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평판 좋은 기업 <유한킴벌리> - 나무 4000만 그루로 신뢰를 심다
대한민국의 평판 좋은 기업 <유한킴벌리> - 나무 4000만 그루로 신뢰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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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 5층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고정 좌석이 없다. 한쪽에 마련된 널찍한 테이블이 전부다. 출근하면 대학 도서관처럼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면 된다. 외부에 전화할 일이 많다면 별도 공간에 마련된 전화부스로 가면 된다. 방해 받지 않는 일 처리가 필요할 경우 도서관 구조로 만들어진 집중 업무실을 이용한다.
임원실도 집무실 겸 회의실이 됐다. 임원이 자리에 없으면 직원들이 회의공간으로 사용한다.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오픈 좌석제는 유한킴벌리 최규복 사장의 아이디어다.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원하는 사무환경도 제 각각이란 점에 착안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한 사람이 혼자 골똘히 생각할 때보다 여러 사람이 협업할 때 더 많이 나온다”는 게 최 사장의 생각이다.
이 회사는 올 1월부터 직급 대신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사장도, 신입사원도 오직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른다. 국내
처음으로 기존 3교대 24시간 공장 근무가 아닌 4교대제로 바꾼 데 이어 유연근무제(출근시간을 오전 7∼10시로 탄력적 운영), 현장 출퇴근 제도 등을 도입했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제도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96.3%(2010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달한다.
경영성과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유한킴벌리는 수평적 조직과 열린 기업문화에 앞장서면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조사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삼성과 SK텔레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명성지수(KCRI)에서도 유한킴벌리의 노력이 잘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유한킴벌리는 기업철학 및 문화지수(15.41점), 기업경영전략지수(20.85점), 기업커뮤니케이션지수(14.49점) 등 3개 분야 9개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100점 만점에 54.39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2007년 조사에서는 순위권 밖으로 밀린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회공헌 부분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1,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달리 사회공헌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3.80점)를 받았다. 기업이미지(5.23점)도 평균(3.92점)보다 월등히 앞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유한킴벌리는 경영성과(7위) 부문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유한킴벌리의 당기순이익은 942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1491억원보다 36.8% 줄었다. 우리투자증권 김나연 연구원은 “일본 기저귀 구매가 늘었고 펄프가격이 올라 원가 구조가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프리미엄 기저귀 신제품 출시 효과와 티슈 및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매출액과 수익성 모두 개선되고 있고 펄프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1%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올 매출을 지난해 1조2094억원보다 10% 늘어난 1조3250억원으로 잡았다.
유한킴벌리는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벌 합작법인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이긴 하지만 외국기업은 아니다. 자율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제품 생산, 수출도 거의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최초로 기저귀와 생리대,화장지,미용티슈 등을 출시해 위생문화 발전을 이끌었다. 유한킴벌리의 대표 브랜드 생리대인 ‘화이트’는 생리대 시장에서 1위다. 시장점유율은 55%에 이른다. 2003년부터는 기저귀와 생리대를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54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약 2400억원이다. 그 중 기저귀 수출은 절반이 넘는 15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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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말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 비전을 발표했다. 3월 말 충주공장 준공식을 열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충주공장은 군포, 김천, 대전에 이은 4번째 유한킴벌리 공장이다. 충주공장은 여성 위생용품인 생리대, 팬티라이너와 시니어 케어(노인용 위생·생활용품) 제품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스킨케어 제품 생산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신제품 개발과 신규사업 발굴,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현재 1조2000억원 수준인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최규복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시니어 케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충주공장에 200억원을 투입해 ‘어른용 기저귀’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환경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 높여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1984년 유한킴벌리가 시작한 국내의 대표적 환경보호, 기업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기업체 종사자, 기자, 일반인 모두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환경 캠페인 전개로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평과 함께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27년간 국내외에서 공익 목적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왔다. 캠페인 시작 당시 한국전쟁과 1960∼1970년대 경제개발로 전국 곳곳이 이른바 ‘민둥산’이었다.
산에 나무가 없어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도 막기 어려웠다. 캠페인을 시작한 1980년대에는 친환경 경영은 종종 쓸데없는 일로 치부됐다. 경제성장에 급급해 환경에 무관심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들은 유한킴벌리 하면 ‘친환경 기업’을 떠올린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향상됐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산지가 국토의 65%나 되면서도 큰 숲을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국민이 함께 참여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며 환경적으로 문화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국유지와 공유지에 지난해까지 4106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한, 몽골 등 인접 국가 숲 복원 차원에서 1800만그루 나무를 심고 가꿨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3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국민 1인당 1그루, 5000만그루 심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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