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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넘어 단락으로

문장을 넘어 단락으로



문장을 기초로 단락(paragraph)을 분석해 보자. 대개 단락이라고 하면 네댓 문장으로 구성된 글의 단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락의 핵심은 문장의 수가 아니라 문장들 사이에 흐르는 일관된 생각이다. 앞서 말한 chunk보다는 범위가 넓은 ‘생각의 단위’가 단락이다. 한편의 글이 하나의 주제를 이룬다면 하나의 단락은 소주제를 이룬다. 하나의 단락은 구조적으로 볼 때 대개 Topic Sentence(주제 문장)와 Supporting Details(뒷받침 문장), 그리고 Closing Sentence(맺음 문장)로 구성되며 의미의 흐름으로 볼 때는 기(Introduction) - 승(Development) - 전(Turn) - 결(Conclusion)의 형식을 따른다.



Skimming그런 구성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글의 핵심을 이루는 주제어들을 찾아 그 틀 안에 집어넣어 보면 이해가 훨씬 쉽고 빠르다. 그 핵심 주제어를 찾을 때 유용한 기법으로 스키밍(skimming)이 있다. 글의 제목과 내용을 대강 훑어보며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를 뜨듯, 하늘을 나는 새가 물고기를 낚아채듯 눈에 띄는 키워드(key words)를 찾아내 빠르게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주제를 파악해 다시 공들여 읽을 만한 내용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스키밍을 할 때는 잘 모르는 단어나 문장구조의 파악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정보 단위로 끊어 읽으며 전체적으로 빠르게 훑어내려 가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물론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요구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지문을 모두 읽어야 하는 토플·토익·수능 시험 등에도 꼭 필요한 방법이다.

다음은 skimming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다.



첫째, 제목·사진·발문을 훑어보며 글쓴이의 의도를 추리한다.



둘째, 주어·동사·목적어·보어를 중심으로 읽어 내려가며 육하원칙의 각 요소를 파악한다.



셋째, 부사 등의 수식어, 부연 설명하는 문장, 직책, 숫자, 인용구 등은 과감히 건너뛴다.



넷째, 문장구조에 얽매이지 말고 정보 단위로 읽는다.



다섯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주제의 핵심 단어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으니 집중해서 읽는다.



여섯째, ‘for example’ ‘in contrast’ ‘consequently’ 등 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표지어(discourse marker)에 주목한다.



일곱째, 그렇게 추려낸 키워드로 주제를 추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제 뉴스위크 기사에 스키밍 기법을 적용해 보자. (난이도: 고급)



IMF 이럴 바엔…

More Harm Than Good


How the IMF’s business model sabotages properly functioning capitalism.



STEP 1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미리 생각해 보자.

‘좋은 점보다 해로운 점이 많다’는 제목을 보면 우선 누가 누구에게 그렇다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 그 답은 부제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업무방식이 제대로 기능하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해치나’ 하는 내용을 보면 IMF가 자본주의의 기능을 망친다는 주제로 보인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긴급융자를 제공하는 IMF가 왜 자본주의를 망친다는 건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필자들의 주장을 본문에서 살펴보자.



STEP 2 Skimming 기법을 적용해 주제를 찾아보자.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s new managing director, Christine Lagarde, has inherited an IMF that has outlived its purpose. It takes just a bit of history to explain why. The IMF was created under the 1944 Bretton Woods agreement, a plan to promote open markets through exchange rates tied to the U.S. dollar. If a country couldn’t cover its trade deficits, the IMF was to step in and lend it the needed dollars—on certain conditions. To ensure that the emergency loan would be repaid, the recipient nation had to adopt a program of strict austerity.



Keywords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 has outlived its purpose(쓸모 없어졌다), Bretton Woods agreement(브레턴우즈 협약), trade deficits(무역적자), the emergency loan(긴급융자), a program of strict austerity(엄격한 긴축정책)

① “신임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넘겨받은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실상 용도 폐기된 조직이다.”

첫 문장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주제를 제시한 전형적인 논설문이다. 어휘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경제 기사라서 인과관계의 파악이 중요하다. 게다가 기자가 아니라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가 쓴 글이다. 아무래도 학자의 글은 전문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도 그런 부분이 눈에 띈다. 셋째 문장에서 브레턴우즈 협약이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환율을 통해 어떻게 시장개방을 촉진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표준 없이 들쭉날쭉한 각국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연계하면 환율이 안정되고 나아가 무역이 확대된다는 논리인 듯하다. 이 단락에서는 환율안정을 통한 시장개방, 그리고 긴급융자 제공이라는 IMF의 원래 취지와 역할만 설명했다. 그 조직이 왜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어졌는지의 설명은 다음으로 미뤘다.



