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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호적부 사망날짜 뒤집을 수 없다면…

[Law] 호적부 사망날짜 뒤집을 수 없다면…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두 아들(장남인 아버지와 차남인 삼촌)을 남기고 사망했다. 호적부상 할아버지의 사망일은 1972년 2월 10일이고, 장남인 아버지가 1972년 2월 17일에 사망신고를 했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수원에 임야 5000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임야의 등기부 기재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1972년 2월 5일(호적부상 사망하기 5일 전) 아버지에게 매매했고 이를 원인으로 1972년 2월 7일(호적부상 사망하기 3일 전)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이 돼 아버지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끝났다. 2009년 3월 2일 아버지가 상속인으로 처인 어머니와 자녀를 남기고 사망했다. 상속인들은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처인 어머니 단독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삼촌이 현재의 등기명의자인 어머니를 상대로 이 임야 중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지분에 관해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할아버지의 실제 사망일이 호적상 기재된 1972년 2월 10일이 아니라 그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4월 10일이라고 주장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임야를 매입했다는 1972년 2월 5일은 할아버지가 사망한 이후이므로 매매계약은 허위이고, 아버지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이며 현재 어머니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 역시 무효라는 것이다.



실제 사망날짜 이후 임야 이전등기 당시 친척들은 할머니가 재가하지 않고 어린 자녀(아버지와 삼촌)를 잘 보살피도록 하기 위해 임야를 장남인 아버지 명의로 이전등기를 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할아버지의 사망신고를 미루고 할아버지의 인감증명서 등을 발급 받아 허위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사실과 다른 등기이전과 사망신고를 했다고 주장한다. 삼촌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여럿 제출했다. 1971년에는 하루 결석이 있었지만 1972년에는 개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학교 생활기록부, 할아버지가 삼촌이 주장하는 사망일의 음력일에 사망했다고 기재된 족보, 할아버지의 친척과 주변 이웃이 삼촌이 주장하는 할아버지의 실제 사망일 무렵 사망했다는 것, 할아버지의 제사를 매년 삼촌이 주장하는 할아버지 사망일의 음력일에 지낸다는 점을 확인해 준 사실확인서 등을 냈다.

1심 법원은 할아버지의 실제 사망일이 호적부의 기재와 달리 1971년 4월 10일임을 인정하고 삼촌에게 승소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호적부의 기재사항은 이를 번복할 만한 명백한 반증이 없다면 진실에 부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호적부의 사망기재는 쉽게 번복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되고, 그걸 뒤집으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추정력을 깰 수 없다. 설령 망인의 제사일이나 족보에 기재된 망인의 사망일자와 친지들이 기억하는 망인의 사망시기가 망인에 대한 제적등본 및 망인에 대한 호적등본 기재와 다르고, 생활기록부에 삼촌이 제시한 위 제적등본 및 호적등본에 기재된 할아버지의 사망일시에 학교를 결석했다고 기재돼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제적등본 및 호적등본상 망인의 사망시기 기재의 추정력이 번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시기는 제적등본 및 호적등본에 기재된 대로 1972년 2월 10일이라고 본다.

결국 아버지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삼촌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패소한 삼촌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돼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을 받지는 못했다. 심리불속행이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에 규정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논란이 된 임야는 삼촌과 어머니가 주장하는 망인의 사망시점에 따라 원인무효의 등기인지가 달라지는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호적은 사람의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공문서로서 호적부의 기재는 법률상 기재가 적법하게 됐고, 기재사항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기재에 따라 신분관계가 창설되는 건 아니다. 기재에 반대되는 증거가 있을 경우 추정은 깨진다. 호적 기재는 사실상 진실하다는 추정을 받고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 이와 같은 사실상의 추정력과 증명력은 반증을 통해 깨질 수 있으며, 법원의 자유로운 심증으로서 판단의 대상이다.

그러나 호적부의 사망시점에 근거해 형성된 제적, 혼인, 이혼, 분가, 출생, 사망, 상속 등 여러 가지 신분관계나 재산관계 등이 장기간 굳어진 경우 위와 같은 호적상 사망기재를 번복하면 기존에 형성된 신분관계 및 재산관계 변동을 낳게 하는 등 복잡한 법률관계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호적부의 사망 기재사항의 추정력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항과는 달리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법원은 호적부의 사망기재는 쉽게 번복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추정력을 번복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 특별한 사정으로 첫째 사망신고 당시에 첨부된 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 조작된 문서임이 증명된 경우, 둘째 신고인이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죄로 처단됐거나 또는 사망으로 기재된 본인이 현재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때, 셋째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을 때를 들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할아버지의 사망 신고 서류의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됐고, 사망신고인인 아버지도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위 첫째, 둘째에 해당하는 사유는 없다. 따라서 삼촌이 제출한 입증자료가 이에 준하는 셋째 사유에 해당할지가 문제다. 이 사건에서 삼촌이 제출한 객관적인 자료로 망인의 문중에서 제작한 족보가 있다. 대법원은 족보는 종중 또는 문중이 종원의 범위를 명백히 하기 위해 일족의 시조를 기초로 자손 전체의 혈통, 배우자, 관련 등을 기재해 제작·반포하는 것으로서 족보가 조작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혈통에 관한 족보의 기재내용은 이를 믿는 게 경험칙에 맞다며 족보의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다. 삼촌이 제시한 족보와 학교 생활기록부는 당사자의 개입여지가 거의 없는 객관적인 제3자가 작성한 문서이고, 이미 이 사건이 문제되기 훨씬 전에 작성돼 조작의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삼촌이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친척들 역시 할아버지의 사망일이 1971년 4월 10일이라고 확인했고, 피고인 어머니까지도 매년 4월 10일에 기독교식으로 시아버지의 추도제를 지내고 있었다.



증거 있는데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이 사건의 경우 삼촌이 망인의 사망신고를 하거나 개입하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사망시점이 1972년 4월 10일로 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형성된 신분관계가 달라지거나 위 임야에 관해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어 거래안전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에서 호적부상 할아버지의 사망시점 기재에 관한 추정력은 번복되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위 사안에 대해 심리불속행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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