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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캐디는 골퍼의 하인일까 파트너일까

[Golf] 캐디는 골퍼의 하인일까 파트너일까

호주의 애덤 스콧(왼쪽)이 8월 7일(현지시간) 미국 애크런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타이거 우즈의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실각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8월 초 세계 골프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그는 우즈와 우정을 나누면서 메이저 13승을 도왔지만 7월에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엉겁결에 애덤 스콧의 캐디가 됐다. 곧바로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즈가 오랜만에 출전한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보란 듯 애덤 스콧이 우승한 것이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스콧보다 윌리엄스에 집중됐다. 윌리엄스는 TV 카메라에 대고 쓴소리를 했다. “캐디 생활 33년을 하면서 145승을 거뒀는데 오늘 우승이 최고의 순간”이라더니 “우즈가 전화 한 통으로 나를 해고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골프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선수 사이에서는 언론이 우승 선수가 아닌 캐디를 인터뷰한 것과 그 결과 선수보다 캐디가 더욱 주목 받은 것에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웬만한 선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고, 타이거 우즈와 10년 넘게 생사고락을 해온 윌리엄스였기에 주목 받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캐디는 골퍼에게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수발을 드는 데 그치는 ‘하인’일까?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파트너’일까?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없애야 할 사명을 안은 주인공 프로도와 그의 하인인 샘은 대부분 주종관계였지만 클라이맥스에서는 동반자 관계로 변한다. 골프에서도 그럴까?

골프가 가진 특성에서 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자. 메카닉 차원에서 접근하면 골프는 철저히 개인적인 경기이고 코스에서는 자신만이 샷에 책임을 지는 외로운 존재라면 캐디는 하인인 게 맞다. 하지만 멘털 차원에서 접근하면 골퍼는 외롭게 코스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절체절명 판단의 순간에 캐디와 상의하고 역경에 처했을 때 도움 받는 동반자 관계로 보는 시각도 무시 못한다.



자립심 강한 골퍼는 하인으로 여겨캐디를 하인으로 보는 경우 캐디에게 전해지는 격언이 있다. ‘Show up, Shut up and Keep up’. ‘제 시간에 나타나 입 다물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라’란 뜻이다. 이는 골프의 기원과 관계가 있다. 캐디라는 직업의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한곳에 붙어 있지 못했고, 따라서 이들은 2류 인생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시합이 끝나면 이들은 술에 절어 시간을 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캐디라는 어원도 ‘시동’을 뜻하는 ‘카데(Cadet)’라는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골프 초창기에 골퍼가 여러 개 클럽을 들고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클럽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골프백이 개발된 이후에도 골퍼들은 부의 상징처럼 캐디를 동반했다. 오늘날에도 선수와 캐디 간엔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잭 니클라우스의 오랜 캐디였던 안젤로 아기아는 “잭은 나에게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자신이 최고의 골퍼라는 것과 아직 남은 홀이 많다는 걸 일깨워 주는 역할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오픈과 2004년 매경오픈 우승자인 마크 캘커베키아는 “선수가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교체를 생각하는 건 퍼터가 아니라 캐디”라고 말했다. 캐디를 하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립심이 강하고 골프는 오로지 골퍼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확신을 가지고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이런 마인드를 많이 가진다.

이에 반해 캐디와 동반자적 상호관계를 유지할 때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도 많다. 대표적 사례가 톰 왓슨과 그의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다. 1980년대 페블비치 스파이글래스힐에서 열린 PGA투어 AT&T내셔널프로암에서의 일이다.

브루스 에드워즈가 톨레도에서 열린 2003 시니어 오픈 경기 대회 도중 톰 왓슨 앞에 앉아 그린의 경사를 확인하고 있다.

예선 탈락선에 걸려 있던 왓슨은 파5 홀 세컨드 샷에서 레이업을 시도했다. “물 앞까지 거리가 얼마지?”라고 톰 왓슨이 묻자 브루스 에드워즈는 “그린 에지까지 235야드에 핀까지 12야드를 더해 총 247야드입니다”라고 말했다. 왓슨은 레이업을 생각했는데 캐디는 그린까지 거리를 불러준 것이다. 왓슨은 “잘못 들었나? 그린까지가 아니라 워터해저까지의 거리는?”이라고 다시 물었다. 캐디는 “네, 들었어요. 여기서 3번 우드로 온그린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라고 답했다. 화가 난 왓슨은 “물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캐디는 그 거리를 불러주고는 3번 우드와 6번 아이언을 꺼내 땅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에드워즈는 왓슨이 자신을 해고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고 한다. “경기 내내 부진하던 왓슨의 가슴을 뛰게 할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잠시 생각을 한 왓슨은 3번 우드를 집어 들었다. 그는 깨끗이 물을 넘겼지만 버디를 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에드워즈를 해고하지 않았다.

왓슨과 에드워즈는 함께 35승을 거두었으며 에드워즈는 말년에 루게릭병에 걸렸어도 왓슨의 캐디백을 들었다. 2004년 에드워즈는 캐디로는 유일하게 벤호건 상을 받았다. 병이 들거나 신체적으로 핸디캡이 있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골프인에게 주는 상이다. 에드워즈는 그 소식을 들은 지 몇 시간 후 눈을 감았다.

필 미켈슨과 그의 캐디 짐 매케이도 동반자 관계다. 매케이는 미켈슨과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필과 내가 그린 라인을 다르게 읽기도 한다. 그가 내 의견을 원할 때는 나는 최대한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주장은 단 한 번으로 끝낸다. 그가 설득 당하지 않으면 나는 즉시 뒤로 물러서서 그가 읽은 라인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노력한다. 파트너가 라인에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캐디와 동반자 관계를 가지는 선수는 의견을 절충하고 화합하려는 마인드를 가진 골퍼인 경우에 많이 볼 수 있다.

타이거 우즈와 윌리엄스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동반자형이던 둘의 관계가 어느 순간 깨어진 것이다. 우즈의 전 부인과 윌리엄스의 부인이 아주 친했지만 우즈의 불륜 사건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다. 동반자와 하인은 양립할 수 없기에 둘의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벤호건 상 받은 캐디는 파트너형프로의 시각에서 이제 아마추어로 옮겨보자. 어떤 아마추어 골퍼는 캐디의 역할을 부르는 대로 클럽 잘 가져다주고 볼 잘 닦아주는 데서 만족한다. 캐디가 퍼팅 라인을 가르쳐주지만 그는 별로 신뢰하지 않거니와 틀려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런 골퍼는 하인으로서의 캐디 역할을 더 중시하는 유형이다.

반면 어떤 골퍼들은 캐디의 라인 보기와 거리 및 공략법에 상당히 의존하고 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캐디 능력을 라인 보기와 코스에서의 조언으로 평가한다. 그는 동반자로서의 캐디 역할을 더 중시하는 유형이다.

몇 년 동안 수많은 경기를 함께 다니면서 산전수전 함께 겪은 프로와 캐디의 관계도 유형에 따라 다른데 하루에 겨우 다섯 시간 만나는 캐디야 오죽할까. 그러니 캐디가 라인을 못 본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길. 자신이 잘못 쳤을 확률이 더 높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볼 깨끗하게 안 닦는다고 나무라지 말길. 라인을 기막히게 잘 보는 캐디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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