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Celebrity ⑨ -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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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오토쇼. 럭셔리의 정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마세라티가 소개됐다.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인 실비아 벤추리니가 디자인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펜디’.
이탈리아 수퍼카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의 만남은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외장 컬러. 다크 그레이 컬러는 ‘피아마 펜디’라는 이름의 도장을 3중으로 레이어드한 것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표면이 골드로 보이기도 한다.
인테리어 역시 호화스러움의 극치다. 최상급 소가죽인 쿠오이오 로마노를 사용해 내부를 꾸몄는데, 이는 펜디의 셀러리아 핸드백에 사용되는 재료와 같은 것이다. 시트에는 펜디의 F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19인치 바퀴 중앙에 펜디의 더블 F 로고를 넣었다. 누가 이 수퍼카의 오너가 될지, 소시민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 하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로마 상류층에 먼저 알려진 이름1925년 로마의 비아 델플리비치토 거리. 에두아르도 펜디와 아델 펜디 부부가 핸드백과 모피를 만드는 부티크를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마 상류층 사이에 ‘플레비치토 거리의 펜디 부티크에 쇼핑하러 가는 것’은 그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이 럭셔리 브랜드에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은 1946년, 펜디 부부의 다섯 딸(파울라, 안나, 프랑카, 카를라, 알다)이 경영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가죽과 모피를 연구하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1965년, 이들은 당시 파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영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칼 라거펠트는 ‘밍크는 부자들만 입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당시 난 밍크코트가 다운타운의 스트리트에 깔리는 혁신을 즐겼다. 심지어 모피코트를 데님 팬츠 위에 입는 사람도 있었다.” 훗날 칼 라거펠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펜디를 상징하는 더블 F 로고가 탄생한 것 역시 칼 라거펠트의 업적 중 하나. ‘인종, 언어, 문화에 관계없이 로고는 소리 없이 말한다’는 것이 칼 라거펠트의 지론이다. 1969년 펜디는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수작업으로 제작한 모피를 선보였고 77년에는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론칭했다. 85년에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로마국립현대미술관이 ‘펜디-칼 라거펠트, 그들의 역사’전을 열었다. 이는 펜디 창립 60주년과 펜디와 칼 라거펠트 합작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였다.
펜디는 계속해서 고정관념을 깼다. 모피에 파격을 불어넣은 것처럼 가죽 제품 역시 독특했다. 원래 ‘딱딱한 형태의 것’이라는 핸드백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것 역시 펜디였다. 1994년 펜디의 다섯 딸 중 한 명인 아델 펜디는 로마의 마구 장인을 찾아가 펜디에서 일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렇게 셀러리아 백이 탄생했다. 말안장을 제작하는 장인들이 제품 하나하나 마무리까지 처리하는 독특한 공정 덕분에 그 어느 백보다 유연하고 튼튼했다.
97년 첫선을 보인 바게트 백은 전 세계적으로 펜디 백의 붐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이는 펜디가의 딸인 실비아 벤추리니의 작품으로 그녀는 프랑스 사람들이 바게트를 사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이 백을 고안했다. 바게트 백은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소재와 패턴으로 만들어져 무려 600가지 이상의 디자인으로 선보였고, 덕분에 패션 피플뿐 아니라 수집가들까지 매료시켰다. 2005년의 스파이 백, 2006년의 비 펜디 등 이후에도 펜디 백은 화제 속에 탄생했다.
때로는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차라리 보석 같은 백이 한정판으로 생산되기도 했다. 국내에 단 3개만 입고됐는데, 이 중 하나는 유명한 여배우가 매장을 방문해 은밀히 사갔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2001년 LVMH 그룹은 프라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펜디 주식 지분을 넘겨받았다. 그 다음해에는 펜디가에서 보유한 지분도 인수, 2004년 대주주가 됐다.