STEP 3 Context Clues 사전을 찾기 전에 문맥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1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s new managing director, … has inherited an IMF that has outlived its purpose(신임 IMF 총재가 넘겨받은 조직은 has outlived its purpose했다)



Clues: 넷째 문장 If a country couldn’t cover its trade deficits, the IMF was to step in and lend it the needed dollars—on certain conditions

(한 나라가 무역적자를 메우지 못할 경우 IMF가 개입해 특정한 조건을 달아 필요한 달러를 융통해준다).

다음 단락 When the fixed-rate regime of Bretton Woods ended in 1971, ... a new era of freely floating exchange rates would ... eliminate large trade deficits and the need to borrow abroad to cover them (1971년 브레턴우즈의 고정환율 체제가 종식됐을 때… 자유 변동환율의 신시대가 열리면서… 대규모의 무역적자, 나아가 그것을 메우기 위한 해외차입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Inference: IMF의 역할은 무역적자를 메우지 못하는 나라에 필요한 달러를 빌려주는 일이다. 하지만 1971년 자유변동 환율의 신시대가 열리면서 대규모 무역적자와 그것을 메우기 위한 해외차입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됐다. 이론상 자유변동 환율제가 되면 외환시세의 변동으로 국제수지의 불균형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의 역할이 없어진 셈이다.

→ 쓸모 없어지다, 용도 폐기되다2 If a country couldn’t cover its trade deficits, the IMF was to step in and lend it the needed dollars ... (한 나라가 무역적자를 cover하지 못할 경우, IMF가 개입해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준다)



Clues: the IMF was to ... lend it the needed dollars(IMF가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 준다), the emergency loan(긴급융자),

a program of strict austerity(엄격한 긴축정책)



Inference: 누구나 cover의 의미를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전에 실린 이 단어의 타동사 의미만 20여 개다. 우리가 아는 의미는 ‘덮다, 감추다’ 정도다. 하지만 그 밖의 의미를 몰랐어도 문장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메우다’는 뜻을 떠올리지 싶다. 우리는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새 context를 통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한다. 이 단계는 그런 과정을 의식적으로 반복해 독해력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 메우다, 벌충하다 3 ... the recipient nation had to adopt a program of strict austerity (…수혜국은 엄격한 austerity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했다)



Clues: To ensure that the emergency loan would be repaid(긴급융자가 반드시 상환되도록)



Inference: 빚더미에 올라 앉은 나라가 융자를 상환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 내핍, 긴축

STEP 4 Chunking 순차적으로 각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 보면서 추론이 맞는지 확인해 보자.



1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s new managing director, / Christine Lagarde, / has inherited an IMF that has outlived its purpose. 국제통화기금의 신임총재 → 그게 누구인가? → 크리스틴 라가르드 →

그가 무엇을 했나? → 쓸모 없어진 조직을 물려받았다



2 It takes just a bit of history / to explain why. 약간의 역사가 필요하다 →무엇을 하는데? →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3 The IMF was created / under the 1944 Bretton Woods agreement, / a plan to promote open markets / through exchange rates tied to the U.S. dollar. IMF는 창설됐다 → 어떻게? → 1944년 브레턴우즈 협약에 따라 → 그게 어떤 협약인가? → 시장개방을 촉진하려는 계획 →

어떻게? →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환율을 통해



4 If a country couldn’t cover its trade deficits, / the IMF was to step in / and lend it the needed dollars / —on certain conditions. 한 나라가 무역적자를 메우지 못할 경우 → 어떻게 되나? →

IMF가 개입해서 → 그리고? →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다 → 어떻게? → 특정한 조건으로



5 To ensure that the emergency loan would be repaid, / the recipient nation had to adopt / a program of strict austerity.긴급융자의 상환을 보장하기 위해 → 누가 무엇을 하나? → 수혜국이 채택해야 했다 → 무엇을? → 엄격한 긴축정책을



STEP 1 이번에는 앞 단락과 같은 요령으로 단락을 빠르게 훑어보면서 키워드와 주제를 찾아보자. 하지만 skimming을 하기 전에 미리 지금까지 얻은 정보와 의문점을 머릿속에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When the fixed-rate regime of Bretton Woods ended in 1971, economists imagined at first that a new era of freely floating exchange rates would keep imports and exports roughly in balance, thus eliminating large trade deficits and the need to borrow abroad to cover them. But many governments were loath to let exchange rates float freely. To hold down prices for imported food and energy, they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and so their foreign debts mounted.



