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Italy] 별미의 천국 토스카나
[Travel Italy] 별미의 천국 토스카나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주(州)는 식도락가의 탄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나오는 탐욕스럽고 낭비하는 자들은 너무 많이 먹고 마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모델은 토스카나 남부 시에나의 게으른 부자들이었다. 단테는 그들이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꿩고기에 기름을 발라 굽고 자고새의 속을 정향으로 채워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최초의 현대식 요리책도 썼다. 지금도 토스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요리 전통에 지나치게 강한 자부심을 가지며 보호하려고 애쓴다. 잘못 알려진 이야기지만 카트린 드 메디치가 앙리 2세와 결혼하러 갔을 때 피렌체(토스카나의 주도) 출신 요리사들을 프랑스로 데려갔기 때문에 프랑스 식문화가 달라졌다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Tuscany is arguably the birthplace of foodies. Dante’s ill-fated brigata spendereccia (“spendthrift brigade”), who appear in the pages of The Inferno, ate and drank themselves to destruction. But in reality, they were based on a set of idle rich men from Siena whom Dante considered outlandish because they larded their roast pheasants and served partridge stuffed with cloves. They also wrote the first modern cookbooks. Tuscans remain inordinately proud and protective of their culinary traditions, with many still mistakenly believing Catherine de’ Medici was responsible for transforming French cuisine by taking a retinue of Florentine chefs to France when she went to marry the future Henri II.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토스카나에 가봤다(I was a relative latecomer to Tuscany). 40대가 돼서야 처음 방문했다. 성장기를 아시아에서 살고 여행하며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토스카나에 서둘러 가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 들어 자유시간이 많아질 때도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거기에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나는 감각의 과다노출을 피하려고 즐거운 경험을 절제하기 좋아한다(I like to slightly ration pleasurable experiences to avoid sensory overexposure). 예를 들어 피렌체의 세례당에 처음 갔을 때 일부러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울러 나중에 다시 그곳을 찾을 좋은 핑계거리도 갖고 싶었다(Besides, I wanted a good incentive to return).
내가 토스카나의 매력에 반한 첫 앵글로색슨인은 결코 아니다(I am hardly the first Anglo-Saxon to respond to Tuscany’s allure). 20세기에 멋과 예술을 누구보다 탐닉한(the ultimate dandy-aesthete) 해럴드 액턴 경은 피렌체 인근의 가족 저택 라피에트라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았다. 바람둥이로 말하자면 램턴 경이 있다. 영국 정치인으로 침대에서 매춘부 두 명과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는(smoking a joint) 사진이 유출된 뒤 1973년 런던을 떠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에나 외곽의 멋진 빌라 세티날레에 정착해 귀족 애인과 30년 이상을 만족스러게 살았다. 그가 아는 이탈리아어는 단 두 마디, ‘capito(알았다)’와 ‘grazie(고맙다)’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비길 데 없는 미술품(incomparable art), 숨이 멎는 듯이 화려한 건축(breathtaking architecture), 그리고 아름답고 정교한 교외 지역 때문에 토스카나를 찾는다. 나 역시 이 지역의 문화적, 물리적 풍요로움에 이끌린다. 하지만 고급 식당에서든 거리의 가판대에서든 음식의 질도 강한 매력이다(but the quality of its food, both at the upper reaches and on the street level, also has a powerful pull).
토스카나의 오트 쿠진(haute cuisine: 최고급 요리) 중심지는 에노테카 핀치오리다. 그곳에서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를 받은 유일한 식당이다. 피렌체 팔라조에 있는 그 식당에선 프랑스 전통의 영향을 받은 요리를 제공한다. 요리사 안니 페올드가 프랑스 출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given that chef Annie Féolde was born in France)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와인 리스트에서는 그런 지방색이 전혀 없다(There is no such localism when it comes to the wine list). 셀러에는 세계 각지의 최고 와인 15만 병이 들어 있다. 한번은 피라미드형으로 쌓인 와인들 사이를 거니느라 오전 시간 전부를 보낸 적이 있다.
그 식당의 주인 조르조 핀치오리는 장난기가 넘친다(Giorgio Pinchiorri, the owner, has a playful side). 외국인으로서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버튼 앤더슨과 식사할 때 그런 면이 드러났다. 조르조가 1982년산 무통-로쉴드 와인을 상표를 가린 채 가져왔다. 우리에게 한 잔씩 따르고는 버튼에게 무슨 와인인지 알아맞춰 보라고 했다(asked Burton to pronounce). 우리는 빨고 후루룩거리며 열심히 테스트했다. 나는 고급 호주산 레드 와인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맛에 짙은 가죽향 때문이었다(its leathery sappiness). 버튼은 “1990년산 수퍼 투스칸(Super-Tuscan: 토스카나 지방에서 만든 최고급 와인)”이라고 선언했다.
