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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ishment] ‘나도 살인자다’

[punishment] ‘나도 살인자다’


사형집행관들은 형 집행의 고통스러운 기억 떨치지 못하고 평생 양심의 가책 느끼며 살아가
트로이 데이비스의 지지자들이 조지아주 교도소 밖에서 그의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데이비스는 9월 21일 밤 처형됐다).

MICHAEL DALY 기자

사형집행관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제리 기븐스(59)처럼 직접 그 일을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짐작하기 어렵다. 지난 9월 21일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백을 주장하던 사형수 트로이 데이비스의 형이 집행됐다. 그 다음날 기븐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형집행관들은 말 못할 고통을 겪는다.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그 기억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영원히 그 짐을 지고 가야 한다. 어느 누가 그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싶겠는가?”

기븐스는 버지니아주에서 사형집행관으로 일하던 17년 동안 6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소위 ‘사형집행관의 흥분(the executioner high)’을 경험했다. 사형집행관이 커튼 뒤에서 레버를 잡아당겨 사형수에게 독극물을 주입할 때 현실을 잊게 해주는 고도의 흥분 상태를 일컫는다(기븐스는 전기의자 처형 방식이 독극물 처형보다 사형수에게 고통을 덜 준다고 생각한다).

“사형을 집행할 땐 나 자신을 변신시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모드로 돌입해야 한다”고 기븐스는 말했다. “그런 상태는 얼마 동안 지속된다. 길게는 3주일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기븐스는 지난주 조지아주에서 데이비스의 사형을 집행한 집행관들도 그런 흥분 상태를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사건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수록 흥분은 더 고조된다고 말했다. 그가 1980년대 중반 사형을 집행한 브라일리 형제의 사건(이들은 7개월에 걸쳐 연쇄 성폭행과 살인을 저질렀다)도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일종의 방어기제인 이 흥분 상태가 가라앉고 나면 사형집행관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데이비스처럼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사형수를 처형했을 경우에는 과연 그가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의구심을 품는다. 확실한 건 처형 자체를 되돌리진 못한다는 사실뿐이다. “만약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면 그건 살인”이라고 기븐스는 말했다.

설사 트로이 데이비스가 결백하지 않았다 해도 현재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 중 일부가 결백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비정부기구인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의 자료에 따르면 1973~2010년 미국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 중 무죄가 입증된 사람이 138명이나 된다. 그중에는 데이비스의 사형 집행을 강행한 조지아주의 죄수도 다섯 명 포함됐다. 조지아주는 데이비스의 유죄를 의심할 만한 여러 가지 근거와 데즈먼드 투투 주교, 그리고 랩가수 션 ‘P 디디’ 콤스 등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한 사형 반대 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형을 집행했다.

어떤 죄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때 그 결정권은 검사와 배심원단, 판사에게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형의 집행을 맡는 사형집행관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기븐스는 “우리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비록 논란의 여지 없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라 해도 사형집행관에게는 형 집행의 기억이 평생 따라다닌다. 버지니아주에서 기븐스가 담당했던 62건 모두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이 ‘살인’으로 기록됐다. “(사형수의) 사망진단서에서 ‘살인’이라는 글씨를 본 뒤 그 말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기븐스는 11년 전 (직무와는 무관한) 위증과 돈 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사형집행관직에서 해임됐다(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4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현재 그는 트럭 기사로 일하지만 데이비스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사형집행관 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사형 집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손으로 형을 집행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또 비록 합법적인 처형이라 해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일에 대한 반감이 쌓이게 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기븐스 같은 사형집행관뿐 아니라 그들에게 형의 집행을 명령하면서 괴로워하던 교도소장 출신 인사 다수가 사형 반대 운동에 나서게 됐다.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교도소장으로 일하던 진 우드퍼드(58)는 그녀가 주관한 사형 집행 4건에 관한 질문을 받자 감정이 북받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강도 사건에서 78세의 노파를 살해한 혐의로 처형된 베트남전 참전용사 매뉴얼 배비트의 사건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배비트의 형은 배비트에게 사형을 내리지 않는다는 주 당국의 말을 믿고 동생을 경찰에 넘겼다. “형은 사형 집행 당일 현장에 와서 동생이 처형되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우드퍼드는 말했다.

평생 교도관으로 일한 그녀는 “사형 집행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 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며 감정을 잘 다스리는 듯 보여야 한다. … ‘우린 법을 집행할 뿐’이라는 말로 나 자신과 부하직원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2004년 캘리포니아주의 교도소 전체를 감독하는 자리에 임명됐지만 얼마 안 돼 사임했다.

“또다시 사형을 집행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나 자신이 잘 알았다. 애초에 살인 죄를 살인(사형)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우드퍼드는 사형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가 1992~2006년 사형수 13명의 형을 집행하는 데 소비한 돈을 4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리고 만약 그 돈을 경찰관의 추가 배치에 사용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절반 가까이가 미제로 남는다면서 “정말 공공 안전을 생각한다면 거리에 경찰관을 늘리는 쪽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드퍼드는 또 사형의 적용 기준이 매우 임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전직 교도소장들과 함께 사형 반대 운동에 나섰다. “사형은 사라져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미국 36개 주에서 사형이 실시된다. 사형집행관들은 사형수의 팔을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문지르는 일로 형 집행을 시작한다. 주사바늘을 꽂기가 무섭게 사망에 이를 죄수들에게 감염 예방 조치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조지아주에서는 최근 사형 집행 과정에 (사형수의) ‘의식 확인’ 절차가 추가됐다. 올해 조지아주에서 처형된 두 명의 사형수에게 투여된 마취제(두 가지 치명적인 독극물을 주사하기 전에 투여한다)의 양이 부족했다고 밝혀진 뒤 내려진 조치다. 그 두 사형수는 마취제의 양이 부족했던 탓에 팬큐로니엄 브로마이드로 인한 숨막히는 고통과 포타슘 클로라이드로 인한 내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지아주의 교도관들은 마취제로 쓰이는 소듐 시오펜탈을 구하기가 어렵자 런던의 한 운전학원 건물에 있는 제약회사 ‘드림 파마’에서 이 약을 구입했다.

조지아주는 이 일이 있은 다음 페노바르비탈이라는 새로운 마취제를 채택하는 한편, 사형수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후 나머지 약물을 주사하기 전 사형수의 감긴 눈과 팔 등을 건드려 보는 과정을 통해 의식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데이비스의 처형 당시에도 이 과정을 따랐다. 이 과정은 조지아주가 ‘레인보 메디컬 어소시에이츠’라는 회사를 통해 고용한 팀이 진행했다. 레인보의 대표 카를로 무소 박사는 자신을 기요탱 박사(교수형의 비인도적 고통을 없애고자 단두대의 사용을 건의했다)의 후예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사형수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무소는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낄지 모르지만 형 집행에 관여하는 다른 많은 사람은 여전히 ‘사형집행관의 흥분’이라는 방어기제에 의존한다. 조지아주의 사형집행관들은 10월 5일 다시 한번 그 흥분을 경험하게 될 듯하다. 1994년 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마커스 레이 존슨이 처형되는 날이다. 그들은 형 집행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현실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게 된다. 기븐스의 말이 맞다면 그때 가장 고통을 받는 쪽은 사형집행관들이다.

기븐스는 사형 집행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뉴욕의 두 집행관들과 달리 종교에서 위안을 찾았다. 다우 호버는 1990년 일산화탄소를 흡입해 자살했고, 1929년엔 존 헐버트가 “사람 죽이는 일에 넌더리가 난다”는 말을 남기고 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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