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우리 전통주 대신 와인 한잔 색다른 명절 분위기 취해볼까
- [Wine] 우리 전통주 대신 와인 한잔 색다른 명절 분위기 취해볼까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세계적 와인 산지에서는 연말연시를 비롯한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값비싸고 귀한 와인, 혹은 가족과 특별한 인연이나 추억이 담긴 와인을 나눠 마신다. 추석 명절을 맞이해 모처럼 한 상에 둘러앉은 가족들. 이 자리에서 와인 한잔을 곁들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어떨까?
이코노미스트가 추석에 3대가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을 와인나라와 함께 공동으로 조사했다. 중앙일보가 매월 내보내는 ‘와인컨슈머리포트’ 조사에 참가한 전문가 패널, 와인나라 아카데미 강사, 판매점 점장 등 와인산업 종사자들이 명절에 어울리는 와인 20개를 추천했다. 가족과의 명절 모임에서 응용하기 좋도록 와인을 권하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추천 제품을 구분했다.
매그넘 한 병으로 15명 마셔 가족의 가장 웃어른이라면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에서 만든 와인을 권하며 전통이 쌓아 올린 명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세대를 뛰어넘는 전통의 가치를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도 되새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와인 명문 가문인 앙드레 뤼통이 생산하는 샤토 보네 리저브(Chateau Bonnet Reserve) 1999년 빈티지, 그중에서도 1.5L 용량의 매그넘을 추천했다. 와인나라 양평점의 홍승표 점장은 “매그넘 제품 한 병으로 15명까지 마실 수 있다”며 “숙성력도 일반 병에 비해 뛰어나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몬탈치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리지니(Lisini)는 지금도 3대의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우골라이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Lisini Ugolaia Brunello di Montalcino) 2004는 우골라이아 지역에서 최근 20년간 나온 와인 중 최고의 빈티지로 칭송 받는다. 138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 안티노리에서 만든 캄포그란데 오르비에토 클라시코(Campogrande Orvieto Classico) 2008도 가격 대비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추천 명단에 올랐다. 안티노리는 가족경영으로 이어져 왔다. 이 와인은 안티노리사 제품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화이트 와인으로 움브리아 지방에서 1922년 최초로 생산됐다.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인 카시제로 델 디아블로 카베르네 쇼비뇽(Casillero del Diablo Cabernet Sauvignon) 2010이 높은 인지도와 대중적인 맛을 이유로 추천됐다.
미국 와인 판매 사상 처음으로 18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한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Kendall 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2008, 러시아 황실의 공식 샴페인 공급사로 유명한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의 샴페인인 브륏 프리미에(Brut Premier)도 1세대 어른이 권하기 좋은 품격과 전통을 가진 화이트 와인과 샴페인으로 지목됐다.

2세대는 전통에 혁신적인 도전을 더한 와인을 권하며 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선대에는 존경을, 젊은 세대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 3만~4만원대 칠레 와인 중 1위를 차지해 최근 판매량이 급증한 아르볼레다 시라(Arboleda Syrah) 2008를 꼽았다. 미국의 유명한 생산자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칠레의 대표 생산자인 에두아르도 쉐드윅(Eduardo Chadwick)이 합작, 칼리데라라는 회사를 설립해 칠레에서 나온 최고의 포도로 색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개발했다. “혁신과 전통의 효과적인 접목의 결과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조상들에게 존경의 의미로 헌정한 와인도 있다. 7개국에 지사를 둔 세계 최대 와인기업 바롱 필립 드 로칠드는 가문을 빛낸 선조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바롱 앙리 메독(Baron Henri Medoc) 2007를 만들었다. 바롱 필립의 아버지이자 뛰어난 학자, 자선사업가였던 바롱 앙리의 이름을 땄다.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는 추석 명절에 어울리는 와인이다.
김새길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은 프랑스 와이너리인 샤푸티에가 만드는 라시부아즈(La Cibois) 레드 2009를 추천하며 “모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에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이유로 들었다. 조미경 소믈리에는 “그르나슈와 시라 특유의 스파이시한 느낌이 한식과 어울린다”고 평했다. 천재 양조사라 불리는 미셸 사푸티에가 만든 이 와인은 와인컨슈머리포트가 조사한 2만원대 프랑스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풍부한 과일향과 깔끔한 산미로 음식에 두루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인 픽 앤 샤푸티에 뤼베롱(Pic & Chapoutier Luberon) 2009, 풍부한 탄산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헨켈 트로켄(Henkell Trocken, N/V), 260년 전통의 샴페인 브랜드 모엣 샹동의 브륏 임페리얼(Brut Imperial, N/V)이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3대가 모인 자리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손주들이 오히려 먼저 나서서 와인이 익숙지 않은 어른들에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 드릴 수도 있다. 20대라는 연령대를 고려해 전문가들은 트렌디하면서 가격 부담이 적은 와인을 추천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 지역에서 생산된 빌라 엠 로미오(Villa M Romeo)를 비롯, 달콤한 맛을 기본으로 해 모든 가족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주로 꼽았다. 와인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고궁씨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해 송편, 한과 등 한식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된 골든 애플 레이트 하베스트(Golden Apple Late Harvest) 2009는 명절 준비에 지친 여성들에게 권할 만하다. 20~30대 여성소비자를 겨냥해 기획된 이 와인은 새콤함과 달콤함의 조화가 훌륭하다.
