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경남 하동 전어마을과 다솔사] 마음 달래고 입맛 살린다
[Travel - 경남 하동 전어마을과 다솔사] 마음 달래고 입맛 살린다
전어철이 다가온다. 전남 광양, 경남 하동 앞바다에는 벌써 전어를 찾는 이들이 붐빈다. 올여름 남해에는 이상기후로 태풍이 많았지만 전어는 풍년이라고 한다. 가장 대중적 바닷고기이자 횟감인 전어는 청어과 생선이다. 크기가 작아 뼈째(세코시) 먹을 수 있고, 구워 먹기도 좋다. 특히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가 그 맛을 못 잊어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별미다. 올해는 전어 풍년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전어 1㎏을 1만원이면 살 수 있다. 어른 서너 명이 먹을 술안주로 부족하지 않다.
전어 산지는 충남 서천, 전남 광양, 경남 하동 등 서해안부터 남해안까지 길게 뻗어 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전어가 많은 이유는 좋은 갯벌 덕이다. 기름진 갯벌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다. 경남 하동군 포구가 그런 곳인데, 이 때문인지 중평항·신노량항·술상마을·발꾸미마을·나팔마을 등 전어마을이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하동군 진교면 해안 끝에 있는 술상마을이다. 이 마을 앞 강개바다에서 잡히는 전어 맛은 고소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민들은 “강개바다 앞 물살이 세서 전어 움직임이 좋기 때문에 맛도 일품”이라고 말했다. 운동성이 좋은 만큼 기름기가 많고 육질이 쫄깃하다는 얘기다.
술상마을에서는 매년 8월 전어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 전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진짜 전어를 맛보고 싶은 이들은 축제가 끝난 뒤 가는 것도 좋다. 전어 맛은 8월보다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절정에 이른다. 술상마을 공동판매장에서는 축제기간보다 저렴하게 전어를 구입할 수 있다.
술상마을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다솔사가 있다. 경남 지역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만당을 이끌며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승병기지였다. 다솔사 주지 혜운 스님은 “많을 다(多)자에 거느릴 솔(率)자를 쓰는 다솔사는 그 이름처럼 신라 때부터 수많은 인걸이 거쳐 갔던 곳”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찰이 그렇듯 다솔사는 심신을 가다듬기 좋다. 다솔사 대웅전 뒤편 차 밭은 참선의 몸가짐을 하기에 적격이다. 이른 아침 산비탈 차 밭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굽이치는 산자락 너머로 찬란한 해가 떠오른다. 푸른 찻잎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다솔사의 해돋이는 황홀함과 신비를 선사한다. 효당 최범술 스님은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차(茶) 관련 책 『한국의 다도』를 편찬했다. 술상마을에서 농익은 전어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다솔사에 들르면 심신 모두 건강한 여행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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