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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신흥 대기업 4곳의 성공 DNA

[MANAGEMENT] 신흥 대기업 4곳의 성공 DNA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런 환경에서도 1980년대 이후 생긴 다섯 기업이 50대 기업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STX, 웅진, 홈플러스, 미래에셋 등 네 기업의 고성장 비결을 알아본다.

STX그룹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강덕수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 매출 120조원을 달성해 7대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중공업의 후신인 STX는 출범 10년 만에 재계 12위 그룹(자산 기준)으로 성장했다(공기업, 공기업 성격의 포스코, KT 등 제외). 창업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STX는 이단아적인 기업이라고 할 만하다. 이 회사의 자산 총액(21조9000여억원)은 금호아시아나 다음으로 많고 엘에스, 씨제이, 신세계를 앞질렀다(표 참조).

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이 1980년 창업한 웅진씽크빅(옛 웅진출판)이 그 모태다. 윤 회장은 직원 7명과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를 30대 기업으로 키웠다.

국내 50대 기업(201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기준, 공기업 포함) 가운데 80년 이후 설립된 대기업은 다섯 개다. STX, 부영, 웅진, 홈플러스, 미래에셋 등이다. 현대전자산업의 후신인 하이닉스는 83년 설립됐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돼 회생했고 여전히 채권단이 대주주라 제외했다. 임대주택사업 전문 기업인 부영을 뺀 나머지 네 회사의 고성장 비결을 알아봤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의 과감하고 빠른 베팅

STX그룹은 한국-중국-유럽을 3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종합 조선그룹이다. 상선, 여객선, 해양 플랜트, 군함에 크루즈선까지 만든다. 창립 10년 만에 매출액은 2605억원에서 26조4559억원으로, 102배가량 늘어났다. 1000명이 채 안 되던 임직원은 그 새 6만4000명으로 늘었다. 고성장 비결로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 인재 중시, 인수합병(M&A), 강덕수 회장의 리더십 등을 꼽을 수 있다.

STX는 조선그룹이지만 선박 엔진(STX엔진)과 그 부품(STX메탈)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선박을 직접 건조할 뿐만 아니라(STX조선해양) 해운(STX팬오션)에도 진출했다. 이렇듯 연관산업에 잇따라 진출해 수직 계열화를 이룸으로써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것을 STX 측은 고성장의 첫째 요인으로 꼽았다. STX는 또 크랭크 샤프트, 터보 차저, 카고 오일 펌프 등 10여 개의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든다.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 STX 기술의 산실은 지난해 문을 연 STX종합기술원이다. 이곳은 STX 품질경영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불황기에도 채용 규모를 유지해 왔다. 인재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강 회장의 철학이 바탕이 됐다. 그는 고용을 중시한다. “1조원의 이익을 내는 것보다 1만 명을 고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요즘도 신입사원 채용 최종면접 때 직접 참석한다. 채용 인원이 급증하면서 대졸 신입사원을 지난해 2300명 뽑았는데 면접만 꼬박 1주일이 걸렸다. 강 회장은 M&A도 이런 인재 철학과 결부시킨다. M&A는 회사를 사들이는 게 아니라 그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인수한 기업 인재를 그룹의 핵심 부서에 중용했다.

STX는 M&A를 통해 급성장했다. M&A엔 원칙이 있다. 우선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가 긴요할 땐 이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 베팅은 과감하고 빠르게 한다. 차입을 최소화하고 인수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한다.

