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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CHT Special] ‘마이 요트 시대’ 돛을 올렸다

[YACHT Special] ‘마이 요트 시대’ 돛을 올렸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면 해양레저 스포츠가 뜬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요트다. 바다, 하늘과 바람,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 얼마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가. 이는 자동차나 미술품, 시계 등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대중화하고 있는 요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마리나인 수영만에 각종 요트가 정박해 있다.

파란 바다 위 바람을 타고 하얀 배가 미끄러진다. 선상에서는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와인 잔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요트(Yacht)’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골프가 유행한다. 또 3만 달러를 넘어서면 승마와 해양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선진국을 보면 이러한 과정을 겪어 왔다. 우린 아직 3만 달러를 넘지 않았지만 해양레저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해양레저의 꽃은 역시 요트. 우리나라에서도 선실을 갖추고 4~15명이 탈 수 있는 요트가 해양레포츠 매니어 사이에서 인기다. 중고 요트의 경우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내려왔고, 마리나 시설 또한 늘고 있다. ‘마이 요트’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요트를 가진 사람은 세 번 웃는다”는 말이 있다. 첫 웃음은 요트를 구입했을 때 터져 나온다. 늘 꿈꿔왔던 럭셔리 레저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웃음은 요트를 타고 항해에 나설 때다.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웃음은 요트를 팔 때다.



1st Party 요트를 사다, 수퍼 리치에 올랐다


최근 해양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레저용 보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0년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2006년 요트 인구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1000여 척에 불과한 요트는 2019년 1만 척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요트 정박시설인 마리나 역시 지난해 3800여 개에 불과했다. 이게 2019년이면 1만64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레저를 즐길 만한 국민소득과 경제수준이 뒷받침되고 있는 게 그 배경이다.

요트회사 갈리온(GALEON)의 한국 딜러를 맡고 있는 스타요트의 우충기 대표는 “2005년 이후 주춤했던 요트 구입 문의가 최근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문의하는 사람을 보면 자영업이나 전문직 등이 대다수”라며 “대기업 임원들도 가끔 문의가 오지만 시간이나 지역 등 제약이 많아 실제로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요트를 장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우선 합리적 가격 덕분이다. 유로화가 오르면서 신형 요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등지에서 중고 요트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우 대표는 “최근 신형 12m 요트는 14억원, 16m 요트는 25억원 수준이지만 중고는 이것의 20~30%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6년 건조한 16m짜리 요트 ‘블루마린’의 현재 중고 시세는 5억원 정도다.

최근엔 여럿이 돈을 모아 공동으로 구매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하면 개인이 실제 부담할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에서 하임치과를 운영하는 박현식 원장도 3년 전 중고 요트를 지인들과 공동 구입했다. 8m 요트의 당시 가격은 2억원으로 5명이 4000만원씩 투자했다. 박현식 원장은 “요즘 한 가족이 워터파크만 가도 수십만원이 든다”며 “꾸준히 이용만 한다면 요트가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요트는 크게 세일 요트와 파워 요트로 나뉜다. 파워 요트 중에서도14m 이하는 모터 요트, 15~22m는 파워 요트, 22~40m는 메가 요트, 40m 이상은 수퍼 요트로 구분된다. 수퍼 요트는 세계의 부호들이 즐기는 초호화 요트다. 보통 수퍼 요트의 경우 게스트 인원은 6~8명, 선장을 포함한 선원이 6~7명 정도다.

최근 침실과 응접실 등을 갖춘 8~16m급 요트가 인기다. 사적 시간과 공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nd Party 프라이빗 즐거움이 생겼다


요트를 물 위에 띄우면 자신만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트족은 “요트는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박현식 원장은 요트를 주로 청평호 마리나에 정박해 두고 북한강 일대에서 요팅을 한다. 지난해엔 전곡항까지 끌고 가 친구들과 스킨스쿠버를 즐겼다. 그는 “요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자유로움”이라고 말했다. 바다와 하늘, 섬과 바람 속에서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의 자유로움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자동차 드라이브는 정해진 길과 신호라는 한계가 있지만 요트엔 막힘이 없다”며 “무엇보다 누구에게도 터치 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청평호를 거쳐 홍천까지 한 시간 반 거리의 요팅에 나선다.

