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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자동차가 다시 뜬다

해치백자동차가 다시 뜬다

해치백(hatch back) 시장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에서 잇따라 해치백 차량을 내놓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10월 20일 4년 만에 2세대 i30를 내놨다. 판매 모델은 1.6 가솔린·디젤 두 종류다. 새 i30은 중형차의 고급 옵션을 대거 적용했다. 전자 파킹 브레이크와 7개 에어백 장치 등은 동급 모델에서 처음 탑재했다.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주차할 때 나오는 히든 후방카메라도 눈길을 끈다. i30은 2007년 처음 나왔을 때 해치백의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보였다. 연간 3만대씩 팔려 국산 해치백의 대표 모델로 올라섰다. 현대자동차는 내년부터 내수시장에서 새 i30을 2만5000대씩 팔 목표다.

기아자동차는 9월 28일 소형차 프라이드를 새로 선보였다. 신형 프라이드는 2006년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1987년 첫 선을 보인 프라이드의4세대 모델이다. 프라이드 해치백은 가솔린 모델로 1.4·1.6 두 종류다.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후방 주차 보조장치 등 고급 옵션을 많이 적용했다. 신형 프라이드는 4도어와 5도어 두 가지 모델로 나왔는데 10월까지 계약자 중 해치백인 5도어를 선택한 비율이 약 49%에 이르렀다. 현대자동차가 9월 1일 내놓은 i40는 중형 왜건이지만 해치백의 실용성을 강조한 차다. 소형이나 준중형 해치백이 작다고 느낀 운전자라면 i40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내에선 1.7 디젤과 2.0 가솔린 두 가지 모델을 판다.



국산 해치백 원조격 프라이드도 새 모델수입차 가운데선 미국 포드자동차가 9월에 신형 포커스를 내놨다. 포커스 해치백은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 등이 포진한 수입 해치백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신형 포커스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새롭게 공개된 3세대 모델이다. 최고출력 162마력, 최대토크는 20.2㎏·m이다. 공인 연비는 L당 13.2㎞로 골프보다 다소 떨어진다. 이 때문에 포드코리아는 내년 초에 연비를 보강한 포커스 디젤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해치백자동차가 많다. 국산 해치백은 준중형차인 쉐보레 크루즈5와 기아차 포르테 해치백, 소형차인 쉐보레 아베오 및 현대차 엑센트 해치백 등을 꼽을 수 있다. 수입차 대표 차종은 골프와 포커스를 포함해 푸조 308, 볼보 C30 등이 있다.

해치백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형태의 차량을 일컫는다. 구조적 특징에 따라 차량을 나눈 개념으로 차체 뒤쪽에 트렁크 도어가 있다. 해치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문’을 뜻한다. 이 문을 열면 객실의 뒷좌석과 바로 연결된다. 밖에서 볼 때 뒤쪽에 문이 있어 해치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조상 트렁크 덮개와 뒷유리가 붙어 있어 트렁크와 유리가 함께 열린다. 이런 점에서 트렁크 덮개만 열리는 노치백과 구분된다. 노치백은 세단형 승용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뒷유리가 트렁크 부분에서 꺾이면서 트렁크 덮개와 계단형을 이루는 형태다. 해치백과 왜건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해치백은 트렁크 부분이 없거나 좁고 뒷좌석을 접으면 짐을 실을 수 있다. 반면 왜건은 뒷좌석과 트렁크를 길게 늘여 넓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해치백은 실용적인 차로 꼽힌다. 뒷좌석 폴딩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평균 3배 넘게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승용차의 승차감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기능성을 두루 만족시킨 게 특징이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회사들이 고객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컨셉트에 가까운 해치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며 “옛날보다 고급스럽게 만들어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해치백은 고연비 차종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디젤 엔진의 경우 경제성이 더욱 뛰어나다. 폭스바겐의 골프 1.6 블루모션의 연비는 L당 21.9㎞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준과 맞먹는다. 국산차 가운데 신형 i30 디젤이 연비(자동변속기 기준)가 L당 20㎞로 엑센트 1.6 디젤과 같다. 중형 i40 1.7 디젤은 연비가 L당 18.0㎞이며, 쉐보레 크루즈5 2.0 디젤은 L당 15.9㎞다. 프라이드 1.6 가솔린 중 공회전제한장치(ISG)를 단 모델의 연비는 L당 17.7㎞에 이른다.

국내 해치백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팔린 건 1987년 나온 옛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때다. 포니의 해치백 모델도 있었지만 세단 차량의 변형일뿐 본격적인 해치백은 아니었다. 프라이드는 2000년 단종될 때까지 119만대가 팔렸다. 프라이드 2세대 리오와 3세대 뉴 프라이드까지 더하면 모두 290만대가 팔렸다. 프라이드가 나올 당시 해치백은 낯선 모습이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세단 선호도가 워낙 높아 당시 해치백은 이단아로 여겼다”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세간에서는 해치백을 타다가 뒤차가 받으며 죽기 십상이라는 흉흉한 얘기까지 떠돌았다. 유럽에서는 해치백이 인기 차종이지만 국내에서는 ‘필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해치백 시장의 강자는 골프국내 해치백 시장은 현재 폭스바겐의 골프가 이끌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골프는 올 1~9월 5개 모델 총 4119대가 팔렸다. 골프는 1974년 해치백 모델로 탄생해 지금까지 세계에서 2600만대 넘게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한국에는 2005년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1만300대 넘게 팔렸다. 특히 국내 한국 소비자가 외면하던 해치백과 디젤 세단 돌풍까지 몰고 왔다.

이와 달리 국산 해치백은 올 들어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엑센트 해치백, 포르테 해치백, 쉐보레 크루즈 해치백 등이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신형 i30과 i40을, 기아자동차가 프라이드를 내놓은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옛 프라이드와 i30를 빼면 국산 해치백 차량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세단에 식상한 고객과 RV차량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국내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져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최근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이 신형 i30를 보고 부러워하는 듯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고무된 모습이다. 가격은 i30이 2205만원선, 골프는 3140만원선이다. 골프가 1000만원 가까이 비싸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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