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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불량식품과 전쟁 선포

중국 정부 불량식품과 전쟁 선포

중국의 유명한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최근 불법 육류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벌금은 1000위안(약 16만원)에 그쳤다.

6월 13일 베이징. ‘식품안전, 모두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제3회 중국 식품안전포럼이 열렸다. 포럼 개막에 맞춰 일주일간 ‘식품안전 홍보주간’도 선포됐다. 식품안전 홍보주간은 처음이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그만큼 식품불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불량식품 실태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4년 9월 출판된 『중국대륙식품오염(中國大陸食品汚染)』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 세계를 경악시킨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중국 정부로부터 금서로 지정됐다. 한국에도 출간된 이 책은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저자가 2년간에 걸쳐 발로 뛰면서 쓴 현장 리포트다. 100여 가지가 넘는 불량식품의 종류와 제조방법 등이 낱낱이 적혀 있다. 저자 저우칭(周勍)은 “중국의 불량식품 문제는 세계를 위협할 심각한 사안”이라며 “만약 중국이 붕괴한다면 그것은 식품오염에 따른 사회혼란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웬만한 먹을거리는 불량식품실제 중국에 살다 보니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바로 먹을거리 안전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이 문제가 됐다. 정상 이상으로 과다 성장하면서 터져버린 소위 ‘지뢰수박’과 던져도 잘 깨지지 않는 ‘돌수박’이 그것이다. 속성 성장을 위해 생장 촉진제를 오과용했고, 불량 종자를 썼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서 흔히 보는 식품 중 불량식품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게 별로 없다. 멜라민 분유, 폐수와 폐기물을 섞어 만든 식용유, 금지약물을 먹여 사육한 돼지고기, 가짜 달걀, 폐지로 만든 두부, 암 유발 유해색소를 섞어 만든 염색 만두, 피임약으로 재배한 오이, 플라스틱 쌀, 마약 샤브샤브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여기에 잔류 농약과 항생제 남용까지 생각하면 ‘중국에서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건 각종 식품첨가제다. 굳이 가짜, 불량식품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섭취하는 식품 대부분에 필요 이상의 식품첨가제가 들어 있다. 얼마 전 인민일보는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중 90% 이상에 각종 식품첨가제가 들어있으며, 그 종류는 무려 2000여 가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성인 한 명이 하루에 직간접적으로 먹는 첨가제 종류만 80~90종에 이를 정도로 첨가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약 13만 건의 크고 작은 식품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2010~2011년 중국 식품안전 신뢰도 보고’에 따르면 70%가 넘는 소비자가 식품안전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다. 중국에서 식품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식품 생산기업의 희박한 법률의식과 도덕 불감증,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 부족을 들 수 있다. 남들 다 하는데 자기만 안 하면 손해 아니냐, 재수 없게 걸리더라도 약간의 벌금만 물면 된다는 의식이 내재돼 있다.

정부 관리감독 시스템도 문제다.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 행정력도 부족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의 불만 역시 하늘을 찌른다. 최근 중국 최대 육류 가공기업 중 하나인 솽후이(雙匯)가 금지 약물인 클렌부테롤과 렉토파민을 섞은 사료로 키운 돼지고기 사건과 상하이 화롄수퍼의 염색 만두 사건은 불량식품 제조 및 유통 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증명해준다. 솽후이의 관리책임자 4명은 면직, 화롄수퍼의 관리자 역시 정직 및 벌금형에 그쳤다. 형사처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얼마 전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인 ‘취안쥐더(全聚德)’에서 불법 육류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겨우 1000위안(약 16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을 뿐이다. 사육 돼지에 화학 첨가물인 록사손을 섞은 사료를 먹인 베이징 징준(精准)동물연구소에는 1만 위안의 벌금만 부과됐다. 해당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금보다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당연해 보인다.

관련 부처 간 비협조 및 부처 이기주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얼마 전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맹독성 농약으로 재배한 콩나물을 팔던 한 중소기업이 적발됐다. 그러나 품질감독국, 농업국, 공상국 등이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떠미는 바람에 가벼운 행정처분만 내려졌고, 이 업체는 상호와 지역을 바꿔 계속 영업할 수 있었다.

중국은 식품안전 관리감독에 어느 나라보다 많은 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기부,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재정부, 환경보호부, 농업부, 상무부, 위생부, 국가공상총국, 국가품질검사총국, 국가양식국, 국가식품약품감독국 등 모두 13개에 달한다. 이렇게 여러 부처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부처 간 협조도 안 되고 문제가 터지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하다.



‘식품 한류 2.0’ 시대 막 올라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불량식품 문제가 끊이지 않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월 17일 원자바오 총리는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식품불안 및 기업의 도덕불감증에 대해 질책했다. 국무원 식품안전위원회는 유관 부처와 공조해 불량식품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식품안전 관리감독 체제 확대, 행정법규 제정 및 처벌 강화, 식품 생산기업의 식품안전 관리시스템 수립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국무원 식품안전위원회 수장을 겸하고 있는 리커창 부총리는 5월 13일 개최된 식품안전회의에서 ‘식품안전법’의 엄격한 집행을 통해 식품안전 관련 업무를 강화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위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엄벌에 처하고, 중대 위반자에 대해서는 다시는 식품업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광둥성 왕양(王洋) 서기 역시 7월 4일 “식품안전은 사회건설의 주요 문제”라며 “광둥성은 식품안전을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장 큰 관건은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광둥성 등은 이미 식품안전 업무를 성장과 시장 등 고위층에 대한 인사고과 항목에 포함시켰다. 지역 최고 수장이 책임지고 챙기라는 뜻이다. 최근 홍콩상보(香港商報)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정부가 드디어 불량식품과 전쟁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일본 원전 사태로 일본식품 소비가 급감하면서 최근 들어 한국산 식품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후쿠시마 등 원전 부근 5개 현에서 생산되는 유제품과 야채, 과일, 수산물 등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일본식품 수요가 줄면서 아예 취급을 중단하겠다는 유통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최근 카르푸, 테스코, 오샹, 하오유둬(好又多) 등 중국 대형 할인마트 내 수입식품 매대에는 일본식품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일본식품도 재고가 소진되면 당분간 들여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산 청정 먹을거리가 각광 받으면서 KOTRA에 한국 식품 공급업체를 알선해 달라는 문의도 부쩍 잦아졌다. 우리 식품업계의 중국시장 진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대장금’ 드라마 열풍으로 ‘식품 한류 1.0’ 시대가 열렸다면 올해는 ‘식품 한류 2.0’ 시대로 한 단계 더 도약할 때다. 대장금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호감도가 확산되었고, 한국식당도 내륙에까지 퍼져갔다. 자연친화적이고 위생적인 식재료, 김치·된장 등 발효식품에 강점이 있는 한국음식은 세계적으로도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좋은 음식을 풍요로운 삶의 으뜸으로 여기는 중국인의 식탁에 앞으로 보다 많은 한국식품이 오르고,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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