최근엔 요트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임차해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한강 잠실요트클럽에 가면 연인, 친구, 가족 단위로 서울 시내에서 요팅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2개의 침실과 주방,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요트에서 이색적인 파티도 가능하다. 크기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8~12m짜리 임차 비용은 1시간에 30만원 수준. 부산 수영만과 경기 화성 전곡항에서도 비슷한 체험투어가 진행된다. 임차의 경우 선장과 승무원, 그리고 관리원이 항해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지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대신 ‘프라이빗 공간’이라는 요트의 매력은 포기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요트를 구입하는 경우도 느는 추세다. 대기업이 구입하는 경우엔 바이어 이동용이나 접대용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최고 요트인 대우조선해양 소속의 24m급 요트는 해외 선주들의 거제도 방문용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엔 요트를 임차해 회의 또는 워크숍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화재, 미래에셋증권 등이 임직원 회의를 선상에서 열었다.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최근 크게 늘었다. 부산, 여수, 제주 등에 국한됐던 마리나 시설이 서울과 목포, 화성시 전곡항, 충남 보령 등에도 들어서면서 접근성이 강화된 것이다. 특히 지자체들이 요트를 여가·관광문화와 특화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2013년까지 1560억원을 들여 친환경 그린 마리나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2010년 7월 삼학도에 ‘목포 요트마리나’를 연 목포시는 내항 일대를 2019년까지 600척 규모의 요트 전용 항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 ‘경기 국제 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개최한 전곡항엔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여 요트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확인시켰다.

서울시가 4월 문을 연 ‘시민요트나루’는 요트 대중화의 상징이다. 여기엔 90척의 요트가 있다. 이 중 45척은 서울마리나가 보유했고, 나머지 45척은 시민 소유다. 요트 이용료는 시간당 4000~1만5000원이다.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책정한 것이다. 10월 오픈 예정인 김포마리나와 연결되면 한강에서 흰 요트 물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도 요트 대중화에 뛰어들었다. 대한항공은 인천 왕산 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해 요트 300척 규모의 마리나를 조성할 계획이다. 투자비는 1333억원에 달한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겨냥한 관광사업의 일환이다.



3rd Party 요트를 팔다, 유지비가 부담이었다


요트를 팔 때도 웃음이 나온다. 이때 웃음소리가 가장 크다고 한다. 이는 요트의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충기 대표는 “부산 수영만의 경우 9m이상급 요트의 정박료가 월 43만원 정도”라며 “보험료, 정박료, 인건비, 수리비, 유류비 등을 포함하면 평균 요트 가격의 10%가 연 관리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좀 더 큰 규모의 요트 구입에 나선다. 요트의 매력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국회의사당 뒤편에 있는 ‘여의도 시민요트나루’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이는 마리나 같은 계류시설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다. 구입한 요트를 앞마당에 정박해 놓을 수는 없는 일. 자동차와 달리 요트를 세워 두려면 수면 계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 더욱이 비싼 계류시설마저 포화 상태여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 대표는 “요트를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시설도 서울과 거리가 떨어진 부산이나 동·서해안 일부 항구에 불과하다”며 “서비스 업체도 이들 지역에만 주로 입주해 있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요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접점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트업계 관계자는 “수입 자동차 광고는 생활 곳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데 반해 요트 등 해양 레포츠는 정보 자체의 접근이 힘들다”며 “자동차 매장처럼 요트도 국민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2019년까지 전국에 49개의 마리나를 건설하는 내용의 ‘요트·보트 해양레저 스포츠 활성안’을 최근 발표했다. 한때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가 대중적 겨울 스포츠로 성장한 스키처럼 요트 또한 대중화의 바다에 내놓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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