이후 펜디는 마케팅에 힘을 싣는다. 2005년에는 론칭 80주년을 맞아 펜디의 첫 매장이 생겼던 로마에 ‘팔라조 펜디’를 오픈했다. 여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펜디 부티크와 모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연구하는 아틀리에,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총 집결한 그야말로 펜디의 심장부다.
팔라조 펜디의 오픈 파티는 이후로도 쭉 이어졌다. 당시 한국 대표로 초청 받은 이병헌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펜디 남성복 슈트를 입고 공식적으로 파티에 참석했다. 국내에는 펜디 남성복을 론칭하지 않은 관계로 당시 이병헌은 로마 현지의 펜디 매장에 가서 직접 슈트를 골라야 했는데, 슈트 핏에 민감한 그가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2007년 10월, 펜디는 다시 한번 유일무이한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난공불락의 성, 중국 만리장성을 런웨이로 만든 것. 국내 9시 뉴스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된 그야말로 세기의 이벤트였다. 88m의 무대 위로 88명의 모델이 패션쇼를 펼쳤다. 케이트 보즈워스, 장쯔이, 탠디 뉴턴, 전도연 등 세계적 스타가 참석해 패션쇼와 애프터 파티를 빛냈다.
‘펜디 오’ 클럽에 초대합니다최근 펜디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펜디 오’ 이벤트를 통해 스타들을 한데 모으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 11월 도쿄에서 카니에 웨스트, DJ 니고, 데리야키 보이즈의 공연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2008년 2월 파리 몽테뉴 22번가 펜디 매장 오프닝을 기념한 에이미 와인하우스 콘서트, 2011년 3월 DJ 미미 추(Mimi Xu)가 디제잉하는 파리 패션위크 기념 파티 등 지금까지 진행된 이벤트만 해도 10여 차례다. 리하나, 소피아 코폴라, 애슐리 & 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 카니에 웨스트, 제시카 알바, 밀라 요보비치, 세실 카셀, 알렉사 청, 알렉산더 왕, 아눅 레페르, 제퍼슨 핵, 이사벨리 폰타나, 이자벨 고라트, 제시카 스탐 등 연예계와 패션·영화·예술 분야를 망라한 수많은 게스트가 매번 자리를 빛냈다. 이제 펜디 오 파티는 그 어느 유명인이라도 참석하고 싶어 하는 가장 유망한 클럽이 됐다.

한강에서 패션쇼를 열다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돼 전 세계에 변화된 서울과 새로운 한강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한강과 서울 야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30개의 서울 스페셜 에디션 피카부 백, 남성 컬렉션, 키즈 컬렉션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패션쇼가 끝난 뒤에는 유명 DJ인 드미트리가 디제잉하는 애프터 파티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아시아 8개국과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각국 손님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패션쇼의 하이라이트는 온라인(hanriver.fendi.com)에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여배우에게서 영감 받은 뉴 백펜디의 클래식한 백과 특유의 모피 제품은 1970년에서 80년대 소피아 로렌, 다이애나 로스, 카트린 드뇌브, 그레이스 존스,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타에게 사랑 받았다. 펜디는 그 전통을 이어 이번 시즌, 두 명의 이탈리아 여배우에게서 영감을 받은 뉴 백을 선보인다. 안나 백(Anna Bag)과 실바나 백(Silvana Bag)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 받은 여배우인 안나 마냐니(Anna Magnani)와 실바나 망가노(Silvana Mangano)를 모티브로 한 것.
1908년 로마에서 태어난 안나 마냐니는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가 감독한 영화 ‘메데아(Medea)’에 출연해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실바나 망가노는 제2차 세계대전 시대 최고의 이탈리안 스크린 스타로 1946년 미스 로마 출신이다. 1946년의 영화 ‘비터 라이스(Bitter Rice)’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실바나 백은 펜디 다섯 자매의 옷장에서 찾아낸 오래된 펜디 백을 아카이브로 재해석한 것이라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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