성장의 견인차는 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는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다. 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7년간 쌍용 맨으로 일했다. 2000년 쌍용중공업 전무 시절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 회사가 계열 분리돼 외국계 한누리컨소시엄에 넘어갔지만 그는 CEO에 발탁된다. 쌍용중공업의 주가가 바닥을 기자 아파트를 판 돈 등 20여억원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스톡옵션도 행사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한다. 지천명을 넘은 나이였다. 평소 오너처럼 일했던 그는 진짜 오너가 되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시스템과 기술이 빼어난(System Tech-nology eXcellence)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회사 이름을 STX로 바꾼 그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눴다. 2001년 회사 출범식에서 그는 “우리의 미래는 해외에 있다. 광활한 해외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선언했고, 지금 STX는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웅진그룹 평범한 사람 인재로 바꾸는 ‘또또사랑’

웅진그룹 측은 고성장의 요인으로 창조경영, 투명경영, ‘또또사랑’이라고 이름 붙인 경영정신을 꼽았다. 웅진 31년은 창의적인 발상과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렌털과 서비스를 결합한 렌털 코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환경 가전시장도 웅진이 개척했고 국내 최초로 곡물 음료를 도입한 것도 웅진이다.

윤석금 회장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해법을 골똘히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남의 새로운 시도를 보고서 자신이 하는 사업에 접목시키는 데 능하다. 웅진코웨이가 1만여 명의 코디를 선발할 땐 자기 차가 있고 운전도 할 줄 아는 여성을 뽑았다. 그 덕에 비용이 크게 줄어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정수기 시장은 외환위기를 맞아 침체돼 있었다. 반면에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이런 비대칭적 상황을 정수기를 빌려주는 사업으로 타개한 것이다.

렌털 아이디어는 그가 일본의 어느 청소 용역업체를 방문했을 때 얻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대리점주에게 본인의 자동차를 사무실 겸 창고로 활용하게 했다. 또 여직원을 쓰는 대신 점주의 배우자를 조수석에 앉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이 회사는 사무실·창고 임대료, 집기 비용에 인건비까지 절감하고 있었다.

윤 회장은 초창기부터 매달 전 직원을 강당에 모아놓고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얼마를 벌어 얼마 썼고 남은 돈을 어디에 얼마만큼씩 쓰겠다는 식이었다. 그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사랑받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경영이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경영론을 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오너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관계 있는 사람에게서 납품 청탁을 받거나 비자금을 마련해 빼돌린다면 어떻게 직원들의 사랑을 받겠는가?”

이런 투명경영은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줬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모험심이 강하면서도 투명경영·윤리경영을 타협하지 않는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 회장은 윤리적인 경영활동을 펼친 공로로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정한 제1회 평화기업인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은 기업인은 자동으로 내년 5월 제 3회 오슬로 세계평화기업인상 후보에 오른다. 심사위원은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 라탄타타 인도 타타그룹 회장이 앞서 이 상을 받았다.

또또사랑은 윤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창업 초기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은 사랑이라고 선언했다. 경영정신에 대해 묻는 한 직원에게 그는 “또 사랑이다”라고 답했다. 그 다음 해엔 “또또사랑”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는 2003년 또또사랑을 경영정신으로 공식 선포했다. 기업인인 그가 사랑을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야말로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묘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은 평범한 사람을 인재로 변화시키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홈플러스그룹 점포는 과학의 상자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테스코가 50 대 50 지분율로 합작 설립한 할인점이다. 당시 국내엔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를 포함해 11개의 할인점이 각축하고 있었다.

그 후 홈플러스는 3년 만에 업계 2위에 올라섰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125개의 대형 마트에서 연간 1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홈플러스 고성장의 요인으로는 이승한 회장의 리더십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는 가치점, 감성점, 그린스토어 등 신개념 점포를 잇따라 선봬 홈플러스의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국내 대형 마트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가치점은 원스톱 쇼핑과 원스톱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점포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는 매출액이 가장 많은 1층에 문화센터, 어린이놀이터, 푸드코트, 민원센터 등 돈 안 되는 생활 편의시설을 배치했다. “기존 대형마트는 이것저것 물건은 많은데 쉴 만한 공간이 없어 외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라는 고객의 소리를 수용한 결정이었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런데 가치점 1호인 안산점에서 대박이 났다. 창고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가치점은 그 후 업계의 표준이 됐다. 그는 가치점이 홈플러스가 만든 글로컬 스탠더드라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회사 창립 당시 ‘매출 한국 시장 1위, 경영의 질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3대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맨체스터에 비식품 전문매장을 오픈하면서 홈플러스란 이름을 붙였다. 유통 선진국에 토종 브랜드를 수출한 셈이다.

