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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값 L당 3000원 간다?

휘발유 값 L당 3000원 간다?


연말 기름값(보통 휘발유 주유소 가격)이 L당 3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 달 유류비로 20만원을 쓰던 직장인은 매달 10만원 넘게 더 내야 할지 모른다. ‘오일포비아(기름값 공포증)’라 불릴 만하다. 정유사를 기름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았던 정부는 이젠 주유소 장부를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정유사-주유소가 네 탓 공방을 하는 사이 기름값은 오르고 있다. 정부가 기름값을 내리려고 유도했던 L당 100원 할인책이 석 달 만에 끝나자마자다. 비수기인 여름에도 기름값은 왜 계속 오르는 걸까.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유(油)테크’ 방법은 뭘까. 아울러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고연비 중고차도 살펴봤다. <편집자>
정부가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휘발유 소비자가격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정유사들과 주유업계를 비판한 가운데 7월 15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보통휘발유가 L당 2279원에 팔리고 있다.

7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동의 K주유소 앞에서 주유를 기다리던 조행만(43)씨는 체념한 듯 차를 돌렸다. 조씨는 “2259원이라고 적혀 있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도 휘발유 값이 아닌 경유 값이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 주유소 휘발유 값은 2297원이었다. 이 주유소 사장은 “기름 공급가뿐만 아니라 임대료·인건비도 올라 가격을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석유공사 주유소 가격비교 서비스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국내에서 휘발유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경일주유소는 7월 20일 보통 휘발유를 L당 2295원에 팔았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휘발유 가격은 강남 논현동 부근 주유소로 같은 날 2298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가는 2024.21원.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41.42원이었다. 휘발유 값이 2000원 선을 다시 넘은 건 7월 7일 정유사의 기름값 할인제가 종료된 후 두드러졌다.

할인 종료일 당시 1919.33원이던 가격은 보름 동안 계속 올랐다. 평균 휘발유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2027.79원(2008년 7월 13일)에 바짝 다가섰다.



역대 최고치 갈아치울 가능성기름값 논란은 올 초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데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높아 정유사가 중간 마진을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구두 개입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는 4월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L당 100원 할인된 가격으로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했다. 할인제가 끝나자마자 기름값이 다시 오르자 최 장관은 타깃을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돌렸다.

최 장관은 7월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하기간이 끝났으니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지난번에 100원 내린다고 했을 때도 유통 과정에서 사라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등이 중간 유통 과정에서 이익을 챙긴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최 장관은 특히 “기름값 상위 500곳 주유소 중 일부를 골라 회계장부를 들춰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오피넷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부터 주유소 마진이 꾸준히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1분기 주유소 마진(정유사 공급가격-주유소 판매가격)은 L당 평균 99.88원이었다. 6월 셋째 주에는 마진이 평균 130원, 7월에는 평균 142.83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평균 마진 97.21원보다 많다. 정유사가 100원 할인해 기름을 공급해도 주유소가 마진을 키워 할인 혜택을 일부 가로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100원 할인 효과가 실제로는 4월 58원, 5월 79원, 6월 36원 할인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름값 논쟁은 고물가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각종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어 기름값까지 더 오른다면 서민층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서민층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는 정부로선 팔짱 끼고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란 대형 정치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라도 기름값을 잡으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연말에 휘발유 값이 L당 30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원자재 섹터 분석가들의 예상이다. 이들은 내년 초까지 국제유가(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더구나 현재 105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더해졌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환율로 계산한다.



원-달러 환율 오름세 전망도 악재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국제석유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보다 36% 오른 배럴당 106달러 수준이었지만 하반기에는 소폭 하락해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유가 급등 요인이었던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잦아들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증산에 나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달러화 강세 가능성, 개발도상국의 출구 전략에 따른 과잉 유동성 해소 등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OPEC 증산에 따라 잉여 생산능력이 감소하면서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케임브리지 연구소도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2분기 배럴당 110.12달러였던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3분기 103.72달러로 떨어졌다가 4분기 109.42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분기 102.22달러를 보인 WTI(서부텍사스유) 평균 가격이 3분기 98달러, 4분기 1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가 1개월 선물가격은 배럴당 105달러 수준이다. 선물시장에서는 하반기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증권의 손동현 수석연구원은 “유럽발 경제 불안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유럽 지역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6월 중 유가 선물가격이 반등세이지만 100달러 전후로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승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어 적어도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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