고는 곤드레였다. 큰 곤드레의 정식 이름은 고려엉겅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모습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 해서 곤드레라 불리게 됐다. 밥을 지을 때 쌀과 곤드레를 섞으면 솥단지가 풍성해지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배고픈 시절 부족한 끼니를 푸짐하게 하는 데는 최고의 재료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곤드레밥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쓱쓱 비비면 쌉싸래한 맛의 곤드레나물밥이 완성됐다. 그렇게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곤드레나물밥이 요즘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진 도시 사람에게 최고의 건강식이 된 것이다. 또한 강원도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둘도 없는 추억의 음식이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 어디를 가도 맛볼 수 있다. 장터는 물론 국도변 어느 음식집에 들어가도 곤드레나물밥이 나온다. 예전 정선을 취재하다 한 시골마을의 운동회를 우연히 구경한 적이 있다. 점심은 당연히 곤드레나물밥이었다. 큰 밥그릇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곤드레나물, 약간의 양념간장뿐이었다. 하지만 강원도의 맛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큰 숟가락이 산을 이루도록 밥을 가득 떠 입안에 우겨 넣는 곤드레나물밥은 일을 안 해도 머슴밥을 먹게 했다.

이 밖에도 정선 장터 주변에 가면 정선의 별미 수수부꾸미와 메밀전병, 배추전 등 길거리 음식이 풍성하다. 보쌈으로 유명한 ‘정선골 황기보쌈’ 집도 장터와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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