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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휴가를 투자해 아이디어를 얻다

[Forum] 휴가를 투자해 아이디어를 얻다

KMA 경영자교육위원장인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강단 왼쪽)이 기조연설자인 이희범 STX 중공업·건설 회장을 소개하고 있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여름 휴가 기간에 부인과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KMA(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휴식과 재충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7년 전부터 KMA 하계 세미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1975년 시작한 KMA 하계 세미나는 CEO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지혜의 향연이다. 올해에도 250명의 CEO가 제주를 찾아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250명의 CEO 제주 찾아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의 슬로건은 ‘아시아를 넘어 미래의 중심에 서자’였다. 기조강연을 맡은 이희범 STX 중공업·건설 회장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선 데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온 기업인의 공이 크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인들에게 이번 세미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된 3박4일 동안 권영호 인터불고(IB) 회장, 이휘성 IBM 사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CEO들과 김세철 명지병원장, 손철주 미술 칼럼니스트, 장일범 음악평론가, 시인 안도현씨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3명이 강사로 나섰다.

첫날 저녁 열린 첫 번째 강연은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그는 동양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인이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이 겪은 인생의 굴곡을 골프 18홀을 세 번 도는 것에 비유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둘째 날 세미나는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의 강연과 함께 시작됐다. 권 회장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한상으로 꼽히는 인물. 그가 맨손으로 일군 IB그룹은 한국·스페인·앙골라·가봉·중국·라스팔마스 등 세계 각지에 2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국내 사업부 매출만 1조원이 넘는다. 그의 강연 주제는 절약이었다.

단 한 푼이라도 아끼고 일초도 허비하는 것을 아까워하며 살아온 배경과 이를 통해 쌓은 부를 아낌없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는 권 회장의 삶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동대문시장의 3.3㎡ 크기 매장에서 시작해 여성 캐주얼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은 패션그룹 형지의 이야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최병오 형지 회장이 말한 성공의 비결은 ‘차별화 전략’이었다. 최 회장은 동대문시장 상인 중 최초로 브랜드를 등록했고, 품질과 디자인을 차별화하며 여성의류 시장을 이끌었다. 그 결과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30% 성장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세미나는 신라호텔 한라홀과 로터스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한라홀에서는 기업인과 경영 전문가의 강의가 있었고, 로터스홀에서는 문화강좌가 열렸다.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강사는 신상훈 서울종합예술대학 교수였다. 그는 ‘피식 하고 웃는 것이 행복이고 인생이다’라는 주제로 왜 삶에서 웃음이 중요한지에 관해 강연했다. 웃음이 주제인 만큼 그는 1분마다 청중을 웃기며 강의를 진행했다.

김세철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장이 진행한 건강강좌도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김 원장의 전공은 비뇨기과. 그는 50대가 넘어 진행되는 노화과정과 부부간의 사랑을 재치 있게 표현하며 웃음과 함께 가족관계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7월 27일에는 오준호 KAIST 교수와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각각 ‘로봇의 미래’ ‘바이오 산업의 허브’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세미나에 지식파트너로 참석한 이휘성 한국IBM 사장의 세션도 있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IBM의 열린 기업 문화를 소개하며 기업 혁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IBM은 1900년 집계한 상위 25개 미국 기업에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4개 기업 중 하나다. 스타벅스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의 강연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뉴욕에서 두 번째 매장을 준비 중인 김 대표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세계 공략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 원조는 미국도 유럽도 아니다”며 “한국에서 커피 브랜드 1등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 세션에서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 주목 받았다. 안 시인은 “미술반 선생님에 대한 반발로 문학반으로 옮기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인생이란 모르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삭막한 시대를 풍요롭게 해주는 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마치자마자 내년 세미나 구상행사 마지막 날에는 유통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착한 기업,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얘기했다. 이민화 메디슨 창업주(현 한국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도 나섰다. 그는 ‘창조적 실패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한국을 이끌어온 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강연과 문화행사에 참석자들은 만족한 모습이었다. 처음 참석한 오석근 KT파워텔 전무는 “오전에는 수준 높은 강연을 듣고 오후에는 올레길을 걸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며 “회사로 돌아가기 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최다 참석자 중 한 명인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매년 참석하고 있다”며 “젊은 CEO들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 받을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최권석 KMA 대표는 벌써 다음 하계 세미나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에는 더욱 창의적인 강좌와 참신한 강사를 발굴해야 한다”며 “CEO들이 여름 휴가 대신 투자하는 귀중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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