Inference
1971년 브레턴우즈의 고정환율 체제가 종식됐을 때 경제학자들은 처음엔 자유변동환율의 신시대가 열리면 수출입이 얼추 균형을 맞추고 따라서 대규모의 무역적자, 나아가 그것을 메우려는 해외차입의 필요성이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앞 단락에서 제시된 주제(‘IMF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의 첫째 답이 첫 문장에 제시된다. 이론상 자유변동환율제가 되면 외환시세의 변동으로 국제수지의 불균형이 조절되며 그에 따라 해외차입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따라서 긴급융자를 제공하는 IMF의 역할 한 가지가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실상은 많은 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따르지 않고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 단락에서도 첫째, 자유변동환율제가 되면 왜 수출입이 균형을 이루는지(수지 변화에 따라 환율이 변동한다), 통화가치를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하면 왜 수입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억제되는지(자국 통화 가치가 높으면 수입품 가격이 싸진다), 그리고 외채는 왜 늘어나는지(다른 통화의 값이 싸져 해외 차입이 유리해진다)

일반 독자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난이도가 높은 건 분명하지만 요령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이런 글일수록 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죽 훑어 가면서 전체 요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경제관련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과관계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몇 번 반복해서 읽으면 처음에 이해되지 않던 부분도 조각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STEP 2 Context Clues 문맥에서 생소한 단어의 의미를 찾아 보자.

1 a new era of freely floating exchange rates would keep imports and exports roughly in balance ... (freely floating exchange rates의 신시대가 열리면 수출입이 얼추 균형을 유지하고…)



Clues: When the fixed-rate regime of Bretton Woods ended in 1971(1971년 브레턴우즈의 고정환율 체제가 종식됐을 때), would keep imports and exports roughly in balance(수출입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many governments were loath to let exchange rates float freely(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을 꺼리는 정부가 많았다), they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그들은 통화가치를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했다)



Inference: 고정환율 체제가 종식된 후 새로 도입된 그와 상반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외환시세의 변동으로 수출입이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통화가치를 자유롭게 변동하도록 두지 않고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묶어뒀다.

→ 자유변동환율2 But many governments were loath to let exchange rates float freely(그러나 많은 정부가 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을 loath했다)



Clues: they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



Inference: 통화가치를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묶어뒀다는 말은 자유롭게 변동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방식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

→ 싫어하다, 꺼리다3 To hold down prices for imported food and energy, they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그들은 수입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hold down 하기 위해 통화가치를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했다)



Clues: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 so their foreign debts mounted(그들의 외채도 불어났다)



Inference: 자국 통화 가치가 높으면 수입품 가격이 싸진다(그리고 다른 통화의 값이 싸지기 때문에 외채가 불어난다). 따라서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한 이유는 수입품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다.

→ 억제하다, 끌어내리다



STEP 3 Chunking 순차적으로 각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추론이 맞는지 확인해 보자.



1 When the fixed-rate regime of Bretton Woods / ended in 1971, / economists imagined at first / that a new era of freely floating exchange rates / would keep imports and exports roughly in balance, / thus eliminating large trade deficits / and the need to borrow abroad to cover them. 브레튼우즈의 고정환율 체제가 → 어떻게 됐나? → 1971년 종식됐을 때 → 누가 무엇을 했나? → 경제학자들은 처음에는 생각했다 → 어떻게 생각했나? → 자유변동환율의 신시대가 → 무엇을 하나? → 얼추 수출입의 균형을 유지하리라고 → 그래서? → 따라서 대규모의 무역적자를 없애고 → 그리고? → 그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한 해외차입의 필요성을 없애리라고



2 But many governments were loath / to let exchange rates float freely.그러나 많은 정부는 꺼려했다 → 무엇을? → 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을



3 To hold down prices for imported food and energy, / they kept their currencies at overvalued levels / —and so their foreign debts mounted.수입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려고 → 누가 무엇을 했나? → 그들은 통화가치를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했다 → 그래서? → 그들의 외채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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