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Report] 베일 속의 암살자
[First Report] 베일 속의 암살자
BABAK DEHGHANPISHEH 기자이란 출신인 만수르 아르밥시아르(56)는 미국 텍사스주에 살면서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 중고차 판매도 했고, 편의점과 케밥 가게도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동업자의 원성도 샀고, 이혼도 당했다. 어려운 생활이었겠지만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여느 자영업자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주 그가 뉴욕의 연방법원에 출두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암살 모의 혐의를 받는다.
Mansour Arbabsiar dabbled in a lot of different jobs while living in Texas. He worked as a used-car salesman for a time, owned a convenience store and even a kebab shop. Along the way, he burned a few business partners and got a divorce. A difficult life, perhaps, but not all that much different from any other struggling businessman. That changed last week when Arbabsiar, a 56-year-old Iranian American, showed up in a U.S. federal court in New York. The charge? Conspiring to assassinate the ambassador to Saudi Arabia.
음모의 세부 사항은 인기 미국 드라마 ‘24’를 방불케 한다(The plot’s details could have been plucked from an episode of the hit TV show 24). 뺨에 큰 흉터가 있고 뚱뚱한 아르밥시아르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포섭됐고, 그가 멕시코 마약조직 로스 제타스와 접촉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의 암살을 사주했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그 이전에도 삐걱거렸지만 그 사건이 있은 뒤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란 정부는 강하게 부인하지만 워싱턴에선 감정에 찬 말이 터져나왔다.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We don’t take any options off the table)”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는 국제사회를 동원해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고 이런 행위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철저하고 효율적인 작전으로 잘 알려진 이란 혁명수비대가 왜 그런 어설픈 음모를 꾸밀까(Why would the Revolutionary Guards, known for running a tight ship, get involved in such a sloppy caper)? 그 답은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미국과 관계보다 이란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정치와 더 상관 있는 듯하다(The answer may have more to do with Iran’s convoluted domestic politics than its relations with Saudi Arabia and the United States). “혁명수비대의 일부는 외부 위기를 조성해 조직을 강화하고 이란 내부의 여러 다른 그룹을 통합하려 한다”고 노르웨이 주재 이란 영사를 지냈고 지난해 서방으로 망명한 무함마드 레자 헤이다리가 말했다. “공격이 실행됐든 불발로 끝났든 그들이 얻는 효과는 같다. 서방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이란 국민을 겁주는 게 그들의 목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오래전부터 해외 공작을 벌였다. 유럽, 터키, 파키스탄에서 이란의 반체제 인사들을 암살했고, 무기와 자금을 각 지역의 테러단체에 공급했다. 이런 활동의 대부분은 쿠드스 부대가 수행했다(The bulk of these activities have been carried out by the Quds Force, a branch of the Guards created during the Iran-Iraq War and tasked with carrying out operations outside the country). 이란-이라크 전쟁 중 해외 작전 임무를 띠고 혁명수비대 내부에 창설된 부대다. ‘쿠드스’는 예루살렘의 아랍어 명칭이다. 추정에 따르면 쿠드스 부대 규모는 5000명에서 1만5000명 사이다. 쿠드스 부대가 사우디인을 노린다는 혐의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코바르 타워 폭탄테러도 그들이 배후로 지목됐다.
근년 들어 쿠드스 부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번 음모로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 중 압둘 레자 샬라이는 미군의 ‘병력 증파’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라크에서 활동했다. 2007년 뉴스위크가 바그다드의 군 정보원과 한 인터뷰에서 샬라이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마흐디군 사이의 주된 연락책으로 거론됐다. 당시 마흐디 민병대는 수니파 민간인만이 아니라 미군도 공격했다고 알려졌다(At the time, these Shia militiamen were blamed for attacks against the U.S. military, as well as on Sunni civilians).
미 재무부에 따르면 샬라이는 아르밥시아르의 사촌이며, 사우디 대사를 암살하고 “미국과 그외 국가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추가로 공격하는” 음모를 배후 조정했다. 다수의 이란 관측통들은 혁명수비대가 그처럼 민감한 작전에 왜 아르밥시아르 같은 불한당에게 기대려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Many Iran watchers have been stumped why the Revolutionary Guards would turn to a desperado like Arbabsiar to carry out such a sensitive mission). 두 사람의 친척 관계가 수수께끼의 핵심 단서인 듯하다. 샬라이는 상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 임무를 준비하려고 사촌을 끌어들였을지 모른다.
이전에도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이 ‘불한당’을 이용한 적이 있다. 1990년대 이란에서 작가, 지식인, 반체제 인사의 잇따른 암살은 독자적으로 행동한 대원의 소행으로 알려졌다(A series of murders of writers, intellectuals, and dissidents inside Iran during the ’90s was eventually blamed on wayward members of the Intelligence Ministry). “이번 음모에는 쿠드스 부대의 일부만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혁명수비대 창설 멤버로 현재 이란 반체제 운동가로 활동하는 모센 사제가라가 말했다. “아르밥시아르가 쿠드스 부대에 있는 사촌에게 연줄을 자랑하자 한번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을지 모른다. 이 음모는 실행 단계보다는 분석 단계였던 듯하다.”
음모자들은 이 작전이 승산 없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 품은 깊은 증오심 때문에 계속 추진했는지 모른다(Even if the operation was seen as a long shot by the plotters, they may have pushed ahead because of their deep hatred for Saudi Arabia). 지난 3월 사우디가 바레인의 시아파 주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려고 병력 1000명 이상을 파견했을 때 이란 지도자들은 격분했다. “혁명수비대 지휘부는 특히 사우디군의 바레인 개입 후 사우디를 응징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수 성향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혁명수비대 전문가 알리 알포네가 말했다. 아델 알-주베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가 당연시되던 표적이었던 듯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외교 전문에 따르면 알-주베이르는 당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라이언 크로커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에게 사우디 국왕은 미국이 “뱀의 머리를 잘라주기(cut off the head of the snake)”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 공격을 의미한 듯하다.
아르밥시아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은 폭발 직전이다.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그리고 특히 시리아(이란은 사면초가에 처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유일한 옹호국이다)에서 양국의 중동 패권 다툼이 격화될 게 뻔하다.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매정하게 아사드에게 등을 돌렸다(Saudi King Abdullah made a pointed break with Assad).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패권 다툼에 낀 미국은 묘책이 없다(In the middle of this power struggle, the U.S. is left with few good options). 지금까지 미국 관리들은 직접적인 군사 위협 없이 강경 발언만 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군사 개입의 압력이 커질지 모른다. “미국 정부는 성급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핵협상에서 이란 측 대표를 지낸 호세인 무사비안이 말했다. “주변 환경이 과도히 정치적으로 변했다. 이라크 전쟁 직전과 비슷하다. 신속한 결단을 내리라는 압력이 크다. 하지만 이란을 공격하면 중동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어쩌면 음모자들이 노렸던 목표가 바로 그런 불길인지 모른다(Perhaps that’s exactly what the plotters were hoping for).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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