와인을 다룬 인기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가격 대비 질 좋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등장한 산테로 피노 샤노네이 스푸만테(Santero, Pinot Chardonnay Spumante, N/V)로 명절에 파티 분위기를 더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름진 명절 음식에 청량감 있는 와인을 곁들여 입가심을 할 수 있다.
‘와인에는 치즈’ 고정관념 버려야 와인 병을 열자마자 커피 향이 흘러 넘치는 바리스타(Barista) 2009, 개성 넘치는 향과 가벼운 질감으로 로버트 파커에게서 86점을 받은 레드와인 레비드(Rabid) 2006, 친환경 농법으로 유명한 도멘 폴마스가 내놓은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 애로건트 프로그(Arrogant Frog) 2008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와인 전문가들은 추석에 가족과 함께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와인에는 치즈’라는 생각을 버리면 상 위에 오른 명절 음식으로도 충분히 와인 안주를 삼을 수 있다고. 주 요리와 어울리는 품종의 와인을 구매처에서 추천 받으면 된다.
젊은이의 취업이나 결혼 등 경사스러운 일이 겹친다면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김새길 부원장은 “세대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와인을 나눠 마시고 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며 공통의 화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인은 편안한 대화의 술”
특별한 메시지 담는 선물 … 명절상에서도 음식 궁합 찾을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와인의 종류는 수십만 종에 이르지만 이름이 같은 와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라벨도 각기 다르다. 이름 혹은 라벨 디자인(그림, 로고 등)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거나, 와이너리의 역사나 와인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통해 선물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의미가 담긴 와인을 찾으려면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와인 검색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인데, 가격을 비교하거나 추가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유용하다. 국내 와인 사이트에서 찾은 정보가 성에 차지 않을 때는 와인서처닷컴(www.wine-searcher.com)과 비노페디아닷컴(www.vinopedia.com) 등 해외 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본인이 마실 와인을 고를 때와 선물용으로 고를 때의 기준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엔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매긴 점수며, 빈티지 차트를 뒤적이는 것쯤은 기본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대개 이름난 와인, 혹은 보편적으로 무난한 와인을 선택한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와인수입사가 적극적인 판촉을 펼치는 종류는 레드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화이트라면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것이다. 이 두 와인은 명절 선물세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인 모스카토 다스티도 할인점, 와인전문점 할 것 없이 국내에서 인기 좋은 와인이다. 이 와인은 살짝 기포가 있으면서 단맛이 나 식후 과일을 대신해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의외로 매콤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불닭처럼 강한 양념의 음식과는 무리가 있지만 떡볶이는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선물 받은 와인을 쌓아두기보다 명절을 맞이해 모처럼 모여 앉은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보통 와인에 평범하게 먹는 한식을 곁들이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자 와인과 음식에 관한 기본 상식 하나씩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레드 와인엔 고기, 화이트 와인엔 생선’이라는 보편적 상식 하나만 가지고도 경험해 볼 게 많다. 와인 종류가 여럿이면 음식과 매칭할 수 있는 조합 수가 훨씬 더 늘어나겠지만 같은 와인 한 가지로 차려진 음식 하나하나와 함께 맛보는 것도 대화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을 시작하는 것. 여러 사람이 모이고 다양한 음식이 한 상에 올라오는 명절은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와인 산지에서는 차려진 음식을 보다 맛있게 먹기 위해 와인을 곁들인다. 저마다의 입맛이 다르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와인과 음식의 궁합 자체가 대화의 주제가 된다. 와인도 음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곧 70세를 바라보는 내 아버지의 경우가 좋은 예다. 그 전까지는 한시라도 빨리 아버지와 와인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와인은 이래서 좋고, 저런 종류가 있으며, 이건 당장 마실 와인이 아니라는 둥 장황하게 설명했다. 알코올 기운을 빌려 느긋해지고 싶은 아버지에게 복잡한 와인 이야기가 먹혔을 리 없다.
오히려 “한번 드셔 보세요”라며 슬쩍 권하는 말에 아버지는 마음 편하게 와인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로버트 파커(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를 비롯해 카베르네 소비뇽 등 와인 관련 몇몇 용어 정도는 입에 올리신다.
와인은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진다. 애호가들이 와인을 두고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위스키 같은 독주는 ‘독백(monologue)의 술’이라 하고, 와인은 ‘대화(dialogue)의 술’로 통한다. 흩어져 지내던 가족과 일가친척이 모이는 올 추석에 대화의 술을 앞에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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