홈플러스의 성장 비밀로 신바레이션(synbaration)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신바레이션은 한국, 즉 동양의 신바람 문화와 서양의 합리주의(rationalism)를 접목한 것이다. 신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홈플러스는 유통업계 최초로 10년 전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또 유통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2009년 세계적인 인사 컨설팅 업체 에이온휴잇은 홈플러스를 아시아 최고의 직장 20개사 중 하나로 선정했다.

차별화, 혁신, 창조 등 점포 전략도 주효했다. 홈플러스 점포의 후방은 굴절 버스처럼 중간이 꺾이는 20t짜리 트레일러가 드나들 만큼 경쟁사보다 공간이 다소 넓다. 이 트레일러는 경쟁사의 주력 차량인 5t 트럭보다 4배 이상 운송 효율이 높다. 운행 횟수가 그만큼 줄어 기름값이 절감되고 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런 성과는 과학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그래서 점포는 과학의 상자라고 말한다. 한편, 가격 투자라는 용어를 써 선제적으로 시도한 가격 차별화는 홈플러스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대형마트 중 PB(private brand) 상품, 즉 자체 브랜드로 조달하는 상품을 처음 도입한 것도 홈플러스다. PB 매출은 현재 홈플러스 전체 매출액의 28%를 차지한다. 그만큼 차별화된 상품이 많다. 홈플러스 스쿨 운영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이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회공헌 활동도 차별화하려면 핵심 역량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돈 움직임 꿰뚫는 안목

미래에셋은 운용사를 기반으로 하는 독립적인 금융전문 그룹이다. 1997년 설립 이래 뮤추얼 펀드, 부동산 펀드, 사모투자 펀드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매스 마케팅을 시도한 첫 자산운용사이기도 하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성공 모델을 미래에셋이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렇듯 미래에셋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2003년엔 홍콩에 진출해 최초로 해외에 운용사를 설립한 금융사가 됐다. 현재 미래에셋은 서울, 홍콩, 브라질, 인도, 영국, 미국, 대만을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일찍이 국내 주식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선진 금융시장들을 면밀히 연구해 저금리가 길어지면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가 증가한다는 것도 간파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그는 국내 주식시장이 도약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믿음은 98년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1호 펀드로 결실을 보았다. 이 펀드는 출시 2시간 만에 5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신흥 그룹 CEO 네 명은 예외 없이 창업가 정신이 넘치는 경영자다. 이들 가운데 박현주(고려대 경영학과)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속칭 비명문대 출신이다. 강덕수 회장은 명지대 경영학과, 윤석금 회장은 건국대 경제학과, 이승한 회장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전공은 네 사람 모두 경영학 또는 경제학이다. 강 회장과 윤 회장은 상고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학벌은 장애물이 아니었다.

이런 것이 외형상의 유사점이라면 네 명 모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윤석금 회장은 <긍정은 걸작을 만든다> 에서 자신의 신조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나의 능력을 믿으며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고, 항상 자랑스러운 나를 만들 것이며, 항상 배우는 사람으로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다.”

여기엔 그의 견고한 항심(恒心)이 잘 드러나 있다. 창업 CEO에게는 이 같은 일관성이 중요한 자질일지도 모른다. ‘창조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승한 회장의 저서는 제목이 <창조 바이러스 h2c> 다. H2C는 ‘How to Creat?’를 시류에 맞게 표현한 것이다. 그가 꼽는 창조 바이러스는 창의, 열정, 예지, 상상, 변화, 집념 등이다. 이런 자질은 나머지 세 명의 CEO에게서도 엿보인다. 결국 열정과 창의야말로 신흥 그룹 CEO들의 정신적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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