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올해 기업들이 경영 최우선 목표로 세운 것이 ‘생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각국의 금리 인상, 미·중 패권 경쟁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중동 두 개의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까지 심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들은 성장·도약·투자와 같은 얘기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며 현재를 지키기에 올인했습니다.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대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규모 직원 감원에 임원 수도 줄이고 있으며 알짜 사업까지 정리하고 있습니다. SK는 삼불화질소 등 제조 분야 세계 1위인 자회사 SK스페셜티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바이오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유동성이라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장기 불황으로 사업을 아예 접는 경우도 있는데요, 롯데케미칼이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결정했고, LG화학은 여수 스티렌모노머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올해 1~10월까지 전국 누적 법인 파산신청 건수가 1583건으로, 이중 파산 선고가 인용된 법인은 무려 1380곳이나 됩니다. 집계 이래 동 기간 중 최대치이며, 이대로라면 올해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의 파산 신청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국내 기업만 생존 전쟁에 내몰린 게 아닙니다.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유동성 위기로 최근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였던 TGI 프라이데이스도 경영난으로 파산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생존 전쟁에서 많은 기업들이 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내년에도 생존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올해 바닥을 찍었으니 내년에는 턴어라운드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2025년에 올해보다 더한 생존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경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경기 전망은 밝지 않았습니다. 이들 중 76.7%가 2025년 글로벌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빠질 것이라고 했고,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23.3%였습니다. 나빠지는 주된 이유로는 ‘트럼프 리스크’를 꼽았습니다.
그렇다고 내년에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고, 국내 증시가 회복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집값 하락으로 내집 마련의 기회가 올 것이고,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점진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본지가 경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예측을 담아 발간한 ‘2025 경제大전망’에 실려 있습니다. 기업들이 2025년 생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2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3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4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5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6'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7우리금융, 그룹 통합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 출시
8'아무 이유 없어' 고속도로서 돌팔매질·직원 폭행까지
9경북 고령군, 2024년 스타기업 및 우수기업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