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접은 월가, 다시 화석연료 품는다
트럼프 정책 기조에 은행들 기조 전환…NZBA 줄줄이 이탈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미국 주요 은행들이 그동안 앞다퉈 내세워온 ‘탈탄소 금융’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들도 다시 화석연료에 기반한 대출과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은 내부적으로 고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재개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웰스파고는 2020년부터 금지해온 북극야생동물보호구역(ANWR) 내 석유 개발 투자에 대해 최근 자사 자본시장 부서에서 다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 후 재추진되고 있는 ‘공정은행접근법(Fair Access to Banking Act)’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법안은 화석연료 산업 등을 금융 거래에서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행될 경우 은행들의 ESG 기준 적용이 사실상 제한될 수 있다.
유럽 은행들이 정리 중인 고탄소 자산을 미국 은행들이 적극 매입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은행들이 다시 화석연료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금융 시장의 균형도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글로벌 은행의 에너지 금융 총액이 약 1조4000억달러(약 2046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6900억달러(약 1009조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는 7300억달러(약 1067조원)가 흘러들어갔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친환경 투자 비중이 화석연료 대비 4배는 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캐서린 맥케나 전 캐나다 환경장관은 “기후변화는 정치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학과 경제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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