토스카나에서 먹는 즐거움은 반드시 최고급 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The joys of eating in Tuscany are not just at the very highest end). 1991년 에노테카 핀치오리를 처음 가본 뒤 피렌체 부근의 도시 피에졸레에 있는 발라 산 미켈레의 테라스에서 비싼 저녁을 먹었다. 그러자 당시 여자친구(지금 내 아내)와 나는 거의 무일푼이 됐다(virtually penniless). 다음날 우리는 남은 동전을 모아 무화과 1kg을 사서 배수로에 앉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먹었다. 내가 먹어본 무화과 중 가장 감미로웠다.
토스카나에서 나는 농산물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피렌체의 중앙 시장을 찾았다. 19세기 말 피렌체가 통일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려고 경합을 벌였을 때 특별히 세워진 시장이었다(which was purpose-built in the late 19th century when the city was vying to be the capital of a united Italy). 지금 외부는 싸구려 옷과 가죽 제품을 파는 가판대로 둘러싸여 있지만 내부는 과거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the interior has kept its standards). 훌륭한 와인, 신선한 과일, 생선과 육류, 모든 종류의 버섯이나 동물 내장(all sorts of fungi and tripe)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비위가 강하다면(If you have a strong constitution) 한 세기 전에 세워진 식당 네르보네에 가보라. 살사 베르데와 매운 소스를 곁들인 소 위장 샌드위치 람프레도토를 맛볼 수 있다. 이 특이한 음식을 먹고는 자신들의 용감함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꾸준한 행렬이 인상 깊었다(I was impressed to see a steady stream of Japanese tourists line up for this challenging dish and then record their bravery on digital cameras).
피렌체의 옛 도시 성곽 바로 너머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시 경계 부근에 훌륭한 식당 지비보가 있다. 피렌체 중심가의 유서 깊은 식당 치브레오를 소유한 사람의 전처인 베네데타 비탈리가 운영한다. 베네데타는 인지미니 디 칼라마리(오징어, 케일, 신선한 올리브유로 만든 스튜) 같은 토스카나 전통 요리와 시칠리아 전통 음식 몇 가지를 제공한다. 토스카나의 대다수 좋은 식당들처럼 지비보도 다양한 현지 와인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비보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에서 생산된 좋은 와인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at acceptable prices)에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외국 와인을 기꺼이 내놓는다는 사실은 현지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성숙함을 말해준다(This willingness to offer the best wines of other countries is testament to a certain maturity and confidence in the local product). 내게는 토스카나 와인이 덜 숙성되면 맛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진다. 늘 음식과 함께 먹으면 나아진다. 키안티 클라시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같은 최고급 와인도 강한 탄닌 맛이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중화시킬 만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 뒷맛이 오래 간다(There is a tannic edge even to the best-quality Chianti Classico or Brunello di Montal-cino that dominates the aftertaste, unless one is eating something substantial that can neutralize its impact).
최근 풍광이 다른 곳을 가보려고(for a change of scene) 토스카나 북쪽의 아펜니노 산맥에 위치한 팔라주올로 술 세니오를 찾았다. 히틀러의 독일군이 이탈리아 전투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한 악명 높은 ‘고딕 라인’ 바로 너머 있는 도시다(just beyond the notorious Gothic Line, where Hitler’s armies made their last stand during the Italian campaign). 피렌체에서 50km 정도 떨어졌을 뿐이지만 토스카나와 에밀리아 로마냐를 구분하는 가파른 언덕을 가로지르려면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이곳에 소박한 식당 로칸다 세니오가 있다. 주인 부부가 직접 기른 채소와 집에서 만든(homemade) 햄·소시지를 내놓는다. 그들의 특산품은 쿨라텔로 디 지벨로다. 이탈리아 최고의 절임 햄 중 하나로 돼지 방광으로 싸서 지하 저장소에서 1년 정도 숙성시킨다(one of the finest cured hams in Italy, which is encased in a pig’s bladder and aged for up to a year in their cellar).
