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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보험] 정부 보험은 늘고 민간 보험은 정체

[기상보험] 정부 보험은 늘고 민간 보험은 정체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경기 북부에 700㎜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7월 10일 경기도 이천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비 피해로 이순명(68)씨 집은 절반 이상 물에 잠겼다. 가전제품을 비롯해 가구와 옷가지 등 1000만원 안팎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갑작스러운 피해로 당황했지만 곧 힘을 얻었다. 3월에 친구 권유로 가입한 풍수해보험 덕분에 15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어서다.

풍수해 보험은 태풍, 호우 등으로 피해를 본 주택과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등의 재산을 보상해준다. 최대 90%(복구비 기준)까지 보상해주지만 이씨가 부담하는 월 보험료는 1만2000원이다. 정부가 60%를 보조해준다. 이씨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가 강타하면서 주변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된 경우를 보긴 했지만 내 일이 되니 정말 암담했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정신적·경제적 고통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군에서 9917m²(약 3000평) 규모의 포도농장을 하는 김윤수(63)씨도 지난해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 지난해 겨울 한파와 올해 5월까지 이어진 이상 저온 탓에 포도가 절반 이상 얼거나 죽어 손해가 막심했지만 10월에 14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기 때문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과수, 벼 등에 발생한 피해를 최대 90% 보상받을 수 있다. 김씨는 “포도는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최근에는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며 “보험을 들지 않았더라면 고스란히 빚을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 피해 건수는 628건이다. 2008년 67건보다 크게 늘었다. 피해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1∼2008년 기상재해에 따른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약 2조3000억원이다. 1990년대(약 7000억원)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들쭉날쭉한 날씨에 따른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 받는 방법, 다시 말해 날씨보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날씨보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풍수해보험과 농작물재해보험 등이다.

2008년부터 판매한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해 30만 건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36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올해 정부 보험료 지원금 90억원 중 현재까지 43%가 소진됐다”며 “보험기간은 1년이지만 날씨 변동 위험에 대비하는 가입자가 늘면서 다시 보험에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도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2월 14일~3월 18일 가입 기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떫은 감 등 7개 과수품목에 3만7682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농가의 40%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재해보험팀 손소연 주무관은 “농작물은 비와 바람, 폭설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보험가입 농가가 해마다 4~5%씩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참다래, 자두, 콩, 양파, 가을감자, 벼 등을 추가해 13개 품목으로 보상종목을 늘려 가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 평균 재산피해 2조3000억원민간 보험사도 날씨보험상품을 내놨다. 삼성화재 지수(Index)형 ‘날씨연계보험’이다. 강수량, 강설량, 기온 등 특정한 날씨 기준을 가입 시 설정해 해당 기준을 초과하는 날씨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가입금액을 보상해준다. 삼성화재 시장개발팀 김지현 책임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낭패를 겪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날씨만 잘 예측해도 손해를 줄이고 거꾸로 돈을 벌 수 있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종합쇼핑몰인 조이코오롱은 날씨연계보험에 가입했다. 조이코오롱은 8월 한 달 동안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서울 날씨 기준)의 무더위가 7일 동안 이어지면 5만원(10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1000명에게 돌려주는 날씨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만약 마케팅에 성공할 경우 500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되지만 보험가입으로 손실액 절반을 보상 받을 수 있다.

날씨보험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특히 토네이도·홍수·지진 등 기상재해가 많은 미국의 경우 손해보험 특약을 통해 자연재해에 대한 보장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자연재해 위험을 담보해주는 독립된 보험상품은 없다.

그렇다면 날씨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날씨보험은 1990년대 말 도입됐지만 이동통신사, 백화점, 리조트 등이 실시한 이벤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하는 컨틴전시(위험) 보험으로만 제한적으로 판매돼 왔다. 실손형 상품의 성격상 사고정황을 두고 가입자와 보험사의 분쟁 소지가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보험사의 진입도 제한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소방방재청이 관장하는데 동부화재, 현대해상, 삼성화재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각 지역 농협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농작물보험의 사업운영은 미국 농림부 산하 RMA(Risk Management Agency)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FCIC(Federal Crop Insurance Company)가 주관하고, 판매 및 운영은 FCIC와 계약을 체결한 16개 민영보험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미국 보험대상 농작물은 100여 개에 달하는 반면 국내 보험대상 농작물은 30개 종목(본사업·시범사업 대상 포함)으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날씨 관련 파생상품도 허용해야날씨보험을 활성화하려면 날씨 파생상품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날씨 파생상품은 기온·적설량·강우량 등과 같은 기상현상을 거래대상으로 삼아 거래하는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강우량 파생상품은 7월 동안 서울 지역에 내린 비의 총량을 대상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7월 한 달 동안 서울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될수록, 실제로 많은 비가 올수록 강우량 파생상품의 가격은 높아진다. 따라서 미리 사놓으면 비가 내린 경우에도 파생상품을 높은 가격에 되팔아 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기온이나 적설량 파생상품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된다.

날씨 파생상품은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1997년 미국종합에너지회사가 겨울철 기온에 대한 장외 날씨 파생상품 거래를 시작한 후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1999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서리, 적설량, 강우량에 대한 선물과 옵션계약이 차례로 상장됐다. 일본도 1998년 금융개혁을 통해 날씨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투기적 성격이 짙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이 도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날씨 파생상품 지수를 개발하면 이 지수를 기초로 날씨에 민감한 업종의 기업들이 날씨 선물·옵션 등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며 “금융뿐만 아니라 날씨 정보 및 예측을 전문으로 하는 기상정보사업 분야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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