식당 밖의 좁은 길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연례 마로네 축제를 열고 있었다. 현지에서 나는 달콤하고 큼직한 밤 마로네 델 무겔로를 위한 축제다. 우리는 그 행사에 참석한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현대판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가 되려고 오디션을 보려는 듯한(who appeared to be auditioning to become a latter-day Saint Francis of Assisi) 사제 복장의 수염난 남자였다. 그의 어깨에는 비둘기가 앉아 있었고(he had a pigeon perched on his shoulder), 그의 곁에는 흰토끼와 오래된 수탉을 태운 당나귀가 있었으며, 그 사이에 거위, 개, 길들인 염소가 한가롭게 걸어 다녔다.
나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T본 스테이크)를 여러 번 먹어봤지만 이번에는 이 토스카나 특별요리만큼이나 잘 알려진 정육점 주인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키안티 판자노에 사는 다리오 세치니였다. 그의 작은 가게는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로 늘 가득하다. 그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살라미와 테린(잘게 썬 고기를 다져 차게 식힌 전체 요리), 키안티 와인을 즐긴다. 다리오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시와 이탈리아 오페라와 지미 헨드릭스를 오가는 음악(music that veers between Italian opera and Jimi Hendrix)으로 그들을 즐겁게 해준다. 또 그는 쇠고기 다리를 여러 부위로 나눠 자르는 칼솜씨를 자랑한다(knife displays as he hacks a leg of beef into its manifold parts). 관광객들은 숨을 죽이고 구경하면서 환호성을 올린다(tourists suck their breath in and shout their approval). 다리오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가 삶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면서 “이 요리는 개선될 수도, 현대화될 수도 없다(This dish cannot be improved upon nor modernized)”고 선언했다. “있는 그대로 완벽하기 때문에 손댈 수 없다(Because it is perfect as it is and thus untouchable).”
비스테카가 그 요리 기법에서는 신성불가침일지 모르지만 다리오는 이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인 토종 흰색 암소 키아니나 쇠고기를 사용하는 문제에서는 기꺼이 전통을 무시한다(While bistecca may be sacrosanct in its cooking technique, Dario is quite happy to break with tradition when it comes to using the Chianina cow, the white-colored traditional breed for the dish). “키아니나가 우수한 품종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질 좋은 고기를 찾는 일(I must say that the Chianina is a fine breed, but ultimately what is more important is the search for quality)”이라고 다리오가 말했다. 그래서 그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유기농으로 기른(organically reared) 암소를 사용한다. 다리오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격찬하지만 그의 진정한 열정은 암소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는 데 있다(Although Dario professes admiration for bistecca alla Fiorentina, his real passion is for using the entire offerings of his animals).
정육점 맞은 편에 그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있다. 다리오는 암소의 희귀한 부위까지 전부 제공한다. 그중 하나가 라메리노 인 쿨로다. 소 궁둥이 살을 굵게 갈아 로즈마리 잔가지를 얹은 요리다(roughly minced buttock cheek with sprigs of rosemary). 또 다른 놀라운 요리는 테네루미 인 살라타다. 도가니(소 무릎의 젤리 같은 부위)를 넣은 샐러드다(gelatinous portions of beef knee in salad). 모두 합해 10 코스가 있다. 맛있게 요리된 로스트 비프와 양파를 넣어 푹 익힌 여러 쇠고기 부위, 물, 와인 등을 모두 합해 거금 30유로다.
토스카나 사람들에게는 내면적인 검소함이 있는데 특히 시골 사람들이 그렇다(There is an inner frugality in the Tuscan character, especially among the rural population). 그래서인지 다리오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먹어보지 못했다(Perhaps for this reason, Dario was never allowed to taste a bistecca alla Fiorentina until he was 18). 또 그런 검소함 때문에 다리오는 자신의 역할을 암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40인분 정도의 비스테카만이 아니라 소의 모든 부위를 소비하는 일을 홍보하는 대사(as an ambassador for consuming the entire animal)로 본다. “모든 부위를 잘 사용해 사람들에게 소 전체를 보여주는 책임을 떠맡고 싶다(I like to take on the responsibility of using every ingredient well, to show people the whole animal)”고 다리오가 말했다. “단테의 ‘신곡’ 도입부에서 설명된 경험과 비슷한 깨달음이다(This is an awakening experience similar to that described in the opening verses of The Divine Comedy).” 그런 설명에 어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겠나?
[필자는 런던 노팅힐에 살며 음식과 와인을 주제로 한 